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대치 스시소라 (이젠 안녕,사요나라)
대치 스시소라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4동 삼성로85길 33
시간 : 런치 1부 11:30 ~ 12:50 / 2부 13:00 ~ 14:20
시간 : 디너 1부 18:00 ~ 19:50 / 2부 20:00 ~ 21:50 (주말 디너 (1부 : 17:30 ~ 19:20 / 2부 : 19:30 ~ 21:20)
가격 : 런치 5.0 / 디너 8.0
글에 달리는 댓글이나 개인적으로 오는 쪽지를 받다보면, 더 잘 아시면서도 겸손한 분들이 참 많으시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고, 더 겸손히 그리고 솔직하게 내 수준에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듯 하여 감사할 따름이고, 지금단계에서는 그냥 오마카세 초보자의 일기 정도로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고, 앞으로 더 성장하는 글을 보여드리고 싶다.
들어가며
샌드위치 기법은 실생활에서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할 때 자주 쓰이는 기법 중 하나이다. 무작정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후, 현재 잘하고 있는 것, 혹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을 넌지시 얘기하여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킨 후, 뒤이어 문제점을 "객관적"이고, 상대방도 "납득할 수 있게" 전달한 후, 마지막으로는 그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잘 해 왔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전망으로 마무리하는 것.
그렇다면 이 글도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적용해서 조심스레 전개해나가려고 한다. 그럼 다음과 같은 순서가 될 것이다.
1. 스시 소라가 걸어 왔던 길, 그리고 스시 소라의 장점'이었던' 것
2. 스시 소라에 느낀, 전반적인 아쉬운 점
3.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감정적인 비난이 아닌,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던 스시소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참고해가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1. 스시 소라가 걸어 왔던 길, 스시 소라의 정체성
스시 소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대표인 코우지 셰프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건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하기로 하고, 브랜드 자체에만 집중하려 한다. 스시 소라는, 코우지 셰프가 대중성을 모토로 런칭한 가게로 '스시 코우지'시리즈의 셋째이다. 즉, <스시 코우지 - 스시 시오 - 스시 소라>의 라인업이 완성된 순간이었으며, 둘째 형이었던, 현재 '스시 시오'는 '스시 카이세이'로 바뀌어 현재의 삼형제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2018년 5월 25일>
점심 11만원, 저녁 22만원에 달하던 가격을 각각 4만5000원, 7만원으로 확 낮췄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성 있게 다가가고 싶다”는 코우지 셰프의 생각 때문이다.
[출처: 중앙일보] [먹자GO] 스시를 배부르게 먹고도 5만원…가성비·가심비↑ '미들급 스시야'
https://news.joins.com/article/22654087 (백수진 기자)
백수진 기자님이 2018년에 기사를 쓰셨는데, 스시 소라의 오픈은 2018년일까? 놀랍게도 전혀 아니다. 스시 소라가 2017년 6월에 정식 오픈한 것을 다른 블로그에서 알 수 있었고, 이 때의 디너 가격은 7만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의 가격치고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2020년, 3년이 지난 지금, 스시 소라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첫째, 스시 소라의 형제들이 더 많이 생겼다. 광화문, 마포, 대치 총 3개의 스시 소라 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네이버 예약이나 포잉 예약을 하면 4.5에 제공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나 지금이나, 숫자로 표시되는 가격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드위치에 공을 이렇게 많이 공을 들이는 것은, 다른 업장과 비교했을 때 상실해버린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스시 소라의 장점을 늘어놓자면, '과거에는' 분명 잘 관리된, 안정된 맛을 제공할 수 있는 미들급 스시야 지평을 열었고, 오마카세가 그렇게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어느정도 공헌을 한 것이다.
