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초밥, 독도새우의 비밀
들어가며
새우초밥은 신기한 재료이다. 가격대에 따라 천차만별의 재료와 맛을 자랑한다. 같은 새우지만 종에 따라 가격과 맛이 천지차이다.
내가 먹고 있는 식사가 어느 가격대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한다. 우니와 달리, 새우는 여러 곳에서 나오지만 재료의 급이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마트 초밥이라면 500원짜리 흰다리새우가, 일반 판초밥에는 더 통통한 흰다리 새우가, 엔트리급 오마카세에는 홍새우, 살짝 올라가면 단새우, 더 올라가면 도화새우, 그리고 보리새우까지.
일본에서는 더 다양한 새우를 쓰기도 한다. 부채새우, 닭새우 등등
흰다리새우
우선 흰다리새우이다. 판초밥에서부터 볼 수 있으며, 준수한 맛을 자랑한다. 흔하기는 꼬렛급이다. 물론 꼬렛도 쓸만한 포켓몬이다. 마요네즈나 양파 올리기 등의 데코레이션으로 조금 변주를 줄 수 있어 회전초밥집에서 애정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엔트리 초반 가격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며, 물론 집에서 셀프 초밥을 만들어 먹을 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다.
도매 초새우, 혹은 찐새우로 검색하면 되는데, 원가를 보면 너무 저렴해 놀랄 수도 있다.
보통은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에서 대형으로 양식을 많이 한다. 일반적으로 동네 판초밥에서 나오는 새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홍새우,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친구
판초밥의 세계를 하산하고 오마카세에 입문하면, 다른 초밥을 만나게 된다. 이름은 바로 홍새우. 크기가 좀 많이 크다. 훨씬 흰다리에 비해 느껴지는 육즙도 많고, 씹는 식감도 풍부하다. 물론 그렇다고 늘 맛있다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너무 비렸던 엔트리급 오마카세의 홍새우. 사실 이 홍새우를 먹고 편견이 생겼다. 그러니까 육즙은 풍부한데, 육즙이 비리면, 비린 육즙을 풍부하게 먹게된다.
반대로 매우 훌륭했던 스시츠바사의 홍새우. 그냥 나온 다른 업장의 홍새우와 달리 불에 구운 덕분에 오히려 육즙의 깊은 맛이 한층 더 올라 갔다.
온전히 탱글탱글함을 느낄 수 있었고, 비린내도 나지 않았다. 셰프님께 물어보니 장에도 담그고, 비린내를 빼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한점으로 홍새우에 대한 편견이 바뀌게 됐다.
단새우(甘エビ・아마에비)
홍새우가 나오지 않는 가게에는 십중팔구 나오는 생선, 바로 단새우이다. 일본어 이름부터 무척 달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甘エビ는 달콤하면서 약간 꾸덕꾸덕한 맛이 일품이다.
단새우는 앞의 두 새우보다는 가격이 쎄다. 코스트가 제한된 엔트리급, 특히 '런치'에서는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요즘 생긴 엔트리에서는 무조건 나오는 경향인 것 같긴하다. 워낙 상징적인 초밥이 되어버렸다. 인기가 많을 때는 노량진 새벽시장에 가도 찾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사실 단새우만 따로 먹기보다는, 위에 우니를 올려 주거나, 김과 함께 주는게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우스갯소리로 단골에게는 3점을 주고, 아니면 2점을 준다는 도시전설도 있다.
이렇게 플레인하게 주거나
단새우 위에 우니를 듬뿍 얹어 김과 함께 나온 경우. 물론 약간의 시각적 퍼포먼스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우니랑 밥에 비벼 요런 식으로 나오기도 하고, 이러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는 우니의 맛을 충분히 가려주게 된다.
하이엔드에서는 새우 오보로를 위에 뿌려 더 이쁘게 나오기도 한다.
도화 새우
이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새우인데, 마리당 1만원은 우습게 하는 새우들이다. 그전에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새우 지도를 가져와 보았다.
보통은 독도새우라 불리긴 하지만, 엄연히 독도새우는 다시 3종류의 새우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미정상회담에 올라가 시끄러웠던 이 새우, 바로 이 새우가 도화새우이다. 일본어로는 牡丹海老(보탄에비).
사진으로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초밥으로 올라오는 건 도화새우가 많고, 꽃새우는 생으로 머리만 떼서 먹는 안주삼아 먹는데, 이것도 비싸다. 강원도나 경북 위쪽 산지에 가면 조금 저렴해지기는 한다. 오도리라고도 불린다.
남은 머리는 버리는 대신에 튀겨 먹으면 엄청 맛있다. 신라호텔 아리아께를 가도 나오는 요리 중 하나이다. 도화새우가 초밥으로 나오면 이런 느낌이다.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보리 새우
마지막은 보리새우다. 일본어로는 車エビ(쿠루마에비). 직역해서 차새우라고 한국에서 불리는 것 같기도 하다. 특징은 화려한 꼬리쪽 그라데이션이 특징이다.
약간 호랑이 같기도 하고, 가장 예쁘게 생긴 것 같다.
여담이지만, 보기 드물게 '보리새우'만큼이나 귀한 '갯가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일본어 이름은 샤코.
마지막 꿀팁
대하와 흰다리 새우는 엄연히 다른 품종인데, 대하 축제에 가면 흰다리를 그냥 대하라 파는 'K-봉이 김선달'들이 많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뿔이랑 코 길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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