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신사 스시츠바사 (나비같이 우아한 맛)
신사 스시츠바사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17-35 (좀 골목이라 지도 잘 보고 가야함)
시간 : 런치 12:00
가격 : 런치 3.5 , 디너 9.0 / 추가 차지로 업그레이드 가능 (뿌리 와사비 1.0, 생참치 1.0)
들어가기
츠바사/翼(つばさ)는 일본어로 날개이다. 이름만큼이나 이쁜 업장의 깃발이 마음에 들어 홀린 듯 예약을 부탁했고, 초밥을 잘 아는 지인분과 12시 런치에 방문하게 됐다. 일본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깃발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스시야의 대문의 디자인은 첫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뿌리 와사비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생참치도 궁금해서 추가차지를 낸 방문이었다.
콧수염 아저씨가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간판이 우리를 반긴다. 저 간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피스텔 건물 기둥 사이 1층에 위치해있다.
깔끔한 대문. 나비의 날개 모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며칠간 비가 왔음을 알려주는 귀여운 우산 한 쌍.
귀여운 고양이와 정갈히 준비된 오늘의 런치. 나무젓가락 받침대의 귀여움을 느끼고 있었다. 들었을 때 나비 날개마냥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젓가락 또한 앞으로 나올 식사를 기대하게 하는 훌륭한 디테일이었다. 손수건은 따뜻하진 않았지만 깔끔한 향이 배어있었다.
멀리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나가노산 생와사비 되시겠다. 북알프스(?! 사실은 히다산맥)에서 내려온 물을 머금고 자란 나가노산 와사비(눈 녹은 맑은 물을 좋아하는 와사비)는 보통 다이오 와사비 농장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즈미노 와사비라고도 하는데, 일본의 3대 와사비 중 하나이다. 나머지 2개는 시마네현의 히키미, 시즈오카의 우토우기. 와사비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이건 따로 특집으로 빼는 것이 낫겠다. (지도도 그려야지)
와사비를 곱게 갈아, 칼로 다시 한 번더 다져서, 적당히 그릇에 더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갈한 준비랄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챠왕무시(계란찜). 업장마다의 개성이 온전히 살아있는 차왕무시는 늘 기대되는 메뉴이다. 정갈하면서도 깔끔한 그릇에 담긴 차왕무시에는 도미육수의 맛과 까망베르 치즈가 퐁당 들어가있었다. 치즈에 차왕무시라니. 신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었다. 그릇이 너무 귀여웠는데, 이곳 츠바사는 고양이 젓가락받침대도 그렇고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관찰하는 맛이 있다.
가장 처음 나온 것은, 메지 마구로(새끼 참치)였다. 한 점은 그냥 먹어보고, 두 번은 제품와사비에 찍어 먹을 수 있게 두점을 올려주셨는데, 확실히 애기참치라 그런지 그냥 먹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와사비맛이 참치의 향을 덮어버렸다. 위에 올라간 다진 생강이 슴슴한 맛을 달래주었다.
처음으로 나온 광어. 6일 정도 숙성을 시키셨다고 했는데, 부드럽고 쫀쫀한 광어의 맛이었다. 샤리(밥)은 입에 넣었을 때 뭔가가 올라오는게 있긴했는데, <스시우미>정도는 아니었고, 금세 네타(생선)과 어울려 조화롭게 넘어갔다. 밥은 살짝 수분기를 머금고 있는 느낌. 입에 살짝 밥알이 몇 점 남긴했지만, 구강 구조의 문제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뽑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가리비 관자이다. 솔직히 앵콜이 나오면 이 친구를 고르려했고, 마지막의 고등어랑 끝까지 1픽을 고민하긴 했지만, 사실 1픽은 입안에 넣는 순간 결정되는 것 같다. 한 때 막창,새우,조개 무한리필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먹은 관자의 질김은 이제 과감히 잊기로 결정했다. 적당한 크기의 관자가 입안에 들어가니 부드럽게 부서지기 시작하며 동시에 생와사비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 넘어가는 그 황홀함이란. 역시나 말이 많아진다.
