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용산 스시우미 (입문용으로 매우 추천)
용산 스시우미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410
시간 : 런치 12:00 / 디너 1부 18:00, 2부 20:00 (콜키지 종류별 추가 차지)
가격 : 런치 4.0 / 디너 6.0
들어가며
서울의 스시야는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단계별로 공략하기 위해 엔트리를 분화해서 내놓고 있다. 글을 정리하며 네타로 나오지 않은 생선들이 아쉬워서 더 찾아보니, <스시우미>의 상위 브랜드 <스시시미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오가와 편>에서도 나오지만, 런치와 디너라는 X축 변수만 고려해서는 온전한 대접을 받기는 이젠 힘들어보인다.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더라도 1인 오마카세에 갈지, 안전하게 체인형 오마카세에 갈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고객의 몫.
체인형 오마카세라면 유튜버로도 활동중인 코우지씨의, <스시코우지> - <스시카이세이> - <스시소라>의 엔트리. 맛이나 구성은 보장되어 있으나, 엔트리는 구성이 아쉬울 수도. 그런 점에서 전에 먹었던 개인형 오마카세 <매봉역 - 스시강지문>은 확실히 1인이 운영하는 스시야라 구성이나 네타의 수준이 미들 오마카세에서는 잘 구경하기 힘든 생선들이 많다. 구운 금태라던지, 피조개 스시라든지 등등. 혜자스럽고 구성도 다양하다.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다.
블로그에도 있는 광화문 오가와는 강약 조절이 차이가 난다. 달리 말하면 네타(생선)의 편차가 좀 있다. 하지만 스시우미는 중-중-중의 느낌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다르게 말하면 아주 무난한 생선들의 향연이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둘 중에 뭐가 나은지는 취존.
푸르지오 서밋 지하 1층에 위치한 스시우미의 입구는 찾기 어려운 지점에 위치해있었고, 해리포터 비밀의 방 마냥 아무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채 미닫이식 문으로 대문을 장식해놨다. 나무, 혹은 쇠로 된 현판을 찾을 수 없었는데, 내가 못 본 것인지, 아님 정말로 없었던 것인지? 요즘 트렌드인가 싶기도 하다.
아, 오마카세를 처음 가게 되면, 조금 일찍 도착하더라도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문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거나, 혹은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정시, 혹은 1분 정도 전에 직접 점원이 문을 열고 나와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문을 열었다가 괜히 반주를 한 잔 마시기도 전에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지는 일을 겪지 않았으면.
(맥주로도 충분하니까)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가게의 전반적인 공기(분위기)이다. 어느 자리에 안내 받을지, 도마 위에 준비한 생선은 무엇인지를 훑어보며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린다.
그런 우리를 가장 처음 맞이하는 것은, 따뜻한 손수건과 챠왕무시(계란찜)그리고 츠마미(안주)가 아닐까. 광화문 오가와의 계란찜은 전복 내장을 이용한 소스와 말캉하게 씹히는 전복의 속살이 아주 일품이었다. 스시우미의 계란찜은 새우가 올려져있었고, 맛은 평범했다.
뒤이어 나온 것은, 광어와 도미 사시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마카세는 정해진 큰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독창적인 변주를 시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지지 않는 큰 틀이 있다면, 계란찜 - 사시미 - 흰살 생선 초밥 - 새우 - 참치 - 등푸른 생선 - 장어의 라인업의 대략적인 순서가 아닐까.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흰살 생선을 무엇으로 준비할지, 새우는 어디에 배치할지, 조개류는 어디에 넣을지를 정할 순 있지만, 시작하자마자 고등어 초밥을 내놓는 오마카세는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광어와 도미는 아주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사시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휴가 때 허겁지겁 먹은 코스트코의 광어회와는 다른 깔끔함. 오마카세와 일반 초밥집의 가장 큰 차이를 고르라면 비린내의 유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스시우미의 <도미,광어>는 나쁘지 않았다.
