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스시 소우카이 (작은 오아시스)
서대문 스시 소우카이
보실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2023. 12. 10. 현재 런치 6.0, 디너 12.0이네요
시간참 빨라요 ㅎㅎ.. 벌써 3년전 글이라니..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북가좌2동 증가로23나길 25 (증산역, 걸어서 10분, 체감상 15분)
시간 : 런치 / 디너 가능 (예약은 네이버 예약이었으나, 다시 전화 예약 고려 중)
가격 : 런치 2.5 , 디너 3.5
들어가기
소우카이는 '滄海' 한자를 사용한다. 넓은 바다라는 뜻이다. 비록 자리는 6자리밖에 되지 않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만큼은 넓은 셰프님과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또 초밥 이야기를 하기전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이번 방문은 초밥 맛을 기록하는 것에 앞서,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 방문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셋팅. 앞에 즈케모노(절임 반찬)은 가리(절인 생강), 줄기 상추무침(이건 좀 특이했다), 락교 3종 세트가 놓여있고, 아주 기본적인 수저가 앞에 놓인다.
가장 처음 나온 챠왕무시(계란찜). 트러플 오일이 올려져있었는데, 트러플 오일보다는 다른 것들(새우,전복)이 좋긴 하지만, 맛은 무난했다. 첫 스푼보다는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계란과 섞이는 트러플 오일 맛이 한층 인상 깊었다.
첫 츠마미로 주신 광어와 광어 뱃살. 사실 네이버에서 '소우카이'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노출되는 블로그에서 광어에서 '물맛'이 났다고 비평을 남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셰프님도 그걸 보셨고, 이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돌았는지, 초밥과 생선을 주시는 내내 물맛이 나는지 계속 물으셨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생선이라는 특성상 같은 업장이라도 그날그날 들어오는 생선의 컨디션이 다를 수 있고, 셰프의 컨디션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소우카이 = 광어에서 물맛이 나는 업장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겨버릴 것 같아 안타까웠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한 층 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비평이 아닌, 비난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아주 주관적인 입맛이라는 불완전한 기준으로 가벼이 손가락과 입을 놀리는 것은 아닌지, 정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방문이었으며, 식사 내내 가볍게 던진 돌에 맞아 죽어버린 청개구리 속담이 계속 떠올랐다.
광어는 물맛을 포함해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냥 광어맛 그 자체였을 뿐, 흠을 잡을 만한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걱거리는 식감이 괜찮았던 쥐돔. 깊은 맛은 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생선을 만난 것에 대한 기쁨으로 대체되었다.
비슷하게 서걱거리는 맛이 났던 잿방어 회. 이 가격대, 계절이면 꼭 나오는 생선이기도 하다.
맛이 괜찮았던 전복찜. 게우 소스도 전혀 비리지 않았고, 식감도 괜찮고 맛있게 먹었던 두 점이었다. 따로 샤리를 내어주셔서 비벼먹었는데, 맛도 슴슴하면서 괜찮았다. 이 때 처음 샤리를 맛볼 수 있었는데, 따로 먹어도 무난할만큼 짜지 않았다. 쨍한 맛도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밥의 질감이나 간은 딱 좋았다.
살짝 아부리한 도미. 히비끼라는 표현도 있지만, 정말 구글을 이리뒤지고 일본인 친구에게도 물어봤지만, 유비끼는 들어봤어도 히비끼는 잘 모르겠단다. 그냥 불로 지지는 건 앞으로 아부리로 통일시켜야겠다. 지방의 맛이 살짝 올라오긴했지만, 겉의 탄 맛이 살짝 더 먼저 올라왔다. 역시나 불로 요리하는 건 이런 게 어려운 것 같다.
광어초밥. 역시나 오마카세의 시작은 광어나 도미로 밥의 양과 와사비의 양을 조절한다. 요건 먹고 아예 와사비를 빼달라고 요청해드렸다. 와사비보다는 소금에 찍어 먹는게 더 맛있게 느껴졌다.
이건 도미 초밥. 앞의 광어 초밥과 맛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이름부터 비싼 금태이다. 생긴 건 좀 못 생겼지만, 맛만큼은 어디가서 기 죽지 않아도 되는 귀한 생선이다. 사실 3.5를 먹으면서 금태가 나오는 건 사치라 생각하는데 요렇게 금태를 아부리해서 주셨다. 맛 자체는 맛있는 금태 맛이었는데, 불을 쬔 지방향이 뒤늦게 올라오고, 사진에서 보이듯이 탄맛이 살짝 먼저 올라왔다. 좀 더 눅진하게 입에 달라붙는 맛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금태를 오랜만에 먹은 것으로 만족이다.
