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종차별, 샹젤리제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당하다
지난 이야기
여행이 늘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아시아 여행과 달리 유럽 여행은 상수에 비해 변수가 더 많은 지역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종차별'이다.
유럽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유난히 프랑스가 인종 차별이 더 심한 편이긴 하다. 로마에서 시작해 스위스를 거쳐 파리까지 오면서 눈에 띄게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이게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이구나를 느낀 식당이기도 하다.
기분 나쁜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스크롤을 쭉 내려 K-MART 안내부터 보시면 된다.
샹젤리제 레스토랑
샹젤리제는 많은 것들이 모여있다. 한국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는 '라 뒤레' 도 있으며, 한인 마트도 있다. 글 마지막에 글 다 첨부해야지.
그리고 다양한 레스토랑도 있는데, 비싸긴 한데 또 못 먹을 편은 아니다. 기분은 드럽지만 그래도 솔직한 기록가답게 적을 건 적고 싶어서 소개하는 샹젤리제의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인종 차별을 하는 방법은 참 창의적이고도 특이한데, 그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당하기 쉬운 인종차별은 '음식 늦게 주기'이다.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서비스 늦게 하기'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와인과 에스카르고, 그리고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분명 에스카르고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메인 디쉬였다.
와인까지 시켜서 그냥 나쁘지 않게 에스카르고와 함께 먹었는데, 메인 디쉬가 하나 같이 너무 늦게 나오는 것이었다.
옆자리에 있는 백인 테이블과 비교 했을 때, 훨씬 우리가 먼저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쪽 테이블에 메인 디쉬가 놓이는 것을 보고 어렴풋이 뇌리를 스친 단어가 있었다.
"인종 차별"
사실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당신이 옷차림에서 관광객인 티가 전혀 나고 '불어'를 매우매우(C1 ~ C2) 잘한다면 당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전혀 불어를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차림새를 봤을 때 관광객이라는 걸 티 내고 있다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당하게 될 것이다.
이 오리 가슴살 스테이크를 받는데 40분 이상이 걸렸다. 옆 농장가서 잡아오더라도 이건 아니다. 더 기분이 나쁜건 오히려 손님인 내가
"La patience"가 부족하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맛은 있었지만, 기분은 지랄맞은 참 묘한 경험이었다.
혹시 몰라 추가로 몇 자 더 적자면, 인종 차별에는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인종 차별을 당할 수 있다.
영어로 항의를 해도 "Je ne peux pas parler anglais" 라며 기분나쁘게 미소 짓는 상대방을 마주하면 숨이 턱 막힌다. 영어는 통번역까지 하고, 불어로 음식 주문까지는 할 수 있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영어도 못하는 동양인한테는 어떻게 대할지 불보듯 뻔하다.
1. 이상한 자리로 안내하기
분명 자리가 비어있고, 누가 봐도 자리가 많은데 굳이 이상한 구석자리나 경치가 구린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다. 특히나 예약하지 않은 인기 식당에 가면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릴 수 있으며,
예약보다는 워크인으로 방문하는 식당에서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괜찮은 식당에 간다면 꼭! 예약을 하는 걸 추천드린다.
2. 음식 늦게 주기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는 인종 차별 중 하나지만, 레스토랑, 음식점, 편의점 가릴 것 없이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방법이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참으면 X신 취급받으니, 지X를 해서라도 만만하지 않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그냥 음식 안주니까 나갈게 ㅂㅂ 하는 게 차라리 더 씨게 먹힐 수도 있다.
3. 시키지도 않은 비싼 음식 가져다주기
이건 명백한 사기 행위다. 꼭 빌지에 있는 음식인지 체크해도록 하자.
이 모든 종합 세트를 피하기 위해서는, 누가봐도 관광객인 패션을 피하라고 프랑스인 친구가 알려줬지만, 관광객이 하루 아침에 빠히지앙이나 빠히지엔느처럼 옷을 입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이방인의 서러움을 비로소 이곳에서 느끼게 됐다.
한인마트, K-MART
여행의 장점은, 내가 너무나 당연히 여긴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인 혹은 한인마트가 딱 그렇다.
따끈따끈하게 인종차별을 당하고 방문해서 그런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곳이 참 고마웠다. 샹젤리제 거리 바로 안쪽 골목에 있어 이 근처에 숙소를 잡으면 자주 방문할 수 있다.
기본 도시락 가격이 8유로 ~ 10유로 정도 하니 10,000원이상 하지만, 마음은 편한 곳이었다.
라면이랑 다른 먹을 걸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라뒤레는 K - 마트 맞은 편에 위치해 있으며, 참고로 이 거리에는 에르메스와 루이뷔똥도 있지만 아침 일찍 줄을 서지 않는 이상 이쁜 제품은 죄다 매진이다.
식사 후 샹젤리제 거리
기분을 잡치고 나와 거리를 걸었다. 샹젤리제의 가로수는 메로나처럼 머리를 직사각형으로 깎아놨다. 은근 귀엽다.
그냥 걷고 또 걸었다. 뭐 유럽 여행을 하면서 한 번은 겪을 거라 생각했지만, 운이 좋아 생각보다 늦게 당한 케이스이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건 아니라 그러려니 했다.
훌훌 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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