고등어, 넌 왜 이렇게 성격이 급하니?
들어가며
고등어(사바サバ)는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판초밥집에서는 고등어 초밥을 먹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잡자마자 보관처리를 빠르게 해야하고, 회나 초밥으로 쓰려면 선도를 유지해야하는데, 워낙 급해서 잡히자마자 이미 부패가 시작된다고 할 정도이니.
초밥의 본고장, 옆나라 일본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스시로, 하마즈시 같은 프랜차이즈에서도 사바스시를 내어놓기는 하지만, 먹어보면...이건 좀 아니다. 같은 가격으로 그냥 다른 초밥을 먹는 게 훨씬 맛있다.
고등어 (사바)
사실 최근에는 수입 고등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고등어'. 연어도 그렇지만, 고등어도 수출하는 아주아주 유명한 나라이다. 연어와 마찬가지로 매우 신선하게 배달되는 것은 다 항공배송의 덕택이다.
monthly-omakase.tistory.com/21(연어의 비밀)
우선 기본적으로 씨알도 크고, 가격 경쟁력도 괜찮으니 노르웨이 고등어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초밥이야기인만큼 잠시 노르웨이 고등어는 옆으로 밀어두고, 오마카세에서는 고등어를 어떻게 다룰까?
사시미
우선 사시미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넉넉하게 2~3점 정도 술안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고등어는 가네끼 스시에서 나온 고등어다.
완전한 활어회는 아니고, 보통은 시메사바(しめ鯖)라고 부른다(고등어초절임).
일본어 요리 이름에서 앞은 동사, 뒤에는 명사인 경우가 많아 알아두면 요리법과 재료를 유추하기 좋다.
물론 동사의 활용이 들어가기는 한다. (동사 원형은 蒸す、しめる)
전복찜 = 蒸しアワビ (찌다 + 전복)
고등어초절임 = しめサバ (절이다 + 고등어)
맛은 활어회랑은 묘하게 다른데, 살짝 뻑뻑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소금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등어 활어회를 더 선호하는데, 한국에서는 남해지방에 가면 시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대마도에서 먹었던 게 꽤나 맛있었다.
고등어 초밥
가져온 고등어 초밥들이 4겹 쥐기가 되어있다. 왼쪽은 키즈나의 초밥이고, 오른쪽은 츠바사의 초밥. 업장의 체급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하이엔드와 엔트리)
잘 만든 고등어 초밥은 비린내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등푸른생선(히카리모노)특유의 산미감과 눅진한 맛이 폭풍처럼 밀려온다. 이 때 와사비를 얼마나 잘 넣느냐에 따라 조화롭게 넘어가기도 하고, 와사비 혼자 코를 찌르기도 하고, 고등어의 비린맛만 잔뜩 느낄 수도 있다.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의 차이가 천차만별인 초밥이라, 오히려 더 먹는 재미가 있는 초밥이다.
고등어봉초밥 (鯖棒寿司)
보통 오마카세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초밥이다. 초밥이라하기에는 꽤 부피가 커서 마무리로 먹기에는 제격이다. 보통 배가 고프면 이 고등어봉초밥을 앵콜해서 먹는 손님들이 많다.
고등어봉초밥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네끼의 초밥 사진이네요. 잘 손질된 고등어포위에 와사비를 바르고, 밥을 올리고, 셰프 재량껏 이것저것 넣고 꾹꾹 말아줍니다.
그 다음에 자투리 부분은 버리고(초밥이 비싼이유) 비교적 온전한 부분만 손님에게 내어줍니다. 이 때 꽁다리를 받으면 넉넉한 인심에 괜히 기분이 좋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고등어 위에 올라간 재료는 '백다시마'입니다. 다시마도 일본에서 참 애용하는 재료인데, 고등어와의 궁합이 참 좋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퓨전 이자카야에서도 안주로 많이 내어놓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재료의 선도나 기술에 따라 맛은 천지차이긴하지만, 그래도 술 안주로 먹기에는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고등어봉초밥 퍼포먼스
시각적인 퍼포먼스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대중적인 퍼포먼스가 고등어봉초밥이 아닐까.
예를 들어, 숯을 가져와 고등어 위를 눌러서 굽는 방법이 있고, 또 토치 등으로 화끈하게 구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왼쪽은 스시소라, 오른쪽은 스시소우카이다.
손님들 사진 찍기도 좋고, 또 손에서 손으로 줄 때 사진 찍기도 좋다. 맛있는 고등어봉초밥일수록 김이나 유자 없이 그냥 먹어도 참 맛있다.
김과 유자가 싫다는 것은 아닌데, 너무 과하게 유자를 쓰는 업장에는 발걸음이 꺼려진다. (소우카이 이야기는 아닙니다) 도통 생선을 먹으러 온건지, 유자 제스트를 먹으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고등어는 고등어로 놔 두었으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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