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코테이, 검은 돌 위의 하얀 스시
압구정 스시코테이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로34길 104호 (지하1층)
가격 : 런치 8만 원 / 디너 14만 원
방문시간 : 주말 디너 (주말은 점심시간에 디너 코스 제공)
추천 메뉴 : 푸짐한 양 + 하마구리(대합)
거의 반년 넘게 다니지 않았던 오마카세 기행.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초밥이라는 음식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한동안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동탄 세야스시를 다녀왔던 그 멤버 그대로 방문한 곳은 압구정의 스시 코테이.
히노끼가 아니라 검은색 돌 위에 초밥을 놓아준다는 점과, 일본에서 꽤 초밥을 잡다가 돌아온 셰프님이라는 정보가 흥미로웠던 곳이었다.
들어가며
압구정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상가 지하 1층에 위치한 정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약간 용산역 상가에 위치한 스시 우미의 그것과 비슷한데, 스시 우미보다는 조금 주변이 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학원을 다녀오는 어린 친구들이 건물 근처에 많아서 더 그럴 수도.
기물은 그냥 깔끔하다. 와사비도 바로 앞에서 슥슥 갈리는 모습.
딱히 늦으시는 분도 없고, 시간에 맞춰 코스가 시작되었다. (정시 시작 몹시 좋아함)
주말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 주말 점심은 '디너 (14만 원) 코스로' 진행이 되어 상당히 양이 많다.
1. 광어 + 폰즈 소스 (with 오로시)
사실 시작에는 디너 코스인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안주(츠마미)가 많이 나오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 점부터 감칠맛을 돋우는 소스류가 나와서 더 의문이었다.
소스 맛도 새콤한데 탁탁 치고 올라오는 재미가 있었고, 광어도 쫙쫙 씹히는 느낌이 좋았다.
2. 메지마구로 (다랑어 새끼)
상당히 맛이 깔끔했던 안주. 어느 곳을 가든 맛있는 초밥이나 안주는 딱 일행이랑 눈빛 교환이 되는 편이다.
비린 맛도 아예 없었고, 솔직히 술을 잘 못해서 그렇지 술을 즐겼다면 이미 반 잔 이상 비웠을 것 같은 그런 맛.
3. 안키모 (아귀간)
무난한 그런 맛, 달달하면서도 살짝 비린 맛이 있어 와사비를 발라 먹으면 더 맛있는 그런 맛?
4. 이쿠라 (연어알)
가장 아쉬웠던 안주 중 하나였다. 다 안 먹고 옆으로 제쳐 두었는데...
일단 맛있는 연어알은 과일 과육같이 톡톡 상큼하게 터지는 맛이 있는데, 상큼함보다는 살짝 비린 맛이 먼저 올라왔고.
두 번째로, 껍질이 잘 터지지 않아 입에서 계속 끈처럼 남아있기도 했다. 가장 아쉬웠던 식전 안주.
5. 버터 전복 구이
보통은 게우소스에 밥을 살살 비벼서 주는데, 이렇게 진한 안주 느낌으로 나오는 버터도 맛있고 좋았다. 특히나 바로 앞의 연어알이 아쉬워서 오히려 더 +가 된 느낌이 있었다.
6. 갈치 튀김 (타치우오)
깔끔했던 튀김. 사실 집에서 구워 먹으면 가시니 뭐니 귀찮은데, 안주로 먹으면 갈치 특유의 고소함은 살면서도 귀찮은 가시가 나오지 않아 좋다.
7. 민물장어 구이(우나기)
에도마에즈시에서 마무리는 아나고를 쓰기 때문에 민물 장어인 우나기는 따로 도쿄 골목 체인 덮밥집에서 종종 먹은 편.
위에 올라간 소스도 깔끔하고 솔직히 안주 7개면 이미 술 몇 잔을 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대로 식사 시간도 엄~청 길고 양도 상당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전초전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이제 입을 싹 닦아낼 각종 작은 요리들과, 모즈쿠라 불리는 '큰실말'까지. 아주 새콤하고 입에 남은, 다소 무거운 안주들의 무게감을 덜어내기에 좋았다.
그렇게 시작된 스시 차례. 위에서 적는 걸 까먹었는데, 코테이는 참치를 많이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 참치 1
코테이의 참치. 확실히 참치만 해도 여러 점이 나오는 게 인상 깊었다. 기름진 맛이 갈수록 진해지는 게 재밌었다.
2. 참치 2
겉의 색이 살짝 변해 있는 모습이다. 참치를 많이 숙성해서 쓰는 걸로도 알려져 있는 집인데, 구글에 코테이 숙성참치 등으로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3. 참치 3
색깔에서 보이지만 앞의 2점에 비해서는 참치 특유의 기름 맛이 진하게 느껴졌던 초밥이었다.
