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왕무시, 계란찜과 무엇이 다를까?
들어가며
어쩌다보니 완성된 수미상관식 구성이다. 후토마끼가 초밥의 끝이라면, 차왕무시는 초밥의 시작이다. 이번만큼은 계란찜이라 굳이 표기하지 않은 이유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죽이 나오는 경우도 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차왕무시를 선호한다.
한국식 계란찜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해산물도 들어가는 등 여튼 일본 특유의 식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재미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썰렁개그의 주인공
일본어로는 茶碗蒸し로 쓴다. 전복찜이 무시아와비였듯이, 같은 '무시'인 만큼 이것도 찜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얼추 저렇게 오뎅이 들어간 것이 디폴트이긴 하다.
인기가 참 많은 재료라 그런지, 연관 검색어로 차왕 무시 그릇이 뜨고 랭킹까지 뜬다. 그만큼 담는 그릇에도 신경을 쓸 만큼 국민 음식이라는 뜻이 아닐까?
참고로 일본어를 배울 때 꼭 배우는 썰렁 노잼 개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본어로 벌레도 발음이 '무시'라, 동음이의어를 이용해서 하는 말장난.
먹을 수 있는 벌레(무시) (むし・虫)가 뭐게~?
차왕 무시(むし・蒸し)
하.하.하. 이런 느낌이다. 일본어 초보 단계만 지나도 서랍에 고이 넣어두는 노잼 개그다.
육수의 비밀
물론 맹물로 만들어도 되지만, 가게마다 맛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육수에도 있다. 일본어로는 '다시'라고 하는데, 계란과 다시의 비율을 어떻게 하는 지도 사이트 마다 잘 정리되어 있다.
육수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생선의 뼈나 새우의 대가리는 훌륭한 재료이다. 물론 비린내를 잘 잡지 못하면 새우 비린내가 그윽한 차왕무시 완성이다.
각양각색의 차왕무시
뭔가 일본스러운 아루히의 연어알 차왕무시. 조금은 짭쪼름할 수 있는 연어알을 부드러운 계란찜이 잡아주는 느낌이다. 가장 무난무난했던 요리이다.
이런걸 보면 아루히가 시각적인 배치나 메뉴의 구성을 평균적인 기대치에 맞춰서 잘 하는 것 같다.
조금 더 푸짐한 차왕무시를 원한다면 스시도우의 차왕무시가 좀 더 낫다. 스시도우 자체가 밸런스보다는 양을 우선시 하는 업장이어서 그런지 차왕무시마저도 무지하게 푸짐하다.
토핑으로 들어간 새우살과 표고버섯은 정말 넉넉해 쉼없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시작부터 과하지는 않을까?라는 염려가 들긴 하지만 뒤에 나오는 초밥이 더 과하기 때문에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물론 맛도 있다.
다시 돌아와 일본의 향기가 느껴지는 차왕무시. 스시우미의 차왕무시인데, 야채도 그렇고 균형잡힌 모습이 인상적이다. 새우살도 그렇고, 차왕무시에는 새우살이나 게살 같은 게 들어가야 좀 더 맛이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이어지는 차왕무시는 뭔가 약간 퓨전의 향이 느껴지는 차왕무시이다. 다른 것 하나도 없이 트러플 오일이 올라간 차왕무시인데, 개인적으로는 불호에 가깝다.
계란 특유의 부드러운 향을 트러플 오일이 싹 다 잡아먹어버린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입맛이다.
이제는 까망베르 치즈까지 들어간 차왕무시. 한 번 먹어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르겠다. 그냥 치즈는 플래터로 먹고, 차왕무시는 차왕무시로 먹는 걸로...
상당히 인상 깊었던 스시혜정의 차왕무시. 샥스핀과 명란으로 토핑을 넣었는데, 상당히 색다른 식감이었다. 샥스핀도 탱글탱글하고, 이런 조합이라면 유쾌하게 먹을 수 있다. 스시혜정은 단 것으로 이래저래 유명한데, 이 계란찜도 상당히 단 편이다.
단 맛을 싫어한다면 혜정대신 다른 업장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차왕무시 숟가락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보기 좋은 '꽃무늬' 숟가락을 제공하는 가게들이 있다. 보기에는 상당히 아름다우나, 먹기에는 상당히 불편하고 음식이 남게 된다.
계영배마냥 음식에 욕심 내는 것을 경계하라는 크나큰 깨달음을 주려는 것은 아닐까?
나가며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식전 음식이다. 아쉬울 때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더 맛있게 초밥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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