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와 중국 여행, 어쩌다 배우게 됐을까?
중국어와 중국 여행
영어에 비해 중국어는 좀 더 여행과 엮어할 말이 많은 언어다. 뭔가 지그재그 형태로 맞아 들어가는 묘한 재미가 있다.
공부랑 여행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가 아닐까. 공부를 하다가 여행으로 스스로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열심히 공부하고.
어쩌면 어학 공부와 여행은 선순환 관계에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중국은 중국어를 모르면 여행이 '많이' 불편해진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이랑 비교하면 몹시 매우 많이 불편한 수준.
일단 음식 메뉴판도 죄다 중국어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고, 관광지가 아니면 그림 메뉴판은 정말 귀한 물건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어를 잘 알면 여행에서 더 재밌게 식도락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 여행을 갈 때마다 내 중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다른 상태여서 갈 때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시기를 나눠보면 크게 3개.
1. 중국어 왕초보 ~ HSK 5급 도전 까지
2. HSK 5급부터 ~ HSK 6급 첫 번째 합격
3. HSK 6급 합격 이후 갱신 요런 느낌
1단계 (왕초보 ~ 5급 합격)
한국에서 성조부터 시작해 3달 동안 벼락치기로 배운 후 여름방학에 북경으로 떠나게 된 어학연수.
성조만 배우다가 스리슬쩍 포기하기를 한 3번 했나. 이쯤 되니 성조만 잘하는 초보 단계가 되어있었다. 뭔가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 불현듯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다.
아쉽게도 베이징 1달 연수의 사진이 거의 없다. 사실 있긴 한데 모두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단체 사진이라 딱히 건질만한 사진이 없다.
이때는 케챱이 중국어로 뭔지 몰라 혼자 손짓발짓에 西红柿酱이라는 단어도 개발하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라탕을 베이징에서 혼자 먹고 싶어서, 다음날 주문 영수증을 하나 가져와 날밤을 지새우며 사전을 찾았던 때도 이때다.
생각해보면 이 때 중국어를 젤 재밌게 공부했던 것 같다.
1달 중국에서 연수를 가장한 쌩쇼를 하고 한국에 돌아와 3달 동안 바로 5급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 - 여행 - 공부
패턴이 이때부터 자리잡기 시작했다.
뭔가 4급을 하기에는 시간이 아깝고, 5급을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 실력이었는데, 그냥 닥치고 5급 책을 파기 시작했다. 들릴 때까지 깜지에 듣기 대본을 적어보고, 하루에 중국어 단어 100개씩 외우기를 한 1달 했나?
1달이 지나자 점점 읽기 문제집의 형광펜이 줄어들고, 얼추 다 들리는 단계에 도달했다. 같은 해 11월에 바로 시험을 쳐서 260점 대로 합격하고 바로 4개월 후로 목표 기간을 잡고 6급 공부에 들어갔다.
2단계 (5급 ~ 6급 합격)
그냥 5급 때 했던 공부법이 괜찮았던 것 같아, 또 책 한 권을 사 그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토익 후기 때도 그렇지만 책 1권으로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6급은 확실히 5급 때에 비해 더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5급을 통과하기까지의 처음부터의 노력을 그대로 6급 하나에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느낌.
특히 6급은 청해, 독해, 쓰기의 순서로 시험이 진행되는데, 청해가 가장 발목을 잡았다.
독해는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했던 게 있어서 대충 눈치로 한자 때려 맞히기 신공을 발휘하면 되는데, 듣기는 정말 단어를 모르면 1도 들리지 않아 꽤나 애를 먹었다.
그냥 열심히 치밀하게 계속 단어를 외우고, 듣기 스크립트를 따라 적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4달 하고 다음 해 3월에 시험을 쳤고, 첫 6급을 240점으로 통과했다.
왕초보 단계 / 5급 / 6급 공부법은 따로 글 하나씩 적어도 괜찮은 소재인 것 같다. 2015년 이후로는 영 시들시들해진 중국어 붐이지만, 그래도 종종 HSK 공부법에 대한 질문을 받는터라. 추억 여행도 되고 괜찮을 듯.
3단계 (6급 통과 이후)
사실 HSK 6급이 어마어마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초급 수준이다. 어... 그러니까 통번역을 목표로 하거나, 중국어를 업으로 삼는 집단에서는 가장 초보 단계라 해야 하나.
그러니까 게임을 노말 난이도로 클리어하고, 다시 맨땅으로 하드코어 2회 차에 도전하는 느낌?
이때 선택을 해야만 한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들여 정말 제대로 중국어를 공부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즐겜 모드로 여행 + 야매 통번역 수준에서 멈출 것인지.
전자를 택한다면, 전공 수준으로 중국어를 파고들어야 한다. 어휘는 물론이고, 사자성어도 외워야 하고 문화 공부도 해야 하고 고시를 비롯한 고전도 공부해야 하고...
고민 끝에 그냥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어차피 중국어로'만' 먹고 살기에는 시장의 파이가 '영어'에 비해 너무나도 작았다.
5급 ~ 6급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여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그냥 중국인 친구들을 다양하게 만나기 시작했다. 얘들한테 배운 중국어가 오히려 여행이나 회화에 더 도움이 많이 됐다.
책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다양한 표현들과 생활 비속어를 배우며 다시 한번 더 재밌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 결과 베이징 여행을 3박 4일 다녀오면서 정말 이전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어를 한마디도 몰랐을 때는 그렇게 재미가 없고 불편한 도시였는데, 이제 몇 마디를 할 수 있게 되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물론 지극히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이다.
그 이후에 다녀온 2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가장 최근에 다녀온 리장 고성과 옥룡설산까지. 정말 중국어의 덕을 톡톡히 봤다.
6급 합격 이후에, 만료될 때마다 6급을 재미 삼아 보면 늘 260점 언저리가 나왔다. 사실 285점 이상으로 가려면 정말 전문적으로 어법 공부도 해야 하고, 쓰기를 각 잡고 공부해야 하는데, 그 정도 노력까지는 투자하기 싫었던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중국어는 딱 이 정도 수준에서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내륙 여행을 하면서 적당히 불편함을 겪지 않고, 동시에 새롭게 만나는 중국인 친구들과 자유자재로 대화가 가능한 수준.
물론 내가 외국인임을 감안하고 어느 정도 어휘나 표현을 감안한 대화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중국 여행을 간다면 상해 3박 4일을 다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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