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보타르가 (바다 내음 가득한 어란 파스타)
압구정 보타르가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언주로170길
시간 : 매장 전화 문의 (02-6080-5378)
가격 : 메뉴에 따라 상이
들어가며
보타르가는 이탈리어로 bottarga이며, 한국말로는 어란이다. 숭어나 참치의 알을 염장해서 말렸다고 하는데, 동양의 어란과도 많이 닮아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잡히면 이탈리아 숭어고, 남해에서 잡히면 한국 숭어 아니겠는가?
보타르가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사연이 있어보이는 레스토랑이다. 도산공원의 시그니처 레스토랑이기도 했던 그라노가 뜬금없이 문을 닫게 되었고, 오랜시간 그라노에서 근무하던 손영철 셰프가 다른 직원들과 힘을 모아 다시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바로 보타르가이다.
뭐랄까... 요즘말로 하면 경력직 신입사원 레스토랑? 그래서 그런지 새로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부터 알 수 없는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업장이었다.
주방은 오픈 키친 형태로 되어 있어서 모든 요리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정갈한 식기의 배치와 더불어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로운 기물이 기분좋게 손님들을 맞이해준다. '깔끔함'이라는 단어로 요약가능하다.
메뉴판은 이렇게 은은하면서도 고급진 색으로 이루어져있다. 정확히는 와인 메뉴판과 같이 놓여 있었지만, 점심부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주당은 아닌지라 패쓰.
오늘의 만찬을 흔쾌히 사주신 고 변호사님의 추천에 따라 결정한 메뉴는
제철 '카르파치오' + 어란 파스타 + 아마트리치아나
가장 먼저 등장한 식전빵.
맛은 폭신폭신하면서도 동시에 거친 질감이 드는 빵이었다. 사실 초밥만 자주 먹으러다녔지, 서양 음식에는 거의 '문외한'이다. 제대로 먹어본 빵이라고는 4주 유럽여행에서 먹은 가성비 MONOPRIX 1유로 빵이 전부라, 왠만하면 다 맛있게 느껴진다. 같이 나온 올리브유와 함께 먹으니 허기짐이 약간은 채워졌다.
드디어 등장한 제철생선 카르파치오. 제철 생선으로는 참돔이 등장하셨다. 사실 초밥에 빠질 수 없는 생선이 참돔이기도 한데, 처음 뵙는 자리에 제철 생선으로 참돔이 나온 것도 신기하였고, 더군다나 맛 또한 일식의 참돔과는 한층 색다른 맛이라 적잖이 감탄을 하면서 먹었다.
위에 뿌려진 레몬 베이스의 소스와 함께, 적당히 꼬들한 식감을 주는 말린 토마토와 더불어, 약간의 시큼함과 동시에 짭쪼름함도 느껴지는 신기한 맛이랄까. 초밥의 소금기와는 결이 다른 짭쪼름함이었다. 맛에 대한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나온 파스타 두 종류. 오늘의 메인 파스타인 어란 파스타와, 아마트리치아나 되시겠다.
어란 파스타 정말 대단했다. 어란 자체가 고급 음식임을 일전에 대만 여행에서부터 알고 있었는데, 그 때는 입맛이 유~초딩입맛이어서 도대체 왜 저 짠 것을 먹지? 왜 일본인 아저씨들은 망고 펑리수나 사 갈것이지, 값비싼 어란은 굳이 왜 대만에서 가지? 라고 생각했었다. (아주 큰 오산이었다. 일본에 가면 그 어란이 값값값비싼 것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버터와 함께 섞여 묘한 긴장감을 이루고 있는 파스타를 어란 약간과 함께 입에 넣은 순간, 입에 바다가 펼쳐졌다.
처음 접한 생경한 맛에 대한 놀라움은, 찐한 그것도 정말 소금기 가득한 바다의 향이 그대로 입안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뭐라해야할까? 싸구려 파스타로 접한 유럽음식의 사악한 소금기에는 도저히 비교할 수 조차없는 고급진 소금기였다.
사실 어란 파스타가 너무 강력해서 그런지 아마트리치아나는 상대적으로 평범했지만, 절대적인 맛은 꽤 훌륭했다. 특히 함께 씹히는 판체타?는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느낌이 아주 찰져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탈리아 음식에 대해 아는게 정말 0.01g이어서 잘 모르는 재료에 대해 늘어놓기보다는 정말 느낀 그대로 적는게 더 솔직한 기록인 것 같다.
보통 한 수 배웠다고 표현들을 많이 하는데, 보타르가에서의 식사는 세 수 이상은 배운 것 같다.
역시 세상에 미식은 많고 고수는 더 많다. 잘먹었슴다
아울러,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보타르가도 승승장구하시길.
월간 오마카세의 이색적인 이탈리안 체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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