날개라는 이름을 가진 업장의 이름처럼, 날개를 연상케하는 가리비관자(호타테)는 가장 인상깊은 한 점이었다.
이건 냉동된 참치를 해동시킨 참치. 색을 보면 등살인 걸 알 수 있는데, 뒤이어 나올 스페인산 생참치랑 비교를 하라고 나란히 내어주셨다. 음... 사실 또 츠키지 타령이긴 한데, 참치 등살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약간 비린맛이 나기도 하고, 이 비린맛, 피맛을 즐기지 않은 사람에게 등살은 좀 고역이긴한다. 하지만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두 번째 참치. 확실히 맛이 진하다. 매우 진하다. 등살을 즐기지 않는지라, 솔직하게는 첫 번째 등살이 더 거부감 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등살 고유의 피맛과 기분좋은 비릿함을 즐기시는 분께는 두 번째 참치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사실 제품와사비랑 먹으면 그냥 넘길 것 같은데, 생와사비의 은은한 향으로 잡기에는 참치가 좀 세지 않았나 싶다.
상당히 훌륭했던 전갱이. 등푸른 생선(히카리모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탱글탱글하면서도 느끼한 식감인데, 꽤 괜찮았다. 숙성을 잘 해서 그런지 탱글함이 살아있었고, 적당히 넘어가는 목넘김과 밥알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고등어를 먹지 않았다면, 전갱이를 2등으로 뽑았을 지도 모르겠다.
광어 옆구리살(엔가와) 초밥이다. 사실 일본 150엔 회전초밥집에 가도 엔가와 초밥은 나오고, 일반 판초밥집에 가도 종종 볼 수 있긴 하지만, 확실히 오마카세의 엔가와는 좀 더 섬세하고 부드럽다. 이게 잘못하면 질겨서 입안에 네타만 덩그라니 남을 수 있는 초밥인데, 적당한 칼질 숙성의 조화로 남는 밥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좋은 초밥이었다. (아까 관자와 마찬가지로) 위에 올라간 생강도 과한 느끼함을 잡아주는 포인트.
살짝 불에 지진(아부리)된 홍새우. 위에 적진 않았지만, 셰프님께서 기본적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더 친절히 말씀해 주신다. 오늘 7명을 접객해주셨는데도 동시에 다 하시는 걸 보면 프로는 확실히 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뷰를 썼던 스시소라 런치에도 홍새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가진 홍새우에 대한 편견을 확실히 깰 수 있었다. (관자, 엔가와, 홍새우... 앞으론 편견을 가지지 말자)
살짝 아부리가 되어 있어서 겉면은 새우의 감칠맛이 고소하게 올라오면서도, 육즙의 탱글탱글함을 속에 온전히 가두고 있었다. 솔직히 아마에비(단새우)가 아니라 살짝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만큼은 아마에비를 잊기로 했다. 워낙 아마에비(단새우) + 우니 조합이 근의 공식마냥 고정되어버린 요즘, 가끔은 새로운 맛을 이렇게 느껴볼 수 있는 것도 오마카세의 매력이 아닐까? 크기도 충분하고 아주 만족스런 한 점이었다.
게르치라고 주신 한 점. 사실 부산에서 게르치랑 놀래미를 섞어 써서 놀래미인지 여쭸더니, 확실히 게르치라고 하셨다. 그냥 무난무난했던 맛이었다. 무난해서 그런지 생와사비가 더 잘 느껴졌다. 계속 네타만 얘기하느라 까먹었는데, 확실히 생와사비가 제품와사비보다 은은하고 부드러웠다. 업장의 마스코트인 나비같은 맛이랄까.