츠마미로 나왔던 잿방어. 서걱서걱한 식감과 쌀알의 조화로움이 무난했다.
가리비 관자. 일전에 너무나 맛있는 가리비 관자를 먹어서 그런지 평범하게 느껴졌다. 단맛과 녹진한 맛이 뿜어져나오는 듯 했지만, 그 맛이 나오려다 그치고 말았다.
요게 아주 일품이었다. 튀긴 성대였는데, 성대라는 생선이 좀 생긴거는 못생겼지만 아주 짭쪼름하게 잘 튀겨주셨다. 생맥주랑 먹어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맛이었는데, 뒷주방에서 튀겨주는 매니저님의 솜씨가 아주 훌륭했다. 복튀김이랑은 다른 신기한 맛이었는데, 계속 생각났다.
여름의 청어야 늘 훌륭한 식감을 자랑하니 장황한 설명을 필요없을 듯하다. 가시가 있을까바 칼집을 잘게 내어주신 것이 인상깊었다.
아까 성대 튀김을 부족하게 주신 것이 신경쓰였는지, 더 튀겨서 넉넉하게 우니와 함께 비벼주셨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렇게 많이 주셔도 되는가 잠시 생각이 들었지만, 넉넉히 주시는 인심에 감사해하며 맛있게 먹었던 비빔밥이었다.
필승 조합. 단새우 + 성게 + 살짝 구운 김. 전에 일식집에 먹은 것에 비하면 우니도 그렇고 훨씬 듬뿍듬뿍 올려주셔서 맛있게 먹은 한 점이었다.
요건 전갱이. 고등어를 기대했는데, 고등어는 마지막에 봉초밥으로 나왔고, 초밥으로는 전갱이를 쥐어주셨다. 요 며칠 비가와서 그런가 관자도 그렇고 뭔가 재료를 먹으면서 느낀 최고의 맛은 나지 않았고, 그냥 일반적인 전갱이의 맛이었다.
요건 줄무늬 전갱이. 이건 서걱서걱한 맛에 먹는 초밥이라 회랑 큰 맛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았던 한치 초밥. 정성스레 낸 칼집과 위에 뿌린 유자 제스트의 조화가 괜찮았다. 입에 적당히 달라붙으면서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멕시코산 축양 참치. 보통 스페인산이나 멕시코산을 많이 쓰는데, 미리 요리하기전 즈께를 해놓으신 걸로 한 피쓰를 만들어주셨다. 입맛이 초딩입맛이라 피맛이 강한 자연산보다는 아직은 이런 축양 참치가 입에 맞는 것 같다.
마지막을 장식한 고등어 봉초밥. 칼집과 함께 위에 뿌려진 유자 제스트로 고등어의 비린 맛을 좀 잡을 수 있었다. 등푸른 생선 특유의 깊은 눅진함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셰프님도 아직 고등어가 맛이 완전히 올라오진 않았다고 아쉬워하셨으므로 요건 다음에 더 맛있게 먹어보는 것으로.
메밀 함유량이 높아 툭툭 끊어지던 소바. 심심하니 식사를 마무리하기 나쁘지 않았다.
직접 만드셨다 했는데, 폭신폭신하니 아주 잘 만든 카스테라의 맛이 나서 식사를 맛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절반은 남겨 밑의 아이스크림에 찍어먹었는데, 따로 팔아도 충분히 사서 먹을 것 같은 맛이었다.
너무나 맛있어서 다 먹기가 아쉬웠던 아이스크림. 이것도 따로 파시면 좋을텐데 ㅎㅎ
앵콜로는 광어와 도미를 주신다고 해서, 도미를 선택했다. 다시 봐도 3.5 코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생선들을 풀코스로 주시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앵콜까지 주시니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나가기
셰프님이 초밥을 쥐어주시는 내내 생선에서 물맛은 나지 않는지 물어보셨다. 사실 입맛이라는게 사람마다 참 다른거라 어느 것이 정답이라 확실히 말은 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이 날은 생선 자체가 심심하긴 했어도, 물맛(도대체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지만)은 전혀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느낀 바를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키보드 타이핑 몇 자로 가벼이 평가하는 게 과연 가당키나한지, 식사 후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던 오마카세 기행문이다.
고객을 생각하는 서비스, 넉넉한 입담까지 어쩌면 이만한 가격에 아직까지 맛보다는 분위기나 가볍게 생선의 종류를 알아가고 싶은 오마카세 입문자가 부담없이 방문해 즐기기에는 최고의 업장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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