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기념일, 불꽃 축제와 에펠탑
지난 이야기
7월에 파리를 방문하게 되면, 꼭 봐야 하는 행사가 있다. 7월 14일에 열리는 혁명기념일이다.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으며, 모든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샹젤리제 거리로 모이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아침의 퍼레이드부터 시작해 밤에 열리는 불꽃놀이까지. 꼬박 하루 종일 이어지는 행사인데, 프랑스인이 아니더라도 같이 즐길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행사이다.
오전 퍼레이드
직접 보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샹젤리제 거리로 가야 한다. 참고로 이 날은 1호선을 타더라도 샹젤리제 거리 근처 역은 모두 지나치니 최대한 가까운 역에 내려 걸어가야 한다.
교통 통제를 잘 피해 요리조리 골목으로 잘 다녀야 함!
물론 TV로 생중계도 되지만, 직접 현장에서 만끽하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로변에서 까치발을 하며 퍼레이드를 바라보며, "키가 조금 더 컸으면..."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사진이 1장밖에 없다. 어차피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이 사람들이 빽빽해서 글로만 전하자면...
1. 모든 경찰들이 골목길을 통제하고 있다. 골목길에 들어가는 것조차 줄을 길게 서야 한다.
2. 골목길을 뚫어 샹젤리제 거리를 들어가더라도 이미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도로변을 장악하고 있다.
빨간색 = 열병식 코스
초록색 = 구경꾼
정시에 맞춰 공군 비행기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이어 각종 기갑차량과 기마대가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콩코드 광장으로 향한다.
밀덕에게 이보다 더 두근두근거리는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종착지 콩코드 광장에서는 프랑스 대통령이 모든 열병식을 진두지휘한다. 좀 간지다.
프랑스인도 아니지만 프뽕이 차오르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오후 ~ 자정 불꽃놀이
그리고 그 날의 열기는 오후를 지나 자정까지 계속된다. 에펠탑 주변에서 불꽃놀이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에펠탑 쪽으로 향한다.
불꽃놀이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목 좋은 자리는 이미 매진이라, 다들 그냥 에펠탑이 보이는 도심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지켜보기도 한다.
그렇게 에펠탑이 보이는 한적한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도 '상대적'으로 한적할 뿐, 여전히 사람이 많기는 하다. 짐을 내려놓고(물론 지켜봐야 함) 적당히 1664 한 캔을 까고 있으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월드워 Z마냥 점점 모여드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다.
출출하다 싶으면 길 건너편에 있는 노점에서 간단하게 크레페 하나를 먹으면 된다. 초코 크레페 + 1664 = 꿀맛
유럽의 여름은 정말 진짜 지독하게 해가 안 떨어진다. 스도쿠라도 가져갈 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가 슈~욱 하고 떨어지며, 에펠탑의 색깔이 아주 묘하게 바뀐다. 1664 맥주 색깔과 비슷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긴장감이 감도는 음악도 나오는데, 꽤 듣기 좋다. 뭔가 대단원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근데 슈퍼스타 K의 김성주 씨처럼 간을 정말 많이 본다. 간잽이 이동삼 명인도 울고 갈 정도로 불꽃놀이로 사람의 마음을 애태우는데,
노래는 나오는데 뭔가 불꽃이 터질락 말락 한다. 계속 핸드폰 시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기 시작한다. 좀 멋있긴 하다. 이때까지 쌓인 짜증 스택이 한꺼번에 내려간다.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불꽃놀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끝나기 조금 일찍 자리를 일어나 대중교통을 탔다. 정시에 자리를 뜨면 미어터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파리에서는 관광객이 아니라, 3주 간 있어야 했던 공적인 일정이라 이런 광경을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었는지도.
빠듯한 3박 4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이었더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치고 파리에서 신선놀음을 하지 못했을 텐데, 이래저래 여유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단체님께 고마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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