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아루히, 역대급으로 맛있었던 날
여의도 아루히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42 2층
영업시간 : 런치 1부 2부 / 디너 1부 2부
가격 : 런치 33.0 / 디너 35.0 (디너 주류 필수)
추천 메뉴 : 예약 성공하면 다행
너무나 유명해진 아루히.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예약이 어려운 오마카세 가게 중 하나가 아닐까? 그래도 아루히는 손가락이라도 빠르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으니 그래도 갈 수 있는 업장 중 하나.
코로나 이후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면서 명품 시장과 파인 다이닝이 급격히 성장했다는데, 오마카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취소표도 어렵지 않게 주울 수 있었는데, 요즘은 취소표 조차 구경도 못한 듯.
나도 이번에는 운 좋게 예약에 성공해 아루히를 3번째 다녀올 수 있었다.
아직까지 먹히는 듯한 예약 꿀팁은 글 맨 아래에 있습니다.
들어가며
런치나 디너의 큰 구성의 차이가 없지만, 손가락이 허락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디너'를 추천드림.
무엇보다 런치는 생각보다 진행이 매우 매우 빠른 편이라서, 식사를 천천히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진행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1시간 컷도 하고 나올 수 있음. 물론 매우 프로페셔널한 아루히 셰프님의 손놀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덧붙이자면, 디너는 35,000원이지만 주류가 필수이기 때문에 40,000 + @ 로 예산을 잡는 게 얼추 맞다.
늘 그렇듯 식사 시간 1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게 앞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재료의 손질 과정을 볼 수도 있어서 조금은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 날은 몹시 흥미로운 참치 손질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참치를 자르는 것만 아니라, 뼈에 붙은 살을 숟가락으로 파고, 참치 뼈도 구경하고(꽤 굵음).
이래저래 아루히는 올 때마다 참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골분들의 데코레이션용 술병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쏠쏠한 곳이다.
여기저기 좋은 술들의 흔적이 있으니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하면 꿀잼.
다른 재료들은 오른쪽 사진처럼 이미 손질이 되어있어 따로 구경할 수 없었다. 여의도라는 지역을 생각했을 때 가격 대비 참 생선들이 다양하게 나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익숙한 세팅. 기본적으로 아루히는 '시각적'인 매력이 강한데, 거기에는 기물이 화려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처음 나오는 일본식 계란찜, 차왕무시. 연어알과 화과자를 잘게 쪼갠 아라레가 올려져 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처음 아루히에 왔을 때는 연어알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했는데, 그 사이에 생연어알을 좀 먹어서 그런지, 이번의 연어알은 살짝 맛이 아쉬웠다.
단 맛보다는 짠맛이 확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좀 많이 남겼다.
맛이 꽤 향긋했던 광어 사시미. 숙성이 꽤 잘 되어있어 너무 맛있게 먹었다.
확실히 이제는 활어회보다 숙성회가 내 입에 맞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즈쿠라 불리는 것. 약간 새콤달콤한 맛인데,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바다 비린내도 전혀 없었고 참 괜찮았다.
런치는 디너와 달리 요기서 츠마미가 끝나게 된다. 확실히 일전에 썼던 디너 후기를 보고 다시 돌아오니 살짝 차이가 난다.
쥠 초밥 시작.
첫 점은 참돔.
먹자마자 나머지 재료도 기대가 한 껏 되는 맛이었다. 정말 예약만 가능하다면 참 매력적인 업장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던 첫 점.
잘 숙성된 회가 밥과 함께 넘어가면서, 같이 들어있는 치코리타와 함께 코를 적당히 자극하는 느낌.
슬슬 끝물인 방어.
그렇지만 기름기가 꽤 괜찮았던 한 점이었다. 적당히 살찐 방어의 맛이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손도 대지 않았던 미소시루도 꽤 맛이 좋아졌다. 첫 번째 먹었을 때는 인위적인 라면 스프의 맛이 났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오히려 육수 맛이 살짝 느껴졌다.
초딩 입맛이라 이것도 해골물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참 맛있게 먹고 리필을 요청했다.
시원시원하니 무난 무난했던 호타테(가리비 관자)도 있었고.
아까는 회로 나왔던 광어도 있었다.
이래저래 먹으며 참 숙성이 잘 되어 먹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활어회에 비해 씹는 맛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밥과의 조화로움은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지중해산 농어.
농어를 두 가지 섞어 쓰는 게 참 재미있다. 껍질의 식감도 살짝 있는 편이라 평소에 먹는 생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밌는 맛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운 한 점이다.
엔가와 aka 광어 지느러미 살
예전에 왜 지느러미 살이 엔가와이라 불리는지 적었다.
2021/01/25 - [초밥 도감과 예약 꿀팁/초밥 도감] - 엔가와, 쫀득쫀득 지느러미
사진으로 보니 완전히 지느러미 살은 아닌 것 같고, 살짝 몸통과의 경계에 있는 부위로도 느껴진다.
물론 지방질 가득한 꼬들꼬들한 맛은 일품이었지만, 부위가 부위인지라 어쩔 수 없이 밥이 먼저 목구멍을 지나고 뒤늦게 엔가와가 넘어간다.
코스트 조절을 보는 즐거움으로 잘 운영하는 아루히의 시그니처 메뉴, 꽃다발.
가게 입장 시에 봤던 참치 속살이 요런 식으로 재탄생했다.
김도 바삭바삭했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등어 고등어.
활 고등어회는 살짝 숨이 죽어있는데, 얘는 염장(시메)이 살짝 되어서 그런지 탄탄했다. 히카리모노 전문점에 비하면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좀 많이 끈적했던 한치. 정말 다 만족한 코스였지만, 굳이 아쉬웠던 한 점을 골라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것을 고를 수 있을 듯.
참치 아까미.
딱 적당한 참치의 맛이었다. 스페인 생참치라고 하시던데, 요즘 참치 좋은 게 많이 들어오는가...? 깔끔한 맛이었다.
이어서 주도로까지.
연이어 먹다 보니 확실히 주도로는 아까미에 비해 기름짐이 확 느껴졌다. 맛있었다.
시원시원한 우니가 올라가 있는 참치 속살 (네기토로) + 우니 마끼.
리뷰를 쓰면서 느끼지만, 33,000원이라는 코스트에 참 맛있게 잘해주시는 듯. 어쩌면 아루히는 운영의 마술사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정말 아루히의 꽃 중의 꽃. 두툼한 후토마끼까지.
운 좋게 꼬다리를 받을 수 있었다. 오예
별 모양처럼 들어가 있는 메뉴는 '오크라'라 불리는 메뉴인데 예전에는 2개가 들어갔는데, 지금은 1개가 들어있다. 저게 은근히 점성이 많은 야채라고 (네이버 @고기명수)님께서 알려줬다.
꼬다리가 아니라면 한 입에 한번 시도해보겠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젓가락으로 찢어 잘게 먹었다.
마무리는 입가심 오렌지까지.
기승전결이 참 좋은 집이다. 엄청나게 비싼 재료는 없지만, 그렇다고 재료를 아끼는 듯한 이미지는 절대 절대 주지 않는 곳.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끝으로
무조건 예약을 해서 가야 해!!! 이런 건 아니지만, 운이 좋아 예약만 된다면 누구랑도 편하고 재밌게 다녀올 수 있는 곳.
마침 오늘이 20일이라 또 3월 예약을 노려봐야 한다.
과연 4번째로 또 성공할 수 있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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