손을 깨끗이 씻은 뒤, 간장을 살짝 찍은 뒤 목구멍으로 넘기니, 확실히 광어보다는 도미가 맛이 좀더 단단했다. 여튼 눈을 뜨고 먹는 도미는 확실히 광어보다는 조금 더 맛있는 생선임에 틀림없다. 숙성(코부지메)도 튀는 향이 없었다.
뒤이어 나온 고등어 구이. 사실 초밥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이드 디쉬를 기대하는 재미도 있는데, 고등어 구이는 중간 이상이었다. 아주 부드러운 식감에 같이 나온 폰즈까지 더할나위 없는 맛이었다. 본인이 배가 작다면, 곁들임 음식은 살짝 맛만 보고 내려놓는 것도, 오마카세 전체를 여유있게, 음미하기 위한 방법이다.
차조기튀김 + 참치와 문어 숙회였다. 특히, 문어가 가장 인상깊었다. 문어라는 것은 자고로 10번을 씹어도 입에 남는 그 땡땡하면서도 질긴 식감을 자랑하는데(경상도 제사 문어), 얘는 매우 부드러웠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질감을 보여주었다. 난 적당히 잘 익은 통영식 문어숙회가 더 좋긴하다. 신기한 맛이긴했다.
익숙한 첫 초밥은 흰살 생선 초밥. 판초밥과 오마카세의 차이는 무궁무진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샤리(밥), 네타(생선). 좀 더 들어가자면 샤리와 네타 사이의 풀때기ㅎㅎ(보통은 실파, 차조기,차이브) 위에 뿌리는 유자즙 등등의 약간의 디테일에서 갈긴다. 그런 크고 작은 차이가 모여 한 가게의 아이덴티티를 이루고, 기억에 남는 오마카세와, 그저 그런 오마카세를 가르지 않을까?
스시우미의 구글 리뷰에는 샤리가 꽤나 간이 강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도 매우 간이 강했다.
먹다보니 익숙해져서 괜찮았지만, 첫 초밥치고 훅 들어오는 맛이었다. 마치 수학 1번 문제부터 4점짜리 문제를 만난 기분이랄까? 첫 초밥은 요리사와 손님 간 의사소통의 도구와 같다. 밥의 양은 적당한지, 와사비 양은 적당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솔직히 첫 초밥을 먹고나서 밥의 양을 줄여야할 지 고민했지만, 그대로 먹기로 결정했다.
이건 뒤이어 나온, 흰살생선 튀김과 꽈리고추. 중간중간 나오는 메뉴들의 다양성이나 구성은 미들급 중에서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오징어 다리 튀김과 바지락이 들어간 제첩국 스타일의 국(스이모노). 다 먹고 나서 생각해보니 오징어 튀김이 어째 기억에 남았다. 겉바속촉 튀김의 절정이랄까?
다음 생선은 <잿방어>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방어>는 겨울이 제철이지만, 방어의 친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시리>는 오히려 여름에 많이 먹는 생선이다. 아직 제철은 아닌 <잿방어>(10~11월)이지만, 뭐 방어나, 부시리나 잿방어나 맛만 좋으면 그만.
방어는 초밥으로는 크게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아 오마카세에 방어가 나오면 슬퍼하지만, 잿방어는 또 처음이라 기대하며 먹었지만 맛은 평범했다. 눅진한 것도 아니고, 깔끔한 맛도 아닌, 중간에 위치한 맛?
다음 친구는 <성대>이다. 일반 초밥집에서는 나오지 않는 친구이지만, 미들급 오마카세에 가면 시험장의 ABC초콜렛마냥 꼭 나오는 친구이고, 자매품으로는 <두줄촉수>등이 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막상 맛은 익숙한 친구. <성대>는 물 밖에 나오면 소리를 질러 이름이 <성대>가 됐다고 한다.
