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성 한바퀴, 쿤밍부터 리장고성까지 [리장 맛집]
운남성 (云南)
베이징도 아니고, 상하이도 아니고, 뜬금없이 윈난(운남)이 가장 첫 글로 선정된 이유는? 중국 여행 중 음식이 가장 독특하고 풍미가 뛰어났기에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특히 버섯요리)
과연 운남 여행기의 조회수가 5는 나올까...?
우선 운남성이 어디야?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준비한 운남성 지도이다. 중국의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인천에서 직항을 타면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중국 경유로 가면 조금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 유비가 성도에 촉한을 세운 후, 제갈량이 남만 정벌을 실행했는데, 그 '남만'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운남'이다.
운남성의 대장 도시(성도)는 쿤밍이며, 운남성 여행은 바로 이 쿤밍시에서부터 시작되게 된다. 사실 이 여행의 목적은 쿤밍시가 아니라, 리장의 옥룡설산이 목표였기에 쿤밍보다는 리장에서의 식사가 더 기억에 남았다.
쿤밍까지의 여행난이도는 별 3개이지만, 리장과 옥룡설산까지 계획하게 되면 별 4개 이상이 된다. 그 이유는 아래에...
쿤밍에서 리장까지
보통 쿤밍에서 1박을 한 후에 리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교통수단은 크게 2가지이다.
1. 중국 국내선 비행기
2. 고속 열차
중국 공항보다는 그래도 기차가 편할 것 같아 미리 한국에서 '씨트립' 등의 어플을 이용해 쿤밍 - 리장 왕복 고속열차 티켓을 끊어 두었다. 문제는 중국 기차역은 한국 기차역과 달리 경비가 '몹시' 삼엄한 곳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야 기차 시간에 좀 늦을 것 같으면, 그냥 냅따 뛰어서 기차에 올라타면 그만이지만, 중국에서는 택도 없는 소리다.
1) 기차역에 들어갈 때 물건 검사를 받고 (줄여서 "安检 안지엔"이라 한다.)
2) 다음으로 심지어 여권을 꺼내 다시 신분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겨우겨우 기차역에 들어간다.
3) 플랫폼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또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한다. 즉, 관문이 3개나 있는 셈.
심지어 열차 출발 시간이 13시 00분이면 12시 50분 쯤에 이미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개찰구가 닫히게 된다. 한국 기차역을 생각하고 빡빡하게 출발했다가는 비싼 열차표를 허공에 날려버리게 된다.
결국 나도 기차역까지는 도착했지만, 플랫폼이 이미 닫혀 기차를 탈 수 없었고, 다시 기차역을 나와 매표소로 가 보통화로 읍소한 끝에 다행히 뒷 시간 기차표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친한 중국인 형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마 외국인이어서 무료로 표를 바꿔준 것 같다고, 내국인이었으면 얄짤없었다고 한다.
호텔도 아닌 기차역에서 일이 꼬여버리면 사실상 영어로는 즉각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현지어만으로 일을 해결해야하는 상황들이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리장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선생님을 모시고 올라탈 수 있었다.
리장에서 고성 숙소까지
리장역에 도착하면 이제는 숙소로 이동해야 한다. 관광지답게 역에서 나오면 택시가 열심히 호객을 하는데, 이런 택시를 타게 되면 비용이 꽤 나온다. 한국인과 서양인은 아주 훌륭한 고객님이시다.
대신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바로 '승합차 합승'이다. 주차장에 있는 아줌마와 흥정을 한 다음, 13인승짜리 미니 봉고가 대충 손님들의 루트를 알파고처럼 계산한 다음 역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내려주는 흥미로운 이동수단이다.
이 억척스러운 대장 아줌마와 보통화로 흥정을 한 끝에 꽤나 괜찮은 가격으로 숙소까지 가는 승합차를 구할 수 있었다. 중국은 영어, 보통화, 현지 사투리 순으로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는 신기한 나라다.
