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보라매 상남스시
보라매 상남스시
위치 : 서울특별시 동작구 신대방동 361-50
시간 : 런치 / 디너 가능 (전화 혹은 문자 예약)
가격 : 런치 2.5 , 디너 3.5
들어가기
보라매 공원에는 유명한 두 스시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오늘 다녀온 상남스시이다. 괜찮은 가격에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초밥이 먹고 싶다는 친구J와 함께 다녀오게 됐다.
골목으로 들어오면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상남스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기본 셋팅은 이정도이다. 데부끼(손수건)이 따로 준비 되어 있지 않았고, 냉장고에도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굳이 요청은 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식사를 진행하였다.
챠왕무시(계란찜)대신에 나온 토마토와 양파 샐러드. 토마토도 좋은 걸 쓰시는지 식감이 살아있어 샐러드의 식감이 좋았고, 양파 또한 소스와 함께 단맛이 올라와 식사 이전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츠마미로 가장 처음 나온 전복(무시아와비)와 게우소스. 요즘 이렇게 미리 샤리와 함께 게우소스를 주는 곳이 많은데, 사실 2만 5천원에서 전복이랑 이래저래 손이가는 게우소스를 먹을 수 있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바로 전에 다녀온 소우카이도 전복을 주셨는데, 전복의 맛이나 질감은 소우카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같이 먹으라고 내어주신 샤리는 크게 소금이나 식초의 맛이 나지 않았다.
참고로 이 때 느꼈지만, 밥의 상태가 상당히 질다. 본인이 된밥을 좋아한다면, 약간 질다고 느낄 수 있으니 나중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첫 점으로 나온 광어. 아까 전복을 먹어보고 샤리가 좀 질다고 생각했는데, 네타인 생선도 다소 부들부들했다. 뒤에 나올 시마아지에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나온 도미 그냥 도미의 맛이었다.
전갱이. 등푸른생선(히카리모노) 특유의 눅진함보다는 그냥 음... 이런게 푸른 생선이 초밥으로 나오는구나 정도를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비린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의심했던 대뱃살. 이 가격에 이런 재료를 쓰신다는게 놀라웠다. 요건 초밥보다는 따로 사시미로 먹으면 더 맛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이 됐다.
서걱거림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웠던 줄무니 전갱이(시마아지). 사실 줄무늬 전갱이 특유의 서걱거림을 기대했는데, 밥의 부드러움과 함께 시마아지가 오히려 부드럽게 넘어가버려서 새로운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피스였다.
요건 삼치. 토치에서 바로 아부리를 해서 주셨는데, 삼치 자체는 차가운 회의 느낌이 남아 있었는데, 아부리 된 부분은 뜨거워서 차가운 맛과 뜨거운 맛이 약간의 대립각을 세우는 맛이었다.
잿방어. 잿방어는 위에 올라간 유자소스의 맛이 일품이었는데, 장어초밥이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의 1픽은 잿방어를 고를 수 있을 정도의 맛이었다.
근의 공식마냥 공식화된 단새우 + 우니 조합. 금액대가 2만원인지라 단새우 자체의 크기나 맛은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아까미. 이것도 따로 초밥보다는 사시미로 먹으면 더 맛있을 듯하다.
미리 새우의 모양이 휘지 않도록 꼬치에 끼워 삶아놓으신 흰다리 새우. 오마카세에서 그냥 흰다리 새우가 나오는 일은드물지만, 가격대도 그렇고, 구성의 개수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메뉴이다. 그리고 도매 재료를 쓰시는 것도 아니고 직접 나무 꼬챙이로 정성스럽게 삶으시는 정성에 더 맛있게 먹었던 초밥이다.
사실 이걸 먹으면서 옛날에 아버지와 마트 초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괜시리 울컥했었다. 그냥 어린 시절에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사이좋게 마트 초밥 코너에 가서 북방 조개도 담아보고, 새우도 담아보고, 종이 상자에 담아오던 그 시절이 생각나는 맛이어서 그럴까. 글을 쓰는 지금에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맛이었다.
앞으로도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 이곳의 흰다리새우 초밥이었다. 미스터 초밥왕에도 나오지만, 언제나 맛있는 고급 재료와 고급 기술만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다시 꺼내줄 수 있어서 고마운 한 피쓰였다.
이것도 아버지와의 추억이 생각나는 맛. 재수생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에 학교 가는길에 있는 어느 장어집에 가서 맛있게 먹었던 민물 장어의 맛이 생각났다.
쫄깃쫄깃함과 함께 잘 발린 소스의 맛이 일품이었는데, 오마카세에 많이 나오는 부드러운 장어보다, 이렇게 식감있는 장어를 먹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졌다.
갑자기 김을 펼치시더니 남은 자투리 재료를 다 넣어 만들어주신 인심 좋은 후토마끼. 안에 들어간 재료의 종류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참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맛있는 후토마끼였다.
소바 맛도 좋았다. 위에 김이 올라가 면만으로는 심심할 수 있었던 국물에 씹히는 식감도 더해주었다.
나가기
하나, 사진에는 빠져있지만, 금태초밥도 나왔는데, 맛은 금태 초밥의 맛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단 된 밥보다는 진 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좀 더 어울릴 것 같은 오마카세이다.
그리고 소우카이와 가격대도 똑같은만큼 나오는 생선도 비슷하지만, 셰프님이 한 번에 9명을 담당하다보니까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테이블의 고객에게는 신경을 쓸 수 없는 구조라, 정말 왕초보가 생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셰프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곳보다는 소우카이가 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전에 코우지 셰프의 유튜브에도 나온 에피소드이지만, 이날 같이 식사를 한 친구가 왼손잡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초밥을 오른손잡이 방향으로 놓아주셔서 초밥을 먹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예전에 가벼운 생각으로 본 영상이었지만, 오늘 식사를 하고나니 사소할 수도 있는 지점까지 신경쓰는 코우지 씨의 섬세함에 적잖이 감탄했던 하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악구에 살면서 판초밥이 아닌 오마카세의 구성이 궁금하다면 방문해 볼만한 오마카세 가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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