사실 삼치는 성격이 나같이 급한 녀석이라 물밖에 나오면 금방 죽고 만다. 그래서 활어회로 먹기 어렵지만, 다시마숙성이나 기타 방식으로 후처리를 하는 하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주기도 하나보다. 일본까지가서 오마카세를 먹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여튼 나쁘지 않은 삼치초밥이었다.
고등어의 눅진함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것 같지만, 예고편 정도로는 괜찮으려나.
뒤이어 나올 친구들은 좀 더 맛이 강해지는 친구들이다.
<단새우>초밥이다. 사실 롤에도 심해부터 천상계까지 다양한 랭크가 존재하듯이, 새우에도 밑바닥부터 천상계 새우까지 다양한 새우들이 존재한다. 2+1 행사 때 가볍게 집어드는 새우깡의 새우부터, 동해 심해에서 잡혀 오도리로 먹으면 맛이 끝내주는 특급 도화새우, 닭새우, 부채새우 등등.
어떻게 보면 새우만으로도 오마카세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새우도 참 맛도 다양하고 오묘한 녀석이다. 일반적으로 10,000원 짜리 초밥에 나오는 새우는, <초새우> (쿠팡에서도 대량으로 팔고있다★)이다.
네, 삶은 그 새우 맞습니다.
그것과 다른 이 친구의 이름은 바로바로 <단새우, 아마에비>인데, 미들급 스시야의 디너에는 꼭 나오는 친구이다. 일전에 <스시소라>에 갔을 때 런치에는 단새우가 나오지 않고 다른 일반적인 새우(홍새우)가 나와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단새우는 맛도 달짝지근하고, 약간의 끈적끈적임이 입 안 전체를 휘감는 맛있는 새우라고 할 수 있다. 스시우미의 단새우는 무려 3피스를 올려주는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었는데, 덕분에 모자람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하이라이트 스시의 후보 중 하나로 조심스럽게 마음에 올린채 뒤이어 다가오는 참치초밥 2종류를 기다렸다.
사실 한국인만큼 참치를 좋아하는 민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참치를 많이 먹는 편이지만, 보통 10,000원 이상대, 호텔 뷔페, 혹은 저렴한 참치초밥집에서 나오는 참치는 보통 <눈다랑어/황다랑어> 혹은 <황새치 같은 새치 계열>이며, 회덮밥의 큐브의 그 녀석은 <흑새치>인 경우도 허다하다.
어느 정도 가격이 아니라면 괜찮은 참치를 먹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참치는 보통 아까미(등살) - 쥬도로(중뱃살) - 오도로(대뱃살) 정도가 제공되는데, 미들급에서 굉장한 오도로가 나온 적은 아직... 보통은 아까미나 쥬도로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것 같았고,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맛.
도쿄 츠키지 시장에 놀러가 새벽부터 주섬주섬 옷을 입고나가 참치 초밥을 종류별로 맛보고 난 이후로는 참치 초밥 자체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아, 물론 뷔페에 나오는 가짜 참치보다는 분명 훌륭한 맛이다. 비린내도 느껴지지 않고, 평소보단 많은 와사비와의 밸런스도 훌륭했다. 분명, 스시우미의 초밥은 오마카세를 입문하기에는 꽤 괜찮은 초밥이다.
<빛나는 생선,푸른 생선> 시간
가장 먼저 등판한 것은 <전갱이> 일본어로는 <아지> (시마아지는 줄무니 전갱이) 큰 틀에서는 다 전갱이이다.
여름철이 제철인 생선이며, 크게 기대하지 않고 먹으면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생선이다. 고등어처럼 비리지는 않지만, 특유의 눅진함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랄까?
무엇보다 푸른 생선이 오마카세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일반 초밥집에서는 단가나 신선도의 문제로 쉬이 다룰 수 없는 생선들이기 때문이다. 등푸른 생선들은 보통 성격이 겁~나 급해서 물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린다. 식중독의 위험이 있어, 보통은 구이로 소비하는 푸른 생선들을 회, 혹은 초밥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보통 미들급(엔트리) 스시야부터.
