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베이컨말이, 간편 한끼

두부 베이컨말이

두부는 좋은 한끼 재료이다. 그냥 슥슥 잘라서 김치랑 볶아도 좋고, 계란을 입혀서 구워도 좋다. 된장찌개에 넣어도 좋고. 활용성이 상당히 좋은 재료다.

베이컨도 냉장고에 있으면 좋다. 스파게티에 넣어도 좋고, 김치랑 볶아도 맛있다.

그래서 두 개를 같이 썼다. 바로바로 두부 베이컨말이.

(스파게티 만들고 남은) 베이컨

방금 산 두부

사실 이런 요리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널리 알려진 메뉴였다. 반찬으로도 좋고, 술 안주로도 좋다고 하는데,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먹어본 메뉴.

슈퍼에서 줍줍한 네모네모 두부다. 1,000원이다. 국산 콩이었으면 더 비쌌겠지?

치킨 무를 생각하고 너무 화끈하게 열어버렸다. 어차피 한 모를 다 쓸 것은 아니라 적당히 열었어야했는데, 너무 과감했다. 앞으로는 조금만 열어야지.

딱 반틈만 칼로 잘라주었다. 갈 곳 잃은 포장지가 길을 잃은 모습이다.

두부는 도마로 옮기기 전 살짝 키친 타올로 물기를 제거해줬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잡기술이 늘었다.

좀 더 얇게 썰었어야했는데라고 후회하며 잘랐다. 근데 나중에 먹을 때 안 사실이지만, 두꺼우니까 의외로 나름의 두터운 식감이 좋았다.

이렇게 자른 두부는 살짝 밑간을 해줬다. 생각보다 물기가 아직 남아있어 다시 물기를 동시에 날려주며 간을 해줬다.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베이컨. 간단 한끼의 핵심은 합법적인 '재활용'이다. 스파게티를 만들 때 썼던 베이컨을 알뜰살뜰하게 다시 활용해주는 모습이다.

스파게티에 사용되는 부재료가 아니라, 오늘은 주재료이기 때문에 아낌없이 탈탈 털어주었다. 딱 마침 자른 개수만큼 베이컨이 남아있었다.

베이컨 길이가 좀 아쉬웠는데, 다음에는 혹시 더 긴 베이컨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베이컨으로 두부를 감싸듯이 한바퀴 둘렀는데 심히 길이가 짧다. 그렇다고 두부를 절반으로 자르자니 베이컨이 모자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간단 한끼는 간단해야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로 했다. 이쑤시개라도 찾아 나중에 고정시키면 되지 않을까.

사실 욕심이 조금 나서 두부를 반으로 잘라봤는데, 너무 두부가 많이 남는다. 이대로라면 베이컨을 추가로 사와야할 판이다. 그래서 그냥 남은 베이컨은 원래 사이즈대로 말았다.

딱 정확하개 7개가 나왔다. 생긴건 이쁘게 생겼는데, 이걸 어떻게 이쁘게 구울지가 문제다.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더 편하게, 그리고 바삭바삭하게 요리했을 것 같기도하다.

약불에 굽기 시작했다. 두부 두께가 있어서 강불에 구우면 베이컨만 타고 두부는 익지 않을 것 같아서 천천히 구워야지. 물론 야채를 볶을 때와 달리 따로 기름은 두르지 않았다.

베이컨 = 지방 = 기름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는데, 고기는 열을 가하면 수축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베이컨 두부말이가 아니라, 베이컨 두부 이불이 됐다. 야매로 요리를 배우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어마어마한 비쥬얼의 요리가 탄생하고 말았다. 근데 겉보기와 달리 맛은 매우매우 훌륭했다. 베이컨이 올라간 햄무스비 느낌? 앞으로도 자주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반 개짜리 베이컨말이는 꽤 그럴싸하게 모양이 나왔는데, 약불에서 구워서 그런지 두부도 충분히 잘익었다.

우선 약불에서 구워서 베이컨이 타지 않았다. 오히려 두부와 식감이 잘 어울렸다. 약간 햄버거 같은 느낌인데, 두부랑 베이컨 지방이 어울리면서 엄청 부드럽게 어울려 넘어간다.

적당히 고소하면서, 적당히 부드럽고 밥이랑도 몹시 잘 어울리는 반찬이다.

술 안주였다면 더 빠삭하게 태웠어야할 것 같은데, 반찬으로 먹기에는 이 정도 굽기도 나쁘지 않은듯.

비주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요리이다. 일단 무엇인가를 창조했다는데 의의를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