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미, 산미 가득한 참치 초밥
들어가며
예전에 참치의 종류와 두루뭉실하게 회와 초밥에 대해 다룬 적은 있었지만, 따로 아까미에 대해 자세하게 적고 싶어 새로 적어보는 글이다.
참치는 워낙 크기도 크고, 부위도 다양해 그냥 참치 초밥으로 퉁치기에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부위도 그림으로 보고 요리 방식도 조금 더 자세히 알면 재밌지 않을까.
아까미? 아카미?
일본어로는 赤身(あかみ)라 쓰며, 발음만 놓고 보면 '아카미'가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아까미'가 좀 더 입에 달라 붙는 느낌.
단면을 놓고 보면 아래 부위에 해당한다. 한자로 赤身이라 적혀 있는 부분이며, 오른쪽에 거무튀튀한 부분은 血合い(ちあい)라 해서, 치아이라 불리는 부분이다. 한국어로는 혈합육이다.
좀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실제로 잘린 참치 사진을 찾아왔다. 확실히 색깔이 다른 모습이다. 붉은색 영역이 혈합육이며, 파란색 부분이 아까미이다.
보통 저 혈합육 부분은 손질을 한 후 양념에 재워 스테이크를 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이렇게 혈합육을 걷어내고 난 옆 부위는 아까미가 되어 따로 조각나게 된다.
아까미즈께 (간장절임)
이렇게 손질된 아까미는 그냥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즈께를 해서 내놓는다. 오마카세에서는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차분히 반신욕을 즐기고 있는 아까미들을 목격할 수 있다.
즈께는 일본어 동사 漬ける에서 온 단어로, (소금 등에) 절이다로 번역할 수 있다. 원래의 발음은 つける(츠케루)이나, 합성어를 만들 때 뒤에 위치한 단어의 음운 변동 현상으로 づけ(즈케)가 된 것.
츠케모노는 漬物(つけもの)로 표기하는데, 이건 동사 원형 발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츠케모노는 절인반찬등으로 번역하면 수월하지 않을까.
왜 아까미를 간장에 절인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부패 방지를 들 수 있다. 냉동 기술이 발전한 지금과 달리 에도시대에만 하더라도 마땅한 보존 기술이 없었다. 염장정도?
그러한 이유로 산패가 무지하게 빠른 지방부위 (오도로, 주도로)는 동물의 사료로 버려버리고, 그나마 산패가 느린 아까미를 염장하여 보존처리한 후 초밥으로 먹었다는 설명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아까미 특유의 피맛은 빠지고, 조미가 되므로써 감칠맛이 올라오는 게 포인트이다. 사실 나도 즈께가 되지 않은 날 것의 아까미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오마카세의 아까미
비교적 참치 부위 중에서는 저렴한 재료라 엔트리부터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오마카세에서는 참다랑어가 나오며, 일반 판초밥에서 아까미가 나오는 경우에는 눈다랑어라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가격이 올라갈 수록 나오는 아까미의 컨디션도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엔트리에서 아까미를 먹고 실망한적이 없잖아 있지만, 가격이 올라갈수록 만족도도 눈에 띄게 올라가는 재료 중 하나였다.
늘 그렇듯, 스시소라의 초밥은 딱히 미사여구를 붙일 것이 없다. 그냥 아까미이다.
스시우미의 아까미. 업장마다 잘 다루는 생선이 있는데, 스시우미는 히카리모노(등푸른생선) 계열을 잘 다루는 편이다. 참치는 그냥저냥.
꽤나 특이했던 스시츠바사의 아까미. 추가 차지를 하면 2점까지 맛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자연산이고 하나는 축양 참치였다. 자연산을 먼저 먹었는데, 특유의 피맛이 확 올라왔던 강한 인상이 있다. 사람에 따라 이 맛을 즐기기도 하고, 꺼려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이다.
오히려 축양이 좀 더 맛 자체는 안정적이었다. 맛이 있다 없다의 관점이 아니라, 그냥 같은 가게에서도 어떤 재료를 쓰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확실히 즈께의 흔적이 보이는 소우카이의 참치초밥. 이제는 예약이 힘들어 못가는 곳이지만, 소우카이는 기본 구성이 탄탄하다. 빼어난 한 점은 없지만 다들 평균은 하는 느낌이다.
좀 더 미끈미끈한 아루히의 아까미. 이렇게 아까미를 2개씩 주는 업장들이 있다. 신라호텔의 아리아께라든지, 소격동 키즈나라든지. 2개씩 나오는 여유로움이 좋다. 아루히는 참치 맛은 평범한 편이다.
양으로 승부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스시도우. 아까미의 맛도 편차가 큰 편이다. 첫번째 갔을 때는 참 맛있게 먹었는데, 두번째는 평이했던 기억이 있다.
조금더 정갈하고 깔끔해진 느낌이다. 스시혜정의 아까미도 그냥 평이한 느낌. 혜정도 다른 생선이 좀 더 맛있는 느낌이었다.
참치를 꽤 잘 내어주는 분당 스시야. 분당 스시야는 참치 퍼레이드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뒤쪽에 나오는 아까미다. 앞에 기름진 걸 먹어서 느끼할 찰나에 나오는데 꽤 맛있다.
또 다른 날의 분당 스시야 사진. 그날그날 모양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키즈나의 참치초밥이다. 첫번째 갔을 때보다 두번째 갔을 때가 훨씬 더 맛있었다. 좀 더 추가차지를 해서 먹고 싶을 정도.
키즈나도 아리아케 계열이라 2개를 V자 모양으로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하 사진들은 모두 @bbangkeun_hi의 제공입니다.
같이 나오면 확실히 색감차이가 비교가 된다. 동탄 세야의 아까미
시미즈의 아까미.
젤리같아 보이는 스시상현의 아까미
청어 초밥편에 나왔던 그 '마츠모토'의 아까미
예약이 가장 빡센 곳 중 하나인 아리아께 모리타 셰프의 아까미. V자 모양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는 박경재 셰프의 코지마 아까미까지.
나가며
같은 아까미지만 참 업장마다 다르다는 것을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느꼈다. 나중엔 따로 책자를 만들고 싶은 작은 소망이 생겼다. 제목은 월간 오마카세의 초밥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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