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페리지, 예약도 해본 사람이 잘하더라
삼성동 페리지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예약도 잘 하는 사람이 잘 하더라"
서울에서 파스타로 유명한 페리지를 다녀온 후기입니다.
위치가 살짝 지하철역에서 애매한 거리에 있긴하나 영 못 걸을 거리는 또 아닙니다.
들어가며
블로그 운영이 거의 3년이 되어가나, 조회수에는 다소 초연해졌다. 조회수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인생에 빅 이벤트 마냥 팡팡 터져서 그런 것일까? 3년 전 비슷한 무렵에 시작했던 블로그 이웃분들 중에서 다음에서 밀어주는 집밥 블로그로 성공하신 이웃님도 계셔서 신기할 따름이다.
각설하고, 도쿄 오마카세 글은 나름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그걸 제외한 나머지 일본 음식점들 조회수는 거의 나오지 않고, 그냥 이제는 개인적인 + 지인을 위한 음식 일기장에 가끔 조회수를 곁들인..? 다이어리 정도로 보면 어떨까 싶다.
페리지라는 곳은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워낙 유명한 바위 파스타바 이런 곳들은 갈 엄두도 안 났다.
마침 방문일이 엄청 중요한 날이었는데, 새싹님이 예약에 성공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예약이 몹시 빡센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신기할따름)
걷다 보면 나오는 가게 풍경. 골목 사이에 이런 곳이? 라고 하는 위치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게는 적당히 한 10테이블 정도 있는데, 좀 많이 어둡다. 대신 조명이 강한 편. 그래서 눈에 메뉴판 잔상이 남는 그런 조도인데 그 덕분에 확실히 음식 빛이 확 사는 느낌.
식기도 적당히 무게감 있고 그런 곳이었다.
<메뉴판>
메뉴를 스윽 보고 스타터에서는 에끌레어 (8,000원) 파스타에서는 "새우가 들어간 카바텔리", 마지막으로 "라자냐"를 시켰다.
양 자체가 적게 나오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어서 충분할까..? 라는 걱정은 했지만, 사이드로 빵도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정말 필요한 선물을 하나 받을 수도 있었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몹시 잘 쓰고 있다. 도라에몽처럼 많이 들고 다니지도 않는데 가방만 딥따 크게 들고 다니긴했다... 하하핳 (공부 시작하면 책이라도 좀 들고 다닐 줄 알았지)
아 그리고 주류 주문이 필수라서 그냥 메뉴판에는 없었던 화이트 하우스 화인을 각자 1잔씩 시켰다.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으니 분명 알고 갔으면서도 아차차하는 순간이 생긴다.
특히 예약이 어려운 곳들을 저녁에 방문하면 주류 주문이 필수인 경우가 많으니 긴가민가하면 혹시 체크하고 가보시길.
그리고 테이블 수에 비해 안에 직원분들은 충분히 상주하고 있어서 금방금방 물이나 주문은 받아주었다.
가장 먼저 나온 에끌레어.
닭간?! 으...! 라고 하실 수 있는데, 글쓴이도 프랑스에서 처음 빵에 발라먹었지만 생각한만큼 그렇게 끔찍한 맛은 아니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좀 맛이 다차원적으로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살짝 비린 닭맛이 났다가, 잼과 함께 어울어지면서 위에 뿌려진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어울어져서 목 뒤로 넘어간다. 꽤 괜찮다.
저게 8,000원? 든든한 국밥(요즘 9,000원 이더라)를 외칠 수도 있으나, 기성품처럼 찍어낸 디저트류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맛있으니 속아보는 느낌으로 1개 드셔보면 어떨까 싶다.
다음 나온 파스타는 라비올로 (복수형은 라비올리... 이상 라틴어계열 6개월 배운놈)
중앙에 고인 치즈 육수 같은 것이 꽤 괜찮았는데, 본식으로 파스타 먹기 전에 사이좋게 반반 나눠먹으면 좋은 그런 맛이다. 2개는 좀 과할 것 같고 1개 정도 시켜서 나눠 드셔 보시길.
