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에펠탑 피크닉, 블랑과 바게트빵
지난 이야기
어쩌다보니 꽤 강행군이었다. 베르사유도 베르사유지만, 에펠탑과 같은 정말 도심 관광지는 반드시 소매치기나 설문조사 사인회를 가장한 집시들을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에펠탑 근처 노점에서 파는 에펠탑 미니 모형은 에펠탑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더 저렴해지는 신기한 물가를 보여주니, 급한 게 아니라면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한 두 개 사는 것은 괜찮다.
에펠탑 가는 법
파리의 모든 관광지는 뮤지엄 패스로 뚫을 수 있으나, 가끔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에펠탑 전망대이다. 따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니 '미리 구매해서' 가시길.
사실 대만 타이페이 101 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관광지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정작 메인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앞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하기로 했다.
메인 건물에서 보니까... 그래서 굳이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가지는 않았다. 대신에, 에펠탑 앞에 있는 잔디밭, 정확히는 마르스 광장에서 놀았다.
맥주랑 갓 구운 바게트, 그리고 레드 + 로제 와인을 미리 마트에서 사갔다. 이게 파리 맛집이지 뭐.
와인이랑 빵이 싸서 참 좋다. 나쁘지 않은 와인도 1병당 5유로 미만에 살 수 있으니, 다양하게 슥슥 고르게 된다.
에펠탑에 가기 전에 동네 빵집에 들렀다. 빵의 종류는 물론이고 디저트가 정말 정말 다양하다.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파리는 천국이 아닐까.
그렇게 빵을 어마어마하게 샀다. 한국과 달리 빵이 몹 ~ 시 저렴한 편이라, 1개 1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냥 안주로 먹으면 되니까, 래핑 카우와 함께 엄청나게 사갔다.
도착 초반에 사둔 Navigo를 써서 에펠탑 역에 도착했다. 파리 버스는 에어컨도 없고 유리도 통창인 경우가 많아,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지하철을 타는 게 편하다.
샹젤리제, 개선문과 같은 메인 관광지는 1호선으로 탈 수 있고, 관광이라면 이 외의 라인을 탈 일이 드물긴 하다. 하지만 몇몇 호선은 치안상의 이유로 조심해서 타거나 아예 타지 않는 걸 권하는데,
북쪽, 특히 20 구로 가는 노선, 혹은 RER을 탈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처럼 정신 놓고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는 폰이 없어지거나, 지갑이 없어지거나 둘 다 없어질 수 있다.
소지품을 조심조심 챙기며 도착한 에펠탑. 파리에 온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에펠탑을 보며 걷다 보면 횡단보도도 나오고, 거리 노점도 나오고, 바닥에 에펠탑을 파는 아저씨들도 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죄다 공장제 알록달록 에펠탑이라 장난감 1처럼 느껴진다.
그림도 팔고, 모자도 팔고 여하튼 세계 관광지의 노점은 다 비슷비슷하다.
에펠탑 밑에 도착했다. 준비해온 돗자리를 깔고 가볍게 맥주부터 깠다.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1664는 프랑스에서는 간단히 64, soixante quatre(쑤아상트 캬트흐)라고 얘기하면 살 수 있다.
맥주 한 모금, 바게트 한 입.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에펠탑이 바로 보이는 저 자리에서 다들 사진을 참 많이 찍는다.
여름의 유럽은 해가 참 길다. 해가 딱 떨어지는 걸 에펠탑 근처에서 보고 나면 시간이 너무 늦어질 수 있으니, 적당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집에 돌아가는 대중교통에서 느긋이 감상할 수 있다.
가까이 간 에펠탑은 멀리서 본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다. 한 때는 파리의 흉물로 여겨졌다는 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에펠탑은 매년 1번 있는 혁명 기념일 때 폭죽놀이가 벌어지는 메인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당일 점심 때는 도착해서 돗자리를 깔아놔야 하며,
그 돗자리가 도난당하지 않게 계속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한국처럼 가방을 던져 놓고 어디 간다? 그럼 가방이 어디 가게 된다.
술도 꽤 먹었겠다. 슬슬
짐을 챙겨 다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에펠탑은 혼자 밝게 빛나게 된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이 정도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오후 8시 정도 되려나? 겨울 유럽은 어마어마하게 해가 짧은만큼, 여름 유럽은 좀 과할 정도로 해가 길다.
체력만 된다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지만, 때로는 몇 시에 집에 가야 고민이 될 정도이다.
길거리에서 바라본 에펠탑은 이런 느낌이다. 내가 지금 프랑스 파리에 와있다는 감상을 주기에는 충분한, 아주 적당한 거리감이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더욱더 좋았겠지만,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는 않는 장소이다. 바게트, 래핑 카우, 레드 와인, 로제 와인, 1664까지 매우 풍성한 피크닉이었다.
파리에 가게 되면, 오전 + 오후 관광을 끝내고 적당히 쉬러 간다는 느낌으로 딱 가면 좋을 관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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