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 투어 후기 및 3대 젤라또 [로마]
지난 이야기
바티칸 투어
한국에서 미리 예약까지 했다. 한국인 유학생이 동행하며 설명해주는 가이드인데, 무려 1시간 30분이나 늦으셨다.
빡쳐서 앞부분은 사진이 없다. 대충 요약하면, 바티칸 앞 지하철에서 모였다가 가이드는 없고 손님들끼리 웅성웅성하다가 옆 팀이 불쌍했는지 연락해줘서 대체 가이드가 와서 기다렸다가 입장했다는 이야기.
배낭여행의 묘미라 해도 1시간 30분은 선 넘은 듯.
이 티켓을 받으려고 소중한 아침시간을 로마 길바닥에 그대로 버렸다. 가이드 투어 일정은 대충
1) 지하철역 근처에 모임
2) 깃발 들고 바티칸 입구로 따라감
3) 어디선가 표 구해옴
4) 다 같이 인이어 착용 후 입장
으로 이루어진다.
근데 짜증은 들어가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전까지는 그냥 눈으로만 예술작품임을 인지하고 넘어갔다면, 이젠 인이어 '한국말'로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그게 너무 좋았다.
얼마를 주더라도 바티칸은 반드시 가이드 투어를 하실 것을 2번 3번 권해드립니다.
가이드 아조씨의 설명 덕택에 청색이 고대 그림에서부터 중요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을 알게 됐다. 청금석을 쉐킷 쉐킷 했기 때문이라는데. 자세히 보면 예수님 옷이 청색인걸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복의 색으로 지위를 유추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금박에 청색 = 끝내주는 사람이라는 뜻임
그림이 너무 많아 그렇구나... 하면서 계속 듣게 된다.
음식 및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온전히 전하지?라는 고민인데, 이곳은 그냥 말을 줄이는 게 맞을 듯하다. 직접 들으면서 봐야 감동이 배가 된다.
참고로 성경 내용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릴 때 달란트를 모으려 좀 열심히 다닌 턱에 훨씬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안 다님.
예를 들어 사도 바울이나, 베드로가 누군지 모르며 그냥 칼이나 열쇠를 든 서양 아저씨 1이지만, 각자 현재 기독교에서 어떤 위치를 맡고 있는지 생각하면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
어느 정도 실내에서 관광을 하다 보면 이렇게 트인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
이 날도 날씨는 참 화창하고 좋았다.
조금만 더 옆으로 가면 라오콘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어릴 때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열심히 읽었다면 "어 이거!"라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긴 하다.
그리고 아담의 창조 (aka 천지창조)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모두가 침묵해야 하며, 가이드조차 조-용해야 하므로, 미리 이곳 정원에서 모조 그림판을 보며 설명을 쫙 ~ 해준다.
여기에서 제대로 안 들으면 시스티나 성당에서 몹시 난감해지니 미리미리 잘 들어주면 좋다. 그렇게 다시 다른 건물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사람이 몹시 많으며, 소지품도 조심해야 한다. 이 줄이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궁전 줄의 서막일 줄은 몰랐지.
가끔 보이는 창문으로 넓디넓은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참 반듯하고 이쁘다.
정신없이 가는 길. 내부에서도 길을 막 잡아 돌리기 때문에 잘 따라가야 한다.
드디어 도착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책에서나 보던 작품을 실제로 만났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입구에서 받은 표를 드디어 쓸 곳이 왔다!
여기까지 와서 이거 안 하면 한국인이 아니다.
사실 이후의 사진은 끝이다. 왜냐하면 미켈란젤로의 역작이 있는 방에 들어왔고, 카메라 촬영조차 금지되어 있어 온전히 눈으로만 감상했기 때문.
몇 백명의 사람이 한 공간에 들어와 조용히 천장을 이리저리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꽤 장관이다. 사실 몰래몰래 다들 떠들어서 소음이 들리긴 하지만, 그것 또한 이곳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림 자체는 정말 웅장하다. 어떻게 개인이 벽도 아니고 천장에 저걸 그렸나? 싶지만,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을 남긴 걸 보면 그 정도는 해야 이름을 남기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레스토랑 1끼 ~ 2끼를 포기하더라도 무조건 인이어 바티칸 가이드는 꼭! 꼭! 넣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성 베드로 대성전
시스티나 성당을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몇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문. 이 문이 열릴 때에 맞춰 로마에 오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 같아 보인다.
드넓은 성 베드로 광장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입구와 출구가 다른 바티칸이라, 나갈 땐 이쪽 출구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왔다. 참 더웠다.
중앙으로는 갈 수 없고, 옆의 가드레일을 따라 나가면 된다.
빡쳤지만, 결국 잘 마무리한 바티칸 가이드 투어도 마무리. 사실 시스티나 성당을 나와 베드로 대성당 앞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끝내게 된다.
배도 고프고 식사는 해야겠고, 뭔가 한 끼를 해결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트립 어드바이저를 켜고 찾아간 곳은 근처 레스토랑. 파스타나 피자보다는 훨씬 맛있었지만, 역시나 관광지 레스토랑은 가격이 문제다.
먹고 배가 차지 않아 길거리 피자를 사 먹었는데 이런 게 더 맛있는 것 같다. 심지어 가격도 혜자롭다.
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다른 메뉴로 아저씨를 혼내주기로 결정했다. 한 7유로? 여하튼 한 자릿수 가격이었다.
배도 채웠겠다.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트레비 분수
아시아 관광객이 많은데, 특히 중국 일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아 이곳은 환전상들이 널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에 오면 국력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정확히는 경제력의 차이겠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나 번역 서비스가 딱 경제력만큼 제공되는 것 같다.
일본 문화에는 보면 특유의 유럽 동경(憧れる)문화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로마는 파리는 정말 일본인이 많은 관광지이다. 자연스럽게 여행이 편해진다.
최근 해외여행이 급증한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주요 관광지에는 두 나라 언어로 된 팸플릿이나 안내가 상당히 잘되어 있는 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있는 수많은 인파들. 트레비 분수라 해서 딱 분수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만도 아니다.
아, 그리고 오벨리스크를 참 많이도 가져왔다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 굿즈처럼 이곳저곳에서 잘도 모았다.
재미 삼아 보는 이탈리아 3대 젤라또
1. G.Fassi (파시) [떼르미니 역 근처]
2. 올드 브릿지 [바티칸 근처]
3. 지올리띠 [트레비,판테온, 나보나 근처]
내가 음식 블로그를 할 줄 알았다면 3개 다 갔을 텐데,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뒤돌아서서 또 하나 먹었다. 가격은 거의 0.7 국밥 정도인데, 너무 더워서 국밥이 별로 끌리지 않았으므로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숙소 근처 슈퍼에서 2유로짜리를 사서 다 퍼먹었다. 참고로 관광지 물가랑 슈퍼 물가랑 정말 정말 차이가 많이 나니, 돈을 아껴야 한다면 슈퍼에서 장을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다음 이야기
2박 3일 로마 일정을 끝냈다. 다음날 떼르미니 역으로 가 피렌체로 티본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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