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코, 이미 익숙한 대구탕의 그것
들어가며
이미 피식 웃으며 들어오신 분은, 모 유튜버의 많은 영상을 보고 오셔서...?
사실 그렇게 웃긴 단어는 아닌데, 약간 밈처럼 사용되고 있는 시라코(시라꼬). 일본어로 들으면 엄청 낯설어 보이지만, 대구 알탕의 곤(곤이)라고 하시면 다들 "아~"라고 하실 듯.
구름 같기도 하고, 뇌 같기도 한 이 재료도 은근 초밥에서 자주 사용되는 재료이다. '그 분' 유튜브를 시청하면 '그 업장'의 복어 시라코를 떠올릴텐데, 시라코가 꼭 복어만 있는 건 아니다.
시라코 이름의 유래
한자로는 다음과 같이 쓴다. 白子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白い'는 왕초보 단계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이다.
보통은 '하얗다'라는 뜻의 しろい(시로이)로 처음 접하는데, 일본어는 단어가 합성될 때 은근히 연결 부분에서 변동이 많이 일어나기에 '시로'가 '시라'로 되어도 딱히 할 말은 없다.
시로~시라~로 읽는 건 '훈독'이며, '음독'으로 읽게되면 한국 발음과 꽤 유사한 '하꾸'가 된다.
はく = 백
하꾸와 백이 뭐가 유사하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세 한국어 'ㅐ'는 단모음이 아니었기에 발음이 'ㅏ + ㅣ '로 각각 분리되어있었다.
백이 아니라 '바익'이라 하면 유사성이 조금은 납득되지 않을까.
근데 어떤 생선...?
정확히 말하자면 생선의 '알'이 아니라, '정소'이다. 알고 먹으면 좀 거시기하지만, 모르고 먹으면 또 이만큼 맛있는 식재료가 없다.
그럼 어떤 생선의 정소를 자주 사용할까?
모 유튜버를 자주 시청하신 분들이라면 '복어'라고 하겠지만, 사실 시라코가 '복어의 정소'만을 세칭하는 것은 아니며 생선의 정소는 모두 시라코라 부른다.
오히려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생선은 바로 '대구'이다.
대구 자체는 초밥의 재료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鱈(タラ)’라 불리는 생선이며, 부수에 '눈 설'이 붙은 이유는 겨울에 많이 잡혀서 그렇다는 설과, 눈처럼 하얀 속살을 가져서라는 설이 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대구탕' 등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재료이며, 같은 이치로 해물탕, 혹은 해물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재료이다.
오마카세에서의 시라코
다시 초밥의 세계로 돌아와 시라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대구나 복어나 이래저래 다양하게 나오는 편이다.
초밥으로 나올 때는 흘러내리기 쉬운 재료의 특성상 군함말이를 하여 내어 주는 경우가 많다.
잘 데친 시라코의 물기를 털어 좋은 김과 함께 준비한 다음에, 밥 위에 시라코를 올리고.
붓 등으로 살짝 터치를 해주면 완성이다.
맛은 대구탕이나 해물찜으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더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미더덕처럼 터지면서 입안에서 녹아 흐르는데, 맛이 꽤나 끈적하지만 압축된 우유와 치즈를 동시에 먹는 맛이다.
옆의 김이 조금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먹다보면 김과도 어우러지면서 한 번에 쏙 넘어가는 느낌. 이래저래 신기한 재료이다.
때로는 살짝 아부리(불에 겉면 굽기)를 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냥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채로 살짝 구워서 통째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나는 초밥보다 이런 스타일을 더 선호한다.
그냥 한 입에 입에 털어넣고 시라코만 입 안에서 바스러지는 것을 더 느끼고 싶다. 껍질이 딱 찢어지며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식감이 매우 매우 좋은 재료이다. (입천장 까지기 딱 좋기도 함)
살짝 색이 변한 저 부분의 식감이 특히나 더 좋다. 바삭바삭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부분.
혹은 밥과 비벼 먹으라고 약간의 샤리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콤비처럼 사용되는 재료에는 '금태'가 있는데 나중에 금태도 따로 또 써야겠다.
금태는 구워 먹으면 특히나 맛있는 생선인데, 그래서 그런지 시라코와 궁합이 꽤 좋은 편이다. 밥이랑 잘 슥슥 비벼 먹으면 우니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일본어로는 アカムツ・のどぐろ라 하기도 하며, 한국어 번역은 '눈볼대'로 쓰기도 한다.
물론 약간의 양념과 함께라면 더욱더 맛있는 음식이 된다. 금주를 다짐한 애주가들이 결국 술을 참지 못하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시키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부드럽고 담백하며 동시에 찐득한 맛이 일품인 재료.
쓰다 보니 또 먹고 싶어 진다. 확실히 매운탕이나 해물찜의 그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더 부드럽고 녹는 매력이라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아이스크림이라 표현하고 싶은 재료이다.
+ 복어 시라코는 미들 이상의 오마카세에서 접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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