4. 전어 (코하다)
전어의 계절이 언제였더라... 하면서 먹었던 것인데, 보통 전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진한 맛, 멸치 맛은 오히려 연하게 느껴져서 더 맛있게 먹었다.
5. 학꽁치(공치)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피쓰 중 하나인데, 맛이 없다고 음해를 당하는 생선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정말 깔끔하게 넘길 수 있는 생선이기도 하다.
6. 전갱이(아지)
색에서도 보이지만 비린 맛 하나도 없이 정말 깔끔하게 잘 먹었었다. 위에 올려진 야꾸미(초야채..?)랑 조합도 좋았고, 코테이 특유의 넉넉한 밥양 + 전갱이 + 야꾸미는 꽤나 괜찮은 밸런스였다.
7. 한치
크게 끈적거림도 없었고, 그냥 스윽 넘어갔던 한 점.
8. 우니(성게소)
박스에 小川(오가와)가 적혀있어서 조금 기대했는데, 기대보다는 살짝 아쉬운 맛이었다. 비리다까지는 아니었지만 산뜻 하다의 느낌은 없었으며, 목에서 빨리 넘겨버리고 싶은 맛이었다.
목곽 우니에게 적을 수 있는 가장 아쉬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9. 보리새우(구루마에비)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고, 엄청난 크기답게 묵직함 또한 컸던 우니.
엄청 큰 도화새우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또 이런 보리새우도 흥미로웠다.
묵직한 맛의 무게감은 보리새우의 승이지만, 깔끔하고 산뜻함은 도화새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10. 하마구리 (대합)
정말 정말 솔직하게 고른 이 날의 1픽 초밥.
코테이가 참치로 유명한 것도 알고, 특유의 인심으로 유명한 것도 알았지만, 우니나 새우에서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잘 조려진 조개 초밥은 정말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알게 되었다. 달달하면서도 조개 특유의 찰진 식감, 그리고 절묘한 쌀알의 개수까지.
5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11. 참치 즈께
앞의 하마구리의 임팩트가 너무 컸던 탓일까?
무난 무난하게 넘어갔던 한 점이었다.
12. 고등어(싸바)
깔끔하게 4겹 쥐기가 되었는데, 맛도 전갱이처럼 비린 맛 하나 없이 정말 깔끔했다.
키즈나에 갔을 때 정말 깔끔하게 고등어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살짝 생각나는 듯했다.
13. 벤자리돔
귀한 생선인데, 껍질이 신기해서 임팩트도 귀하게 남았던 한 점.
외모만 보더라도 뭔가 껍질에서 쫀득한 맛이 날 것 같이 생긴, 재밌게 생긴 한 점이다.
14. 아나고(붕장어)
안주의 끝이 우나기였다면, 초밥의 끝은 역시 아나고.
뜬금없는데 둘 다 초성이 ㅇㄴㄱ... 하여튼 바삭바삭보다는 살짝 포슬포슬한 그런 느낌의 아나고였다.
15. 장국 + 김말이
슬슬 초밥은 끝났고, 마지막으로 뭘 먹지?가 고민되는 시간. 하지만 이미 답은 정해졌기 때문에 일말의 고민 없이 언제쯤 말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16. 교꾸
살짝 점성이 느껴지는 그런 맛.
17. 하이라이트 스시 = 하마구리(대합)
글에서도 티가 났지만, 딱 먹자마자 하이라이트 스시로 정한 것은 바로 '하마구리(대합)'였다.
한 개 더 먹어도 맛있었는데, 10개짜리를 포장해서 집에 와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이었다.
18. 후식
멜론. 달달하면서도 깔끔하고 맛있었다.
나가며
식사 시간이 거의 3시간에 육박했는데, 확실히 '푸짐함'이라는 특색이 드러나는 스시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키즈나의 런치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게 코테이의 디너...?
무엇보다 조개류 스시를 맛나게 먹은 경험이 추가되어서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스시 다이어리 > 부드러운 편안함, 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시사토시, 깔끔한 신생 스시야 방문기 (2) | 2022.01.23 |
---|---|
분당 스시야, 남쪽에도 이런 곳이? (2) | 2020.11.24 |
스시혜정 (여의도, 샛강 오리국수) (4) | 2020.11.19 |
오마카세, 보라매 가네끼스시 (3) | 2020.10.0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스시사토시, 깔끔한 신생 스시야 방문기
스시사토시, 깔끔한 신생 스시야 방문기
2022.01.23 -
분당 스시야, 남쪽에도 이런 곳이?
분당 스시야, 남쪽에도 이런 곳이?
2020.11.24 -
스시혜정 (여의도, 샛강 오리국수)
스시혜정 (여의도, 샛강 오리국수)
2020.11.19 -
오마카세, 보라매 가네끼스시
오마카세, 보라매 가네끼스시
2020.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