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봉반점 (천상계 중화비빔밥)
수봉반점
위치 :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2동 321-70
가격 : 모든 메뉴 8,000 통일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3시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11시 도착 시 무조건 웨이팅)
추천 메뉴 : 전.메.뉴 (중화비빔밥, 짬뽕밥, 볶음밥)
들어가며
워낙 유명하니까 대구에 오면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집이다. 사실 백종원 아저씨가 왔다가기 전에도 대구 로컬 사이에서 아는 사람은 엄청 다녔다는 리얼 맛집. 방송을 막 탔을 때는 최소 웨이팅이 1시간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는 짐작 가능하다.
11시부터 오픈이지만, 설레는 마음을 품고 신나게 달려간 나머지 오전 10시에 도착해버렸다. 쿨한 주인 아저씨께서 흔쾌히 사진을 찍어도된다고 해서 빈 가게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뜻하지 않은 이득. 아저씨도 굉장히 정이 많으시고 위트가 넘치신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바로 뿌주부 아저씨가 환한 미소로 반겨주신다. 여기서 기대감 +200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3시이다. 저녁에는 먹을 수도 없을뿐더러, 재료가 떨어지면 칼같이 문을 닫으시는, 철학이 아주 확실한 가게이다. 일찍 오면 시간대를 예약해서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놀이공원의 패스트트랙같은 제도이다. 몇 시에 오겠다고 결제를 하면 시간에 맞게 딱 영수증 겸 시간표를 끊어주신다.
예시 : 12시 40분에 먹을 메뉴를 주문하면 각자 할일을 보다가 번호표를 들고 딱 시간에 맞게 오면된다.
식당도 딱 시간별로 돌아가기에 대기하는 분위기도 엄청 깔끔하다. 그러니까 10시 55분 식사가 시작되면 딱 해당 타임 손님에게만 집중하시고, 모든 손님이 다 나가면 정리를 말끔하게 하신 뒤 11시 30분 손님에게 음식을 내주는 식이다.
놀이공원 같기도 하고, 레스토랑의 런치1부 2부를 더 잘게 쪼개놓은 느낌. 인기 맛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내공이 느껴졌다. 어수선함이나 등떠밀리듯이 식사하는 느낌이 정말 단 1g도 느껴지지 않는다. 천상계 비빔밥을 정말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었다.
시간과 메뉴를 정하면 왼쪽 사진과 같이 영수증을 뽑아주신다. 놀이기구를 바로 탈 수 있는 패스트트랙 같은 것. 1시간 남짓 기다리면서 본 건데, 차를 타고 와서 대기표를 뽑고 빠르게 사라지는 차량들이 상당히 많았다.
테이블은 안쪽에 4개, 바깥쪽에 4개가 있어 한 타임당 8개 테이블이 돌아갈 수 있었다. 기물도 엄청 깨끗하고 냉장고 속에 물과 야채등도 깔끔하게 잘 손질되어 있어서 맛만 있을 뿐아니라 위생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이콜과 나얼은 중화비빔밥을, 나는 바람돌이 밥(짬뽕밥)을 시켰다. 아침까지 굶고 왔는데 과연 그 맛은?
마침 10시 55분에 맞춰 나온 짬뽕밥과 중화비빔밥.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반숙 계란후라이가 아주 맛깔스럽게 올라와있다. 중화비빔밥과 짬뽕밥을 같이 시키면 반드시 짬뽕밥을 먼저 받는데, 중화비빔밥이 더 맛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친절히 설명해주신다. (주시는대로 먹어야지)
여긴 동그랗게 올려진 반숙 계란 후라이가 시그니쳐메뉴이다. 넉넉한 인심의 공기밥 1인분과 함께 나온다.
젓가락을 들어 계란후라이부터 딱 먹는데, "아..."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장자리는 바삭바삭하고, 흰자는 부드럽고, 노른자는 건드지면 톡 터져버린다. 계란후라이의 이데아가 있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동시에 짬뽕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끝맛에 기분좋은 매콤함이 피어난다. 억지로 불맛을 내기 위해 애쓴 느낌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산뜻한 느낌의 매움이다. 요걸 계란후라이의 노른자가 살짝 덮어주는 완벽한 조화까지.
안에 들어있는 야채나 고기도 너무 신선해서 그 자체로 먹어도 맛있었고, 공기밥을 투하해서 밥과 같이 먹으니 또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맛있다.
정신없이 짬뽕밥을 먹고 있을 때쯤 도착한 오늘의 하이라이트 메뉴 중화비빔밥.
받자마자 바로 노른자를 깨서 밥과 슥~슥 비벼줬더니 알아서 윤기를 내는 신기한 음식이다.
푸짐하게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으면, 왜 짬뽕밥이 먼저 나왔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짬뽕밥은 오늘 식사를 알리기 위한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던 것이다. 입에 넣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살짝 매콤한 맛과 이에 뒤질새라 피어오르는 계란 노른자의 고소함이 짬뽕밥에서 느끼지 못한 맛을 드디어 완벽하게 채워준다.
맛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식당. 이것이 천상계 중화비빔밥...
떠들면서 짬뽕밥을 먹었던 세 사람은 중화비빔밥을 한 입 먹자마자 입을 싹 다물었고, 아무말없이 10분만에 그릇을 바닥까지 싹싹 비웠다.
+ 짬뽕밥을 시킨 나도 맛볼 수 있게 네 숟가락씩 덜어준 마이콜과 나얼에게 감사감사.
나가며
모레 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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