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여행, 이태원 더백푸드트럭 (경치'가' 맛집)
이태원 더백푸드트럭
위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신흥로20길 45-1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언덕을 걸어올라가야...)
시간 : 오전 11:30~오후 10:00
가격 : 아메리칸 치즈버거 8,500 / 더백 버거(한우) 10.8 / 칠리치즈프라이 10.8 / 물도 공짜 아님!
들어가며
한중방어전을 치르던 조조가 뱉은 유명한 한 마디가 있다 "계륵". 그렇다, 경치만 좋은 음식점은 계륵같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올라가는 길의 초입. 구글 맵을 키고 언덕을 이리저리 올라가다 보면 파리 몽마르뜨르 언덕에서 본 것 같은 언덕 에스컬레이터가 반겨준다.
잠시 걷다 뒤돌아 본 해방촌의 풍경.
이렇게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서울이라는 곳의 매력은 한 도시안에 다양한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해방촌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이곳은 올 때마다 기분이 묘해지는 곳이다.
이런 이쁜 카페를 지나 조금만 더 걷다보면, 루프탑이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더백푸드트럭'을 볼 수 있다. 이곳은 2층과 3층에서 먹을 수 있는데, 사실 경치를 보러 오는 곳이라 웬만하면 3층 루프탑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루프탑도 경치가 탁 트인 바깥쪽은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 이 점은 유의할 것.
메뉴는 이래저래 많긴한데, 결국 늘 시키게 되는 것은 그냥 기본 햄버거이다. 가격은 좀 있는 편. 참고로 먹다보면 음료가 꼭 땡기는데, 물이 무료가 아니라 또 탄산까지 시키게 되는 그런 언덕배기의 음식점.
주문 후 루프탑에서 바라본 남산 쪽의 풍경. 해가 지면 좀 더 꼬마전구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며 어둠을 살포시 몰아내기시작한다. 반대쪽에서는 용산의 빌딩숲이 우리를 반기는데, 유리창에 들어온 높은 곳의 불빛이 모여 아름답고 어딘가가 서글픈 서울의 밤을 환히 밝힌다.
가까이 보이는 해방촌의 풍경과 멀리보이는 키 큰 건물들. 어둠을 몰아내는 크고 작은 불빛들을 바라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해방되지 못한 유리창 속의 불빛들이 옹기종기 도달한, 이곳은 해방촌. 그 이름 세 글자가 얼마나 역설적인지. 서울 한복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흔치않다.
익숙한 수제 햄버거의 맛이다. 사실 별미는 아니다. 경치를 보러 간김에 햄버거를 먹는 더백푸드트럭. 맛 리뷰는 한 줄로 끝내도 충분할 것 같고, 서비스가 궁금하시다면 살포시 새 창을 키거나 위로 올라가 구글 리뷰를 보면 "아~".
평소 리뷰와 달리 맛과 관련없는 딴소리를 늘어놓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경치를 즐기며 햄버거를 다 먹고 나면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남산의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그냥 집에 가면 좀 허전하니, 남산을 따라 쭉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이 곳을 충분히 즐기는 방법이다. 내려가다 보면 뜬금없이 산 중턱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은 쌩뚱맞지만 흥미로운 장소이다.
걷다보면 을지로에 도착할 수 있는데, 아래의 사진은 발길 가는데로 들른 어느 카페. 천으로 된 커튼을 두루마리 휴지 미라마냥 카페 곳곳에 널어놓은, 난해한 이곳의 커피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햄버거의 짠 맛과 환상적인 고객 서비스의 찝찝함을 말끔하게 내려주는 맛이랄까.
경치가 끝내주게 아름다웠던 맛집, 더백푸드트럭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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