당장 17년만 하더라도 미들급의 스시야가 여러 군데 있긴 했지만(서래마을, 공덕 등등), 오늘날처럼 많은 것은 결코 아니었으며, 이곳은 코우지 셰프의 말대로 나같은 '학생'도 대중성 있게 오마카세에 입문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업장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2017년에 처음 스시소라 대치에 방문했을 때는 상당히 만족했고, 주변에서 오마카세 추천이 들어오면 별 고민없이 스시소라를 추천했다. 그 이유는 개인 오마카세처럼 맛의 편차가 큰 것도 아니며, 가릴만한 재료도 나오지 않아 처음 방문하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 스시 소라에 느낀, 전반적인 아쉬운 점
하지만, 화제를 바꾸어 B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하자면 스시 소라에서 나오지 않는 괜찮은 재료가 이제는 '수많은' 경쟁 업체에서 제공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이제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고 느껴진다. 특히 런.치
시대가 변했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변했고, 오마카세라는 음식은 입지를 달리하고 있다. 스시뿐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오마카세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으며, 과거에는 업장이 많지도 않았고, 유튜브가 그리 핫했던 것도 아니라, 어느 업장이 어떤 네타를 사용하는지를 오마카세에 큰 관심이 없으면 알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를 5분만 들여다보면, 런치와 디너에는 어떤 네타(생선)이 나오는지, 샤리(밥)의 상태는 어떤지를 쉽게 체크할 수 있고, 내가 이 가격에 먹어보지 못한 생선을 다른 가게에서는 저 가격에 팔고있어?라는 것을 큰 노력없이 확인할 수 있다. 즉, 코우지 셰프가 원하는 대로 스시의 '대중화'가 일어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우리의 세상은 상대평가이다. 2017년과 비교해서 지금 2020년, 서울의 미들급 스시야는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맛깔난 재료를 내놓는다. 경영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한된 재화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지금이 더 즐겁다. <스시 우미>의 경우에는 런치 4.0 디너 6.0의 구성이며, 네타(생선)의 구성, 중간 요리의 상태도 훨씬 괜찮다. 물론,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어 아이돌 콘서트보다 수강신청이 더 빡세다는 <스시도우> 런치 4.0, 디너 6.0에게도 가격이나 구성적인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공정한 비교를 하기 위해 9월 스시도우 수강신청 완료/ 참고로 9월부터 스시도우는 런치를 평일에 제공하지 않고, 주말 런치는 6.0이다. 사실상 6.0으로 굳어진 셈)
그렇다고 해서 미들급만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또 아니다. '엔트리'급과의 가격 경쟁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데, 인터넷 수강신청보다 더 신청이 빡세다는 <여의도 - 아루히>는 런치 3.0, 디너 3.5(주류 필수)이며, 이 체급과의 경쟁에서도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냥 까기만 하면 억까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 실제 예전에 방문했었던 스시 소라의 런치 구성을 보면서 찬찬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무난했던 메뉴. 해조류에 버섯이 올라가있었다.
나쁘지 않았던 첫 피스. 다만 초밥을 먹고 났을 때 다소 질감이 있어 샤리(밥)이 먼저 없어지고 네타(생선)만 남았는데, 이 과정에서 셰프에게 밥의 양을 늘려 달라고 하였다.
아까미(참치 적신). 즈께(간장절임)가 됐는지는 가물가물하다.
그냥 무난했던 맛. 맛이 닝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처음 스시소라를 방문했을 때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때가 디너였던 것도 이유가 있을지도?
가장 아쉬웠던 메뉴이다. 5.0 코스에 어마어마한 생선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새우(아마에비)가 나올 줄 알았지만 홍새우(셰프님 말로는)가 나왔기에, 단새우가 제공되지 않느냐 물었고, 이날 런치에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날만 그랬는지, 원래 런치에 단새우가 나오지 않는지는 모르므로 말을 아끼겠다) 혹시 몰라 글을 쓰는 지금, 다른 업장 리뷰도 여러개 찾아봤는데, 더 저렴한 엔트리급 디너에서도 (3.5) 우니 + 단새우는 제공되고 있었다.
오마카세의 매력은 일반 판초밥에는 나오지 않는 생선을 맛볼 수 있다는 건데, 그런 점에서 새로 오마카세를 접하는 이들에게 새우의 새로운 맛을 알려줄 수 있는 단새우가 빠진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익힌 새우, 칵테일 새우 등의 퍽퍽하고 찐 새우의 맛에 익숙했던 나에게 새우의 다른 맛을 알려준 것도 단새우였고, 어릴적 아버지랑 동해 어느 항구에서 먹은 <오도리>의 맛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도 단새우 초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혼자 간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에게 오마카세를 간단히 소개하기 위해 간 자리라 더 아쉬웠던 것일수도 있다.