비린맛과 눅진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요리사들, 혹은 스시 체인의 고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어떤 풀때기를 쓰는지, 어떤 소스를 쓰는지, 얼만큼 와사비를 조절하는지, 불에 그을릴지 말지... 오마카세의 하이라이트랄까.
이날,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자리를 배당받았는데, 바로 앞에 놓인 커플과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고객 모두에게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설명할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공기를 읽는다라는 일본어 속담도 있듯, 담당하는 손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어내어 개개인에게 기분좋은 추억을 남겨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든다.
뒤이어 나온 칭구는 요즘 보기 힘들다는 <청어> 이날의 하이라이트, 유튜버 모두가 이야기하는 스시우미의 시그니처.
예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저렴하게 먹은 <청어>인데, 영 보기 귀한 생선이 되어버린 녀석이다.
샤리와 네타 사이에 넣은 풀때기는 둘째이고, 청어 자체가 매우 고소하면서도 맛은 또 단단해서 매우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나온 <고등어>
고등어는 가게에 따라 큰 고등어를 김밥 말듯이 만들어 고등어초밥을 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이렇게 초밥으로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개인의 취향으로 남겨두자. 오히려 청어의 맛이 너무나 훌륭해서 고등어는 아무렇지 않았다. 인생에 기억에 남는 고등어는 쓰시마 바닷가 근처에 있는 아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고등어 회였다.
등푸른 생선 초밥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 편의 오마카세가 점점 끝을 달려가고 있다는 뜻이다. 즉 "하이라이트 스시"로 무엇을 먹을 지 생각하는 동시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날 준비를 슬슬 해야만 한다.
그래서 장어 초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쉬워서일까? 음... 하지만 맛있는 장어초밥을 한입 베어물면, 촉촉한 장어와 더불어 달짝지근하면서도 끈적한 타래소스의 조합에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만다. 스시우미의 <장어>는 평범했다.
그런점에서 <샤로수길의 텐동요츠야>의 장어는 괜찮은 편이다. 두께나 폭신함이 일본에서 줄 서서 먹은 맛집과 비교해도 밀리진 않는다.
후토마끼, 교꾸, 김과 토로 맛은 그냥 평범했다. 딱히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는 무난한 맛? 그래서 김+참치토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총평
스시우미는 마치 소개팅에 나온 아주 깔끔한 상대를 보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생강을 알아서 채워주는 섬세한 서비스, 중간중간 초밥과 초밥 사이의 맛이 섞이지 않게 그릇을 훔쳐주는 섬세함까지. 만남의 시작부터,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가는 그 순간까지 흠이라고는 딱히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이상적인 소개팅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움직일만한 5%가 부족하게나마 느껴졌다.
하트시그널2에서 여자 출연자들이 도균,규빈씨 보다는 현우씨에게 더 끌렸듯이, 오마카세는 깔끔하면서도 전형적인 맛보다는, 독특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맛이 잘 생각난다. (좋든 나쁜 기억이든)
우니, 전복 술찜이 없어서, 혹은 금태구이가 없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정말 풍성한 식사였지만, 청어를 제외하면 매우 익숙한 맛이었고, 굳이 다시 이들을 먹기 위해 스시우미를 찾아 먹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스시우미는 처음 오마카세를 접하기에 매우 괜찮은 오마카세이다. 저렇게 먹고도 6.0이면 가격도 꽤나 괜찮다. 네타의 구성도 매우 알차고(성인 남성이 배부를만큼), 중간중간 나오는 국이나 여러 요리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6만원이라면 상당히 착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소개팅에서 착한 상대방, 깔끔한 상대방에게 늘 애프터를 신청하지는 않듯, 다음에는 더 독특한 맛을 찾기 위해 다른 곳을 찾아가볼 생각이다.
처음 오마카세를 먹어보려는 학부생, 혹은 오마카세를 처음 접하는 소중한 상대방에게 오마카세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남기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 곳.
[월간 오마카세 - 스시우미]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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