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아리아께, 모리타상의 모리아께 후기
신라호텔 아리아께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동호로 249
가격 : (7월 방문 당시) 자세히 후술 예정
방문시간 : 주말 런치
고기잘알 지인과 빵큼이와 다른 한 분 이렇게 총 4명이 방문했던 후기이다.
7월에 방문해 놓고 써야지 써야지하다가 묵혀둔 후기인데, 모리아께를 묵혀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글쓰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마침 7월이 좋은 타이밍이 되었던 이유는 이 이후로, 모리타상의 아리아께 가격이 꽤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식사 중에 모리타상은 유창한 한국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는데, 본인의 테이블 가격이 많이 오를 예정이라고 얘기했고...
실제로도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모리타상, 이런저런 접객 훌륭한 맛 등을 고려해보면 현재의 가격은 '상대적'으로는 다른 서울의 스시야에 비해서는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절대적으로 싸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혼자였으면 방문이 불가능했던 곳인데, 예약을 잡아주고 초대를 해준 분과 멤버십 카드 등등이 겹쳐서 상당히 괜찮은 가격에 몹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이번 방문이다. (감사합니다)
들어가며
가장 많이 보이는 입구의 검은색 돌을 지나면, 우아하게 꾸며진 내부가 나온다. ㄱ자 모양으로 꺾으면 식사를 할 수 있는 홀이 나오고, 안쪽에는 초밥 카운터가 있다.
여기에서 가장 안쪽에 벽으로 막혀있는 곳있는 4자리가 모리타상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이다.
완전히 왼쪽이 막힌 것은 아닌데, 사실상 왼쪽의 자리와는 분리되어있다고 보는 게 맞고, 그 덕분에 같이 방문하는 4명과 온전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세팅도 그렇고 그냥 모든 기물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벳타라즈께도 정갈함 그 자체
일반 초밥집에 나오는 시큼하고 달콤한 그런 맛이 아니라, 소금의 맛이 극한까지 올려진 그런 느낌이다. 아삭한 식감은 덤이고. 엄청 자극적으로 먹는 무가 아니라, 정말 깔끔하게 초밥의 뒷맛만 날려버리는 그런 질감과 맛이었다.
데친 전복과 내장소스
와사비와 함께 나왔는데 국산 재료를 모오오옵시 선호하는 아리아께 특성상 와사비도 '철원'산 와사비가 나왔는데 정말 거대했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긴 대왕 오이인줄 알았는데, 와사비였다고 한다.
삶기도 적당했고, 맛도 깔끔했고.
도미 완자
한 덩이만 더 있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살도 탄탄했고 맛도 담백했던 도미 완자였다.
광어
딱 다시마에서 모습을 드러낸 광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첫 초밥인만큼 엄청 긴장하고 먹었는데 조금은 긴장이 풀어지는 그런 맛.
처음부터 박수가 나오는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나올 초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했다. 밥양도 적당하고 그냥 모든 것이 적당한데 꽉찬 육각형의 맛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까.
광어 지느러미(엔가와)
여기서부터 조금씩 ?!로 바뀌었던 것 같다. 이 때까지 먹은 재료들과 묘하게 다른 맛과 디테일이 정말정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아께에서도 가장 좋은 재료만을 쓰지만, 그 재료를 어떻게 다루는지 차이도 카운터에서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칼집내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늬 오징어
쉽지 않은 재료인데, 맛이 정말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과함이 없었다.
보통 입안에 눅진하게 남거나, 아니면 첫 향부터 비린 경우가 많은데 안쪽에 들어간 시소잎과 향의 조화이며 밥알과 오징어의 조화가 너무 시원하게 술술 넘어갔다.
북해도산 우니
여기에서 감탄을 한 번 더 했는데, 박스에 들어있는 우니를 뒤집어서 일일히 남은 잔가시가 없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우니는 쇼의 객체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99%도 100%로 끌어올리려는 모습에서 요리뿐만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의 태도도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맛을 말할 것도 없이 우니의 시원한 맛과 고급 김의 감싸안는 맛이 같이 있었다.
시모후리 (참치)
일본어로 시모는 (서리)라는 뜻이며, 후리는 (내리다)라는 뜻이 있다.
정말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지방이 낀 부위를 일컫는 말이다.
맛은 너무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맛인데, 이건 딱 1개를 먹었을 때 맛을 극한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잠깐 같이 방문한 지인의 지식을 여기에 적어보자면, 아리아께에 참치가 사입되는 화요일 금요일에는 가장 좋은 참치 재료를 먼저 써버린다고는 하는데, 토요일까지 기회가 넘어온 게 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구루마에비(보리새우)
손으로 일일히 까서 딱 손질을 하고, 머리는 주방에서 튀겨지고 몸체만 나오는데 새우가 이렇게 클 수 있고 안에 육즙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사이즈도 반으로 애매하게 잘라 먹는 거대 사이즈가 아니라, 딱 한 입에 머리부터 꼬리까지 넣을 수 있는 알맞은 사이즈였다.
참고로 얘랑 쌍벽을 이루는 친구는 보탄에비(도화새우)가 있는데, 요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 같지만...! 씨알이 좋은 보리새우도 엄청나게 톡톡 터지고 달고, 살짝 짜고 맛있었다.