<로제 카바텔리> - 홍새우~~
약간 귀여운 파스타 면에 해당하는 카바텔리. 이탈리아 음식을 일식만큼 좋아했다면 저어기 블로그 옆에 파스타 도감 이런거 만들어서 면마다 이름도 조사하고, 이탈리아어 공부도 했을텐데 이상할만큼 유럽어 계열에는 손이 가지 않는 블로그 주인장씨..
사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 음식에는 홍새우가 나왔네? 오 홍새우! 초밥으로는 좀 그렇지만 이렇게 파스타로 나오니 칵테일새우보다 괜찮네? 나중에 요리하면 홍새우 한번 써봐야지 등의 생각을 뭉게뭉게하고 있었다.
한 입 먹어본 소감은 소스는 적당히 달면서도 매콤했던 것 같은데, 극호. 대신에 이 파스타 면 자체가 일반적으로 먹는 스파게티면에 비해 훨씬 씹는 맛이 좋고, 또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맛이 압축적이다. 소스랑 따로 노는 느낌도 없고, 적당히 들어있는 홍새우랑도 조화가 좋았다.
싹싹 먹고 나서 사이드로 시킨 빵도 조금 찍어 먹었다. 다시 와도 시킬듯?
<빵> 빵은 주문해야 나온다. 웰컴 브레드는 별도로 없음.
멸치를 이용한 ~~~ 이었는데 별로 안 비렸다. 저거 조금 바르고 먹고, 홍새우 소스 삭삭 발라 먹고 사용처가 훌륭한 빵이었따.
<라자냐> - 이곳의 라자냐는 두꺼운 느낌은 아니고, 바삭하게 한겹한겹 정성스레 쌓아올린 곳이라서 ... 찢어 먹는 맛은 있는데, 떠서 먹는 맛은 덜한 그런 느낌이다. 혹시 몰라 있을재 라자냐 검색하고 왔는데 확실히 두께감의 차이가 존재한다.
어느 집이 더 낫다 그런 뉘앙스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은 라자냐라도 해석하기 나름 뭐 그런 뜻이다.
근데 여기까지 다 먹고나니 뭔가 가까운 3년 안에 페리지를 또 올 것 같지는 않고 살짝 아쉬워서 메뉴 하나를 더 추가해 보았다.
<전복 조개 봉골레>
개인적으로는 이 날 베스트 메뉴로 선정.
일단 이유는, 다른 고기 파스타에 비해 확실히 해산물 파스타는 깔끔한 집과 아닌 집의 편차가 큰 것 같다. 이게 해산물이라는 재료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한데...(같은 값에 보장안 된 외식이면 해산물이 아닌 고기로 손이 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
조개 손질도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홍합탕에서 홍합을 빼는 그 정도의 수고도 없었으며, 해감이 잘되어서 그런지 파스타 소스를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먹어도 비리거나 모래가 씹힌다거나 그런 이슈도 없었다.
면도 짭쪼름하게 간도 잘 되어있었고, 여하튼 안 시켰으면 조금 아쉬웠을 뻔.
나가며
정~~말로 많은 일들이 여름부터 있었고, 가을에는 혼자 아마존을 간다고 쌩쇼를하고, 겨울에는 언제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공부하고, 봄에는 벚꽃구경하다보니 벌써 계절 한 바퀴가 지나가버렸다.
조선시대 태조도 이정도 쌩쇼는 안 할 것 같은데, 이정도 쇼를 보고도 별 말 없이 지지해준 것이 정말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한 3개월 끄적거리려나.. 했는데, 생각보다 내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되어버린것 처럼, 집에 키우는 레몬이 벌써 아열대 나무의 모습을 은은히 보이는 것처럼, 같이 키우는 토마토도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래야겠다.
거의 반 년만에 작성한 페리지 방문기 겸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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