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과 JLPT, 과연 필요할까?
개인적인 일본어
일본어는 내겐 우여곡절이 참 많은 언어이다. 영어를 공부하기 싫어 일본어로 도망갔다. 지금 생각하니 많이 멍청했다.
언수외 과외 대신에 나름 일본어 과외도 받고, N2까지 공부도 했고, 일본에서도 1달 동안 살았지만 이후에는 포기해버렸다. 뭔가 고3에 N1을 붙잡고 있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일본어가 정말 재밌어서 와세다 대학에 가는 것도 고민했는데, 성격답게 화끈하게 시작했다가 금방 포기해버렸다. 결국 다시 한국 대학으로 돌리고 재수 끝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제2외국어 시험은 일본어)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대학교에서 중국인 유학생들과 영어로 싸우다가 빡쳐서 중국어를 배우게 된 이후로 6년 동안은 일본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최근에 다시 오마카세와 일본 요리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시 N1까지 벼락치기를 시작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1년 동안 시험이 취소 되며 결국 시험을 볼 수 없었고, 집에는 갈 곳 잃은 N1책과 N2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상당히 괜찮았던 책이다. 고득점이 아니라, 정말 통과가 목표라면 이 한권만으로도 충분한 듯.
일본 여행과 일본어
사설이 길었다. 과연 일본 여행에 일본어가 필요할까?
내 생각은 "아니오"이다.
확실히 중국 여행은 중국어를 하지 못하면 무척이나 불편한 경우가 많지만, 일본 여행은 어찌어찌 잘 굴러가는 것 같다.
늘 챙겨보는 이웃님 블로그를 봐도 인기 업장의 메뉴판은 한국어 버전이 있는 경우가 많고, 메뉴판이 없더라도 어차피 개수 주문, 음식 안내 정도라 손가락과 간단한 영어로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여행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관광지의 대부분은 몹시 친절하여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도 매우 뛰어나다. (일본에서 생활을 하면 180도 변한다.)
이러저래 굳이 일본 여행을 위해 일본어를 배울 필요는 없어보인다. 있으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의 느낌이지, 할 수 없다고 해서 여행을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여행과 정말 대척점에 있는 듯.
아 그리고, 어순이 같아서 그런지 한일번역 일한번역의 정확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파파고로 원하는 한국어 문장을 번역 돌리면, 정말 여행 수준에서는 90% 이상을 커버하는 정도.
이래저래 일본 여행은 일본어 공부에 강한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요즘 오사카에서는 중국어로만 99% 여행이 가능하다. 도돗보리에서 중국어로 음식어 안내를 받고, 면세점에서 중국어로 상품 설명을 듣고... 유독 오사카에 중국 관광객이 많은 듯.
JLPT에 대한 주저리
HSK에 비하면 천사같은 가격이다. 대신에 1년에 2번밖에 없어서 한 번 놓치면 큰일난다.
다시 JLPT로 돌아와, 가장 한국인이 따기 쉬운 외국어 자격증 중 하나이다. 크게 청해와 독해로 나눌 수 있는데, 일본 애니로 단련이 된 사람들에게는 청해는 누워서 떡먹기 수준.
언어지식 | 청해 | |
단어 | 독해 | 듣기 |
이런 느낌. 급수는 N5부터 N1까지 있지만, 실질적으로 언어 자격증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건 N2부터이니 나중에 시험을 치실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JLPT는 HSK와 달리 고급으로 가도 '쓰기' 시험이 없다. 일본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그렇게 높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단어와 독해
JLPT 시험의 꽃이다.
솔직히 그냥 단어만 열심히 많이 외우면 된다. 특히 저단계에서 고단계로 갈수록 음독보다는 훈독이 문제가 되는데, 고단계에서는 당연히 음독을 할 것 같은 한자를 훈독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초보단계에서는 한국어 단어와 발음이 비슷한 일본어 단어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예를 들어 학교 = がっこう(각꼬우) / 음독하는 한자들은 유사도가 높다.
N1으로 올라가면 슬슬 훈독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완전히 다른 발음까지 외워야하는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주식회사는 일본어로 株式 (かぶしき). 주식이 한자어이니 자연스럽게 슈우시키 이런 식으로 날 것 같지만, 그냥 뜬금없는 훈독으로 읽어야한다.
명사는 그나마 음이 유사한 음독 단어가 그래도 있지만,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에는 완전히 훈독으로 읽어야하는 경우가 많아 이건 그냥 달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다.
NHK나 ANN과 같은 일본 라이브 뉴스 채널을 보면서 계속 단어를 귀에 박아 넣는 수밖에.
家를 읽을 때 (음독과 훈독 예시)
음독 | 훈독 | |
한국 | 가 | X (집이라는 뜻만 있음) |
중국 | jia (1성) | X |
일본 | か (대표음) | いえ,や、うち |
다음 표에서 2가지 정보를 알 수 있다.
첫째, 음독은 동아시아 3국이 상당히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음 위치나 이중 모음을 분해하면 더 같아지는 단어들이 꽤 있다. 물론 다른 단어들도 있지만 이건 한자의 발음이 몇 백년에 걸쳐 달라진 경우가 있어서다.
둘째, 일본어만 훈독이 남아있다. 한국에는 향가를 통해 음독 훈독의 흔적만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이렇기 때문에 일본어는 웃으며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온다는 말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같은 한자지만 외워야 할 발음이 2배, 3배로 늘어난다.
청해
일본 애니를 많이 본 사람이 장땡인 시험이다. 경지에 오른 덕후들은 성우까지 파악한다던데,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서 유명 드라마나 애니를 패러디한 장면을 많이 넣어주기도 한다.
1급 청해를 한창 준비할 때 책을 본 건 물론이고, 동시에 유튜브에서 24시간 라이브 방송을 틀어놓고 살았는데, 한 2주 정도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나오는 관용구나 단어 정도는 알게 됐다.
요즘은 워낙 유튜브나 넷플이 잘 되어 있어 굳이 듣기 매체를 애써 구할 필요도 없는 듯하다. 물론 일본 법정 드라마나 경제 드라마는 단어들이 어려워 잘 안들릴 수 있으니, 난이도 적당한 애니나 일상 힐링 드라마가 딱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심야식당이 보기에도 편하고 적당히 단어 연습하기에도 좋았다.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 지극히 일반인이 나오는 가족 영화가 듣기 편했다. 한자와 나오키는 경제 드라마가 그런지 좀 많이 어려웠다. 대사도 빠른 편이고.
HSK도 그렇지만, 일본어 공부도 사실 JLPT 1급 취득 이후가 시작이다. JPT 고득점을 목표로 하거나, 일본인들이 치는 한자 시험을 준비하거나, 일본 유학을 가거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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