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초밥, 맛있는 디저트 음식
들어가며
예전에 (4달전) 혼자 유유자적 스시 도감을 쓰다가, 마지막은 정말 오마카세처럼 해보고 싶어서 계란초밥을 주제로 잡았었다. 특히나 오마카세의 피날레는 교꾸(계란말이)가 장식한다. 식사의 여운이 남으면서도, 또 다음을 기약하는 순간이다.
가게마다 맛이 다른 것도 참 매력적인 음식이다. 셰프님들 색깔이 묻어나는, 각양각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재료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
이름도 여러가지이다. 계란말이 / 타마고야키 / 교꾸
유독 한국사람들은 일본 편의점 음식을 좋아한다. 가격은 싼 데 훨씬 종류도 많고 맛있어서 그럴까? 그 중 하나는 일본 특유의 계란말이가 아닐까. 맛도 달달한데, 포슬포슬하기까지하다.
한국의 계란말이는 반찬 느낌이라면, 이곳의 계란말이는 디저트의 느낌이 강하다. 여기서 잠깐 깨알 일본어 상식. 일본어는 크게 2가지로 읽는데, 이 때문에 같은 재료더라도 조금씩 읽는 법이 달라지곤한다.
계란은 일본어로 卵・玉子(たまご)로 쓴다. 어릴 때 구슬치기를 '다마'로 이야기한 세대가 있다.
구슬 옥의 읽는 법이 2가지라 일어난 해프닝이다. 이 한자를 훈독하면 '타마'이지만, 음독하면 '교꾸'가 된다.
저렴한 일본 간식
시장에 가면 이렇게 100엔에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꽤 혜자스러운 크기와 맛도 괜찮으니, 도쿄 여행을 가게 되면 근처 츠키지 시장에 들러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2개 먹으면 조금 물리고, 1개 먹으면 조금 아쉬운 맛이다. 2명이서 3개를 사서 나눠먹으면 딱이다.
관동과 관서, 모양부터 다르다?
저번 시간에 관동과 관서는 유부초밥 모양부터 다르다는 것을 정리했다. 물론 계란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하다하다 계란말이조차 모양이 다를 줄이야.
관동(도쿄)은 정사각형 모양 팬을 사용하고,
관서(오사카)는 직사각형 모양 팬을 사용한다.
참고로 나고야는 또 미묘하게 다르게 생겼는데 참 신기한 식문화인 것 같다.
당연히 맛도 다르다. 관동은 달달하게 만들고, 관서는 다시를 사용해서 좀 짜게 만든다고 한다.
눈물 가득한 계란초밥
사실 가장 저렴한 초밥이다. 회전 초밥을 가더라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초밥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눈물나는 초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진짜 생선 초밥을 쥐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한다. 설거지 3년, 계란 초밥 3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미스터 초밥의 주인공 쇼타도 그렇고, 신참이 주방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요리가 교꾸라고 알려져있다.
왜 많고 많은 재료 중에 계란으로 시작하는 것일까?
실력보다는 정성이 좌지우지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좀 일본틱한 정서이긴하지만, 얼마나 자신을 갈아넣을 수 있는지, 요리에 대한 진심을 알 수 있는 재료가 아닐까.
1) 요리 시간이 길다. 수작업으로 만들려면 불 앞에 몇 시간을 서서 천천히 저어줘야한다.
2)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계란 하나를 손수 까면서 상한 계란은 잘 걸러야된다. 상한 계란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모든 계란을 다 버려야한다.
3) 부재료 손질에도 손이 많이 든다. 교꾸에는 계란만 들어가지 않는다. 새우도 갈아서 넣고, 흰 살 생선도 갈아 넣어야한다. 이런 잡손질은 다 막내의 몫이다.
4) 눌러붙으면 버려야한다. 아주 천천히 아름답게 부풀러오르는 동시에, 속까지 잘 익어야 완성.
5) 중간중간 올라오는 거품도 걷어줘야한다.
정말 까다롭다. 괜히 계란 초밥이 스시야의 레벨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비로소 꽃피울 수 있는 음식이 초밥인 것이다.
요즘은...
오마카세에서는 여전히 직접 계란을 만들어 쓴다. 참 손이 많이 가는 재료라 정성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사진만 봐도 키즈나와 분당 스시야는 스타일부터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란초밥만큼이나 두 집의 초밥 스타일이나 분위기는 참 다르다.
엔트리 대장 스시도우의 계란초밥
깔끔한 미들, 가네끼의 계란 초밥
아이스크림에 찍어먹으면 참 맛있는 소우카이의 계란초밥.
예술 작품 같았던, 스시츠바사의 계란초밥도 있었다.
물론 판초밥의 계란말이는 기성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그림처럼 생긴 것이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고 싶으면 재료 마트에서 벌크로 구매하면 된다. 인터넷에서도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재료들을 하나 둘 검색하기 시작하면, 그 즉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때로는 모르고 먹는 것이 약이다.
정리하며
예전에는 계란 초밥을 쓰고 나서, 참치나 우니 같은 고급재료에 대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경험도 부족하고 글 솜씨도 없는 것 같아서.
4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참치와 우니를 잘 썼고, 참치와 우니 글들은 무사히 검색에도 잘 노출되고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4달의 기간. 나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고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블로그와 내 삶도 계란 초밥처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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