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회의 비밀, 왜 국민생선일까?
들어가며
국민 생선 광어회, 어쩌다가 국민 생선이 되었을까?
저렴한 서민 생선, 광어 우럭
가장 부담없는 가격의 생선 듀오가 아닐까. 체인형 횟집이나 동네 횟집에서 10,000원짜리 메뉴로도 자주 판매된다. 퇴근길에 부담 없이 한 팩 정도 사서 술과 함께 유튜브를 보면서 먹으면 딱이다.
광어회나 우럭회는 있는데, 도대체 우럭 초밥은 왜 없을까?
얜 광어초밥
정말 가끔 우럭 초밥이 나오기도 하는데, 정말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다.
우럭 초밥이 없는 이유
미리 답을 스포하자면 '수율'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초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선을 많이 버려야한다. 그러니까 이미 손질이 된 생선에서 다시 끝도 잘라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위는 또 잘라낸다.
그런데, 우럭은 처음부터 이것저것 버려야할 것이 많다. 기본적으로 머리가 큰 생선들이 이런 경향이 있다(도미류)
위의 그림의 숫자는 각각 광어와 우럭의 '수율'을 의미한다. '수율'은 전체 생선 한 마리의 무게에서 이것저것을 버리고 식용 가능한 부위(보통은 살코기)의 비율이다. 준비된 조교가 아닌 귀여운 아이패드 그림 앞으로.
실제 살코기 = 생선 - 대가리 - 내장
시장에서 사는 고기에 비해, 회가 훨씬 더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수율 때문이다. 고기는 손질된 상태로 사서 온전히 살코기만을 지불하지만, 회는 버려야하는 내장과 대가리까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가격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살코기를 먹기 위해서는? 답은 광어다. 불쌍한 우럭은 58호 사이즈의 모자를 쓴 필자처럼 머리가 큰 편이다.
우럭은 수율이 30%를 조금 넘는다. 버리는 게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회로 먹기에는 가성비가 좋지는 않다. 그냥 매운탕용으로 최고다. 작은 거 한 두마리만 넣어도 맛이 달라진다.
오늘의 주인공 광어는 50% 내외이다. 손님도 그렇고, 요리사도 그렇고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어떤 생선을 쓰는 게 서로 윈윈인지는 불보듯 뻔하다.
광어의 다양한 장점
광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국내 광어 양식이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성공하고, 완도, 제주도에서 광어가 무럭무럭 공급되면서 도매가는 상당히 내려왔다고 한다.
아 물론 한국의 수산시장은 애덤스미스도 포기한 시장이기 때문에 여전히 소매가는 비싸다. 보이지 않는 용왕님의 손이 시장가를 조작하는 게 분명하다.
양식 vs 자연산
생선 계의 예송논쟁 재등장이다. 맛있으면 사실 좋은 것 아닐까...
요런 시세는 노량진 수산시장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친절히 나온다. 조금만 생선 이름을 검색하면 금세 슉슉 찾아볼 수 있다. 그날그날 알아보고 경매장에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양식 광어와 자연산 광어의 구별법은 몇 개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배의 무늬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양식장에서 Run한 광어(탈광), 또 여러 이유로 양식장에서 방류된 광어도 있기 때문에 100%는 아니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그리고 부위에 따라 양식이 훨씬 맛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선이 그렇지만, 광어도 크면 클수록 맛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시장에서 파는 10,000원짜리 미니 광어보다 여러 명이 해치우는 대광어가 월~등히 맛이 좋다. 연말연초에 대규모 파티를 꾸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광어의 또 다른 무기, 숙성하기
한국인은 활어회에 익숙하다. 반대로 일본은 숙성회를 좋아한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요리법이다. 광어도 활어회와 숙성회로 나뉜다.
동네 횟집에서는 아주 탄력좋은 활어회를 주지만, 오마카세에 가면 숙성회가 나오게 된다. 쫄깃한 맛은 사라지고 부드러움이 가미되는 동시에 다시마 향이 나게 된다.
숙성이 아주 잘되면, 생선에 아무것도 찍어먹지 않아도 은은한 향이 감돌게 된다. 아래의 회의 촉감이 보이시는지? 소금만 찍어도 생선이 맛있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걸 코부지메(昆布締め・다시마 숙성)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회에서 씁쓸한 맛이 나게 된다.
깨알 일본어 : 다시마는 일본어로 昆布(콘부 こんぶ)인데, 또 뒤에 시메가 붙으면 코부지메로 바뀐다.
광어회의 숙성 기간은 정해진 것이 없다. 살의 경도, 물고기의 크기 등이 변수이다. 하지만 기술이 좋아지고 보존법도 덩달아 좋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숙성 기간을 좀 더 늘려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광어 초밥 집에서 만들기
연어나 유부 초밥에 비해서는 손이 더 간다.
1) 횟집에서 포뜨기(오로시)를 한 광어를 하루이틀 해동지에 보관한다.
그 다음에 칼로 슥슥 잘라서 밥 위에 올리면 완성이다. 아래와 같은 칼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돈 모아서 하나 사보는 것으로(비쌈)
그 밖의 이야기
해외에서는 회보다 오히려 스테이크의 재료로 더 사랑받는 재료이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해외 레스토랑에서 마침 광어 스테이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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