주는 대로 먹는 '오마카세'에 가서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는 모양새가 영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약간의 아쉬움정도는 늘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다소 길게 적어보았다.
뒤이어 나온 초밥. 맛은 평범했다.
한치로 기억한다. 밥알이 떨어진 것을 접시 그릇에서 볼 수 있겠지만, 밥이 그렇게 촘촘하게 잘 뭉쳐지지 않았다. 다른 하나의 불만 사항은, 냄새를 잡기위해 <유자>만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메뉴에도 끊임없이 <유자>가 올려졌는데 자연스레, 다양한 맛을 내지 못하고 유자맛으로 단조로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등어 한 토막. 다 먹지는 않았고 맛만 보고 옆에 두었다.
앞에 나왔던 적신이랑 큰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했던 한 피쓰.
이 날 가장 괜찮았던 우니 비빔밥. 녹진한 맛은 없었지만, 네기토로랑 우니의 조합은 무난무난했던 것 같다.
카스고로 추정되는 녀석. 小鯛. 한자만 보면 미니 도미인데, 이건 찾아보니 스시 코우지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메뉴였다. 즉 오늘 나온 라인업에서는 꽤 신경을 쓴 재료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맛 자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구운 금태가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엔트리나 미들급에서도 이제는 제공하고 있는 생선이니 말이다. 물론 이것도 좋은 재료임은 알고 있지만,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더 놀랍게 느껴졌던 것은 금태 구이었다(개인적인 의견)
사바보우즈시(고등어봉초밥)이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고등어봉초밥의 맛은 눅진한 고등어의 맛과 이를 잡아주는 다른 재료들의 팽팽한 신경전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고등어의 맛 자체가 아무런 눅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등푸른생선(히카리모노)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쉬웠던 찰나에, 고등어조차 맛이 느껴지지 않아 슬펐던 마무리였다.
그냥 장어. 몇몇 구글 리뷰에는 가시가 나왔다는 리뷰도 있었는데, 이 장어에는 다행히 가시는 나오지 않았고, 그냥 오마카세의 마무리를 알리는 평범한 맛이었다.
셰프님이 말아준 마끼. 김도 보통 안의 재료도 보통.
생생우동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우동. 불침번이 끝나고 먹었던 생생우동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교꾸와 디저트. 우동과 함께 인상깊게 먹은 것은 마지막의 셔벗이었다. 달달하니 맛있었다.
굳이 전반적인 식사의 소감을 일본어로 적어보자면, 微妙だった. 한자만 놓고 보면 미묘인데, 일본에서의 사용법은 한국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적어도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일본인 친구들과 사용한 이 단어의 사용법은 한국의 '미묘'와는 달랐다고 느꼈다). 뭔가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있는 맛을 묘사할 때 주로 사용했었는데, 이 날의 식사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3. 글을 마무리하며
길게 B를 늘어놓았으니 다시 A로 돌아와야하는데 너무 B를 길게 뺀 것 같아 어떻게 A'로 돌아와야할지 고민이다. 애정이 있으니까 까는 것이라는 말도 있듯이, 오마카세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겨 주었던 스시소라가 두 번째 방문 때 다소 아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길게, 브랜드의 역사에 대한 정보까지 찾아가며 긴 글을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갈 일은 없을 것 같고, 누구를 모시고 갈 일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분명 유튜브에서는 "스시소라 - 마포점 점검 방문" 등의 컨텐츠를 통해 코우지 셰프는 스시 소라에 대한 관심을 끝없이 보이고 있음을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우지 셰프는 브랜드 오너로서의 행보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우지 셰프의 노하우나 기본기가 있고, 충분히 대장이 관리를 쏟고 있는 것이 잘 드러나는 업장인지라 분명히 더 나은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그것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기억속의 고마운 스시소라는 추억 속에 묻어두어야할 것 같다.
"스시소라,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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