보면 접시에 생와사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포슬포슬하면서도 톡 쏘지 않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청량감을 가지고 있는 생와사비를 따로 좀 맛보고 싶어 셰프님께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넉넉하게 앞접시에 올려주셨다. 뭐라할까... 식감이 특이했는데, 구슬 아이스크림을 살짝 녹인 것 같은 포슬포슬함이 참 인상적이었다. 제품와사비는 지혼자 튀기도 하고 코를 찌르기도 하고, 가끔은 밥보다 혀에 먼저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드는데, 뿌리와사비는 그냥 혀에 닿아도 거부감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접시에 초밥을 올려놓고 딴소리가 길었다. 이건 <오하기>인데 원래 음식은 <보타모찌>라고 하기도 한다. 모찌니까 떡이다. 그렇다, 떡처럼 생긴 저것은 원래 떡에서 출발했지만, 생선살로 떡처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빌려온 음식인 것이다. 실은 멥쌀과 찹쌀을 쉐킷쉐킷해서 팥앙금에 묻힌 건데, 팥앙금이 참치속살로 바뀐게 스시집의 <오하기>이다.
중간에 보이는 건 우니. 아 점심에 우니는 따로 나오지 않았는데, 사실 이곳 츠바사처럼 우니가 다소 소박하게 나오더라도 새로운 맛으로 훌륭하게 뽑히면 대만족이다.
뒤이어 나온 잿방어(칸파치). 스시우미에서도 나온 친구라 반가워하며 먹었다. 맛은 평범했다.
홍새우 머리를 육수 삼아 끓여낸 장국. 슴슴하면서도 남아있는 약간의 기름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계속 마셔도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아주 좋았다.
어디선가 본 기분. 그렇다 청어(니싱)이다. 볼 떄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색깔이 참 곱다. 맛도 무난무난하면서 좋은 맛. 셰프님께서 올해는 생선이 유독 시기에 맞지 않게 잡힌다고 했는데, 나로써는 대만족. 맛있는 생선을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거니까. 맛있는 한 점이었다.
섬세하게 얇게 자른 고등어를 여러 겹 올려주셨다. 오 사실 오늘의 두 번째 초밥이다. 1등은 앞에서 말한 가리비 관자. 일본에서 먹은 고등어 맛을 생각하며 늘 아쉽다...아쉽다...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대마도에서 먹었던 활고등어), 비슷한 것을 오늘 만날 수 있었다. 눅진하면서도 비리지도 않고, 딴딴한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너무 과하지도 않은 기름기. 밥과도 매우 잘 어울렸다.
마지막을 알리는 장어. 개인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는데, 난 이런 포슬포슬하면서도 부드러운 아나고가 더 좋다. 빠짝 구운 장어보다는. 적당히 깊이감도 있었고, 사진에서는 1시 부분이 좀 타긴했는데, 크게 신경쓰지 않고 먹을 수 있었고 너무 맛있었던 초밥의 마무리가 이렇게 끝이 났다. (1편에서 말했지만 장어가 나오면 얼추 끝났다는 뜻)
유자향이 물씬 느껴졌던 교꾸. 부드러운 계란찜이랑 빵의 중간에 위치한 맛이었고, 유자향으로 상큼하게 입가심을 할 수 있었다.
식사로 제공된 깔끔한 소바. 위에 올라간 건 낫또랑 마인데, 휘두루마뚜루 비벼먹으면 아주 맛이 그만이다. 깔끔한 육수와 함께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상당히 깔끔했던 식사 메뉴이다.
나가기
2020년 6월 오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 츠바사. 앞으로 예약 잡기 좀 힘들 것 같다. 나비의 날갯짓 마냥 맛은 우아하지만 동시에 힘도 있었으며, 신사라는 곳에서 런치 3.5로 이 정도 퀄리티의 초밥을 즐길 수 있다면 매일매일 예약이 다 잡힐 것 같은 좋은 느낌.
서비스도 친절하셨고, 생선에 대한 이런저런 노력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으며, 무엇보다 여러 재료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좋은 추억으로 덮을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던 한 끼의 식사이다.
우아한 날갯짓이 멀리멀리 퍼졌으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월간 오마카세, 스시 츠바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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