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광화문 오가와 (첫 오마카세의 추억)
광화문 오가와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새문안로5길 19
시간 : 런치 1부 12:00 ~ 13:00 / 2부 13:10 ~ 14:10
시간 : 디너 1부 18:00 ~ 20:00 / 2부 20:00 ~ 22:00
가격 : 런치 5.0 / 디너 7.0
서울의 오마카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축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런치와 디너, 가격 차별의 X축, 비교적 새로운 체인형 오마카세라는 Y축.
예를 들어, <새마을 식당>의 주력 메뉴는 '열탄 불고기'이지만 따로 브랜드를 런칭해 '고급 열탄불고기'를 팔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마카세는 완전히 다르다. 체인형 오마카세는 네타(생선의 종류)를 기준으로 아래와 선을 그어버리는 경향이 짙다. 즉, 상위 엔트리의 생선은 하위 엔트리에 제공되지 않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스시 코우지 - 스시 카이세이 - 스시 소라>의 엔트리.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하는 코우지가 가장 상위엔트리이며, 스시 소라는 입문 오마카세로 스스로를 확연히 구분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 나오는 네타의 차이가 먼저 눈에 보일 것이다.
<광화문 오가와>에 대한 리뷰인데 왜이렇게 서론이 기냐면, '체인형 오마카세'와 '개인 오마카세'를 구분해야 제한된 재화로 합리적으로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보통, 구성도 디너가 낫고, 특히 보기 힘든 식재료일수록 디너에 제공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건 전부 일반적인 X축에 대한 이야기이다.
'런치 5만원'을 지불하고 '개인 오마카세'에서 먹을 수 있는 괜찮은 재료를 '체인형 오마카세'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1편인 스시우미도 스시 시미즈의 동생 브랜드.
그런점에서 <광화문 오가와>는 오마카세를 입문하기에 꽤나 괜찮'았던' 집이다.
(2017년 7월 기준) 지금은 더 저렴한 엔트리급이 많아지긴 했다.
오마카세마다 쓰는 재료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찌보면 가장 기대하며 먹는 메뉴. 11월의 어느날, 계란찜 대신 내장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맛있는 전복죽도 나쁘지 않았다. 지하 1층 상가가 꽤나 쌀쌀했는데, 고객의 입맛을 돋우면서 앞으로 나올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하는 괜찮은 시작이었다.
첫 초밥은 오마카세 업장에 대한 첫인상이 좌우되는 시간이다. 다소 불편한 것이 있다면(밥의 양, 와사비 세기) 주저하지 말고 말하도록 하자. 그냥 주는대로 먹을 심산이었으면, 낙성대 입구의 <김태완 스시>를 갔을 것이다. 무난 깔끔했다.
뒤이어 나온 <적신 - 아까미> 츠케를 해서 꽤 길게 자른 후 칼집을 준 모습이었는데, 맛은 무난했다. 비린 맛도 크게 없었고, 그냥 참치 초밥을 먹은 느낌. 나쁘지 않은 참치초밥을 이 가격에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오마카세만의 매력이다.
뒤이어 나온 방어. 사실 방어는 회로는 즐기지만 초밥으로는 잘 즐기지 않는다. 뭔가 고소함이 덜하기도 하고, 초밥으로 먹을 것이면 참치라는 훌륭한 친구가 있기 때문에. 아직 방어의 살과 고소함이 올라오지 않은 11월이라 그냥 그랬던 것 같다. 12월이 넘어가 대방어가 본격적인 제철이 오면 좀 더 나을지도.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이곳이었다. 바로 우니. 광화문 오가와는 아낌없이 우니를 얹어서 제공하고 있었다. 모양은 조금 뭉개지긴 했지만, 그래도 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사실 광화문 오가와를 오마카세 입문 극초반에 간지라 상당히 신기한 메뉴였다.
이어 나온 <장어> 양념이 꾸덕꾸덕 발린 피날레가 아니라, 중간으로 꽤나 담백한 장어가 나왔는데, 이것도 오가와의 특징이려나. 맛도 부드러웠고, 장어 자체의 두께도 나쁘지 않았고, 식감도 좋아 만족하며 다음 초밥을 기다릴 수 있었다.