길은 출퇴근 시간과 시내만 아니면 매우 한적한 편이다. 숙소에 내려 짐을 풀면 리장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숙소는 90년대 경주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실내 흡연도 자유고, 과거의 한국이 이런 분위기였겠구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리장 고성과 수하 고성의 먹거리들
1. 송이버섯
리장은 버섯요리가 정말정말 유명하다. 특히 제철 '송이버섯'은 산지 직송인데다 한국과 비교하면 가격도 몹시 저렴하다. 이거 하나만 생각하고 리장 여행을 가도 충분할 것 같다.
티벳차마고도 송이가 넘어오는 곳이 바로 이곳 리장이다. 버섯이 지천에 널려있어, 생으로도 먹고, 고기랑도 구워 먹고, 탕에도 먹고.
송이버섯은 松茸으로 쓰며 [쏭롱]이라 읽는다. 메뉴판에 이 한자가 있다면 무조건 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싸보여도 한국의 송이 가격을 생각하면 무조건 이득이다. 같은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마츠타케]가 된다.
위의 사진과 같이 그냥 온갖 버섯을 샤브샤브처럼 닭고기와 함께 때려 넣어 버린다. 육수의 맛이 정말 오묘하다. 신선들이 먹는 탕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맛이다.
2. 길거리 안주들
리장의 특산 요리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이곳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비해서는 물가가 많이 저렴하다. 그냥 넉넉하게 시켜도 주머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마라롱샤 (麻辣龙虾)
범죄도시에서 장첸이 먹어 인기를 끌었던 그 요리다. 麻辣龙虾로 메뉴판에 적혀있으며, 꽤 익숙해진 요리인 마라롱샤이다. 보통 근으로 끊어 파니 그냥 넉넉하게 시키고 비닐장갑을 낀 뒤 뜯어먹으면 꿀맛.
라챠오화지아 (辣炒花甲)
무지하게 매력적인 술안주이다. 까먹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맛 하나는 괜찮은 술안주.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 맥주류의 술이랑 궁합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중국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북한 술을 비교적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동강 맥주는 매우 신기한 맛이었다.
3. 문씨내내소주
한국어 발음만 들으면 뭐하는 가게야? 싶겠지만, 중국어를 해석하자면 문 씨 할머니의 작은 주방이 된다. 고성에 위치한 괜찮은 식당이다.
구글에는 나오지 않는 식당이지만, 바이두 지도에는 꽤 많은 후기가 있고, 네이버에도 한국인 후기가 몇 개는 있으니 참고해볼 만하다.
이곳에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은 음식은 홍샤오로우(红烧肉). 삼겹살을 중국 스타일로 볶은 건데, 이게 진짜 죽여주는 밥도둑이자 술도둑이다.
부드러운 지방과 함께 넘어가는 살코기 맛이 예술이다. 좀... 달달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 쌀밥이랑 퍼먹으면 해결되는 문제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맛있게 먹은 반찬이었다.
대만 여행에서도 짤막하게 소개했지만, 중국 식당 메뉴판에 별 다른 설명 없이 그냥 고기 육(肉)만 적혀있으면 거의 높은 확률로 돼지고기이다.
다음 이야기
슬슬 옥룡설산에 올라갈 준비를 하게 되는데...
'해외 여행과 맛집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경대, 북경대학교 셀프 투어 [베이징] (1) | 2021.01.17 |
---|---|
중국 이화원, 국가도서관 한바퀴 [베이징] (2) | 2021.01.16 |
만리장성 가는길, 버스타고 팔달령 [베이징] (3) | 2021.01.16 |
중국 여행, 북경 자금성과 경산공원, 양꼬치 [베이징] (3) | 2021.01.16 |
리장 옥룡설산, 중국에 만년설이? [리장] (2) | 2021.01.08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중국 이화원, 국가도서관 한바퀴 [베이징]
중국 이화원, 국가도서관 한바퀴 [베이징]
2021.01.16 -
만리장성 가는길, 버스타고 팔달령 [베이징]
만리장성 가는길, 버스타고 팔달령 [베이징]
2021.01.16 -
중국 여행, 북경 자금성과 경산공원, 양꼬치 [베이징]
중국 여행, 북경 자금성과 경산공원, 양꼬치 [베이징]
2021.01.16 -
리장 옥룡설산, 중국에 만년설이? [리장]
리장 옥룡설산, 중국에 만년설이? [리장]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