이 날의 두 번째 참치 초밥 <쥬도로>. 보통 일반적인 오마카세에서 제공되는 참치 부위는 <아까미 - 쥬도로 - 오도로> 정도인데, 미들급에서는 쥬도로까지 기대하는게 일반적이다. 오도로는 디너나 하이엔드로 올라가야 나오는 메뉴이고, 사실 초밥을 막 배우기 시작한 단계에서는 쥬도로도 미뢰의 지방맛을 살포시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뒤이어 등장한 초밥은 <도미-타이>. 사실 도미와 광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흰살 생선 중 하나인데, 광어와 도미의 가장 큰 차이를 고르라면, 바로 '껍질'의 있고 없음이 아닐까? '마쓰까와'가 살짝 된 도미 초밥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도미가 광어에 비해 살이 좀더 탄탄하기는 하지만, 껍질이 더해진 도미초밥은 광어초밥보다는 한 단계 높은 우아함을 자랑한다.
<조개 - 관자>
광화문 오가와는 메뉴의 힘을 주고 빼는게 꽤나 확실한 가게이다. 무슨 말이냐면, 횟감의 강약 구성(가격)이 확연해서, 체인형 오마카세에서는 나오지 않는 중고급 재료를 맛 볼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일반적인 오마카세에 나오기에는 급이 살짝 떨어지는 생선도 나온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제한된 5.0에서 구색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시도이긴하다.
관자도 칼집을 섬세하게 넣어 힘줄을 제거한 점, 그리고 위에 발린 소스도 일품이었다. 밥알과 함께 남는 것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넘김이 일품이었다.
'강함'으로 장식된 메뉴의 마지막. 바로 '전복'이었다. 잘 손질된 전복을 이렇게 먹고 나면 늘 집에 오는 길에 아쉬움이 든다. 오동통한 식감과 함께 약간의 짭조름함,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같이 제공되는 내장소스(게우소스)까지. 하나의 식재료가 한 편의 오마카세의 조화로움을 잘 담고 있어 참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지 않은 <등푸른 생선>친구. 아마 '전갱이'었던 것 같다. 그냥 무난했던 맛. 개인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먹은 청어 초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스시도우 이야기)
광화문 오가와의 강한 메뉴는 여기까지이다. 여기까지 맛보면서 5.0에 이런 다양한 식재료가 제공된다는 것에 놀랐지만, 이제부터 나오는 메뉴는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 아쉬웠지만, 중-중 보단 강-약이 더 오래 기억되긴한다.
뒤이어 나온 것은 '한치'였다. 개인적으로는 입에 꾸덕한 맛이 강하게 남아 좋아하지 않지만, 이 가격대의 런치라면 잘 등장하는 메뉴이다. 미리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이것 대신 다른 생선으로 바꿨겠지만, 주어진대로 먹는게 또 오마카세의 매력 아니겠는가. 위에 올라간 데코레이션이 귀여워서 눈요기로 맛있게 먹었다.
이제 나오는 두 피스는 사실 판초밥에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메뉴이기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넣은 생선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오마카세에 연어 초밥이 이렇게 나온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고, 새우또한 '단새우'가 아닌 통통한 '판초밥새우'가 나와 그냥 아무 감흥없이 먹었던 기억.
마지막으로 제공된 고등어마끼. 스시소라의 런치 고등어 마끼가 밍밍해서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곳은 꽤 눅진한 맛이어서, 앞의 두 피스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주었다. 오마카세와 판초밥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등푸른 생선이니, 전갱이나 전어 같이 약한 친구부터 시작해 조금씩 즐기는 걸 조심스럽게 추천드린다.
정말 마무리를 알리는 계란말이 초밥. 그냥 무난했던 것 같다.
앵콜 스시가 제공되지는 않았다. 앵콜 스시(노차지로)를 제공한다면, 장어 초밥을 다 먹어갈 때 쯤 셰프가 "무엇이 가장 맛있었는지" 물어보는데, 이건 업장에 따라 다르니 앵콜 스시가 나오지 않는다고 너무 아쉬워 하지는 말자. 앵콜 스시가 나오지 않는다면 보통 소바나 우동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찐막으로 샤베트 종류가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총평
분명 이곳은 좋은 오마카세이다. 과거의 가격 (런치 5.0)이긴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체인형 오마카세 5.0에서는 충분히 맛볼 수 없는 특색있는 재료도 있었고, 접객 분위기,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2017년 기준)
굳이 아쉬운 것을 꼽자면 뒤로 갈 수록 손오공마냥 힘이 급속도록 너프되는 네타 구성이었는데, 이건 장점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궁여지책이니 굳이 콕집어 많은 비난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직장인이 많은 <광화문>이라는 위치에서의 장점,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한 끼 정도는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가격, 그리고 괜찮은 재료가 몇 개 나온다는 점, 마지막으로 숙련된 세 분의 셰프가 급하지 않게 손님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광화문 오가와는 직장인이 시간내어 먹기에는 꽤 괜찮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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