미루가이
패류는 스시야에서 쓰기 쉽지 않다.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싸구려 피조개도 그렇고 내어놓는게, 안 내어놓는 거보다 못 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패류의 극한을 맛 볼 수 있었다. 꼬독꼬독한 식감은 물론이고 신선한 패류가 주는 싱그러운 내음, 그리고 위에 올려진 치미로 추정되는 가루와의 조화까지.
내가 술을 정말 좋아했으면 이것만으로도 술 몇 잔은 거뜬히 마셨을 것이다.
아까미 (아리아께의 시그니처)
원래는 하나만 나오는데, 유료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1개에 15,000원) 1개를 더 시켜서 총 2개를 먹었다. 이것만으로 5~6개를 먹는 손님들도 있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 ~ 3개 정도가 아쉬우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개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냥 황홀 그자체... 의 맛이었다. 피맛이 강하지도 않고 엷지도 않고 아까미에서도 이렇게 부드러운 맛이 녹아없어질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맛이었다.
쏠치와 새우머리 튀김
젓가락으로 들고 있는 튀김은 쏠치라는 친구인데 생긴건 괴팍하지만 맛있었다. 따로 튀김 새우머리도 일품.
게살 + 오이무침
모리아께에 와서도 오이를 먹지 않은 것을 보면 오이에 대한 신념 하나만은 정말 심지 같이 올곧은...
게도 맛있었고, 내장도 깔끔하고 좋았다. 여름에 게를 먹어서 더 그렇게 느낀 건가?
밑에 살짝 깔려 있는 새콤한 소스가 앞에 먹었던 초밥들의 무거운 맛을 날려주는 그런 중간 쉼표 같은 요리였다고 생각한다.
오도로 스시
보다보니까 자꾸 삼선 슬리퍼가 생각나기도 하고... 앞의 시모후리와는 다른 느낌으로 엄청 진했지만, 사실 모리타상이 스시로 쓸 정도로 적당히 진해서 내어주었다.
초밥으로 먹기에는 너무 헤비해서 한 번 맛을 보고 안 내어주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먹을 수 있었다.
호타테(가리비 관자)
거대한데, 시원하고, 깔끔했다.
아지 나메로 (전갱이 무침)
정말 별미였다. 사실 초밥은 하나하나 다 너무 만족했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느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하면 이런 요리들은 여기가 아니면 잘 볼 수 없겠다는 생각에 더 눈과 입으로 맛있게 먹었는데, 이 전갱이 무침도 그런 메뉴였다.
일단 플레이트도 은색이라 전갱이의 비늘과 은은하게 잘 어울렸으며 적당한 양의 밥, 소스, 신선한 전갱이 모든 것이 완벽했던 중간 정착점.
훈연한 갈치
슬슬 초밥이 끝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이 메뉴에서 들었다. 훈연이 빡세게 되어있어서 '쟌슨빌 햄'같다는 생각을 살짝 할 수 있었는데, 짚의 맛과 깊이가 그냥 훈연한 척이 아니라 에센스부터 훈연이 되어있는 그런 깊은 맛이어서 좋았다.
이 초밥또한 다른 곳에서 쉬이 먹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음미하면서 먹었다.
고등어봉초밥
많이 아쉬웠다.
맛이 아니라, 이제 진짜 다 먹은 것 같아서.
참고로 커다란 고등어 한 마리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덜어내어 4명 테이블 자리에 쓰셨다.
재료 사용 순서가
1. 모리타상 저녁
2. 일반 저녁
3. 모리타상 점심
4. 일반 점심
이렇게 쓴다고 풍문으로 들었는데, 저녁도 와보고 싶어지는 순간.
준비된 아나고들
황홀한 아리아께에서의 초밥 오케스트라가 끝나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라고 생각한 순간 카스테라가 슈육 날라왔다.
수분감은 살짝 적고 약간 빵에 더 가까운 느낌? 요게 젤리처럼 나오는 곳도 있는데, 여기는 빵에 가까운 느낌이라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어도 맛있을 듯.
아나고
마지막을 알리는 음식, 쩌어기 옆동네 키즈나 아나고도 참 좋아하는데, 여기 아나고는 더 맛있는 느낌이다. 결국 뿌리가 가깝고 변주는 있을지언정 에센스를 공유하는 가게라는 흔적이 메뉴 여기저기에서 느껴져서 좋았다.
아나고도 가장 특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였다. 통통하고 바삭하고, 은근히 크고.
마무리 음식들
염도가 적당한 우메보시를 채워넣은 호소마끼(얇은 김밥)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고,
구찌나오시(입가심요리)
마를 적당한 두께로 사악 잘랐는데, 마는 일본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메인 재료인만큼 기대가 되었다. 표면에 맺힌 거품이 아주 일품이었는데 식물이 주는 부드러움과 마지막 깔끔함이 이 날 먹었던 초밥의 생선 후미를 말끔하게 날려주었기에 화룡점정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후식
사실 과일을 먹는 게 정배이긴한데, 배가 불러서 그냥 아이스크림으로 갔다. 다음에 오면 과일 먹어야지 ☆
나가며
예약도 힘든 곳을, 그리고 멤버십 찬스로 쉽고 상대적으로 가성비있게 다녀왔다. 맛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근 시일내에 또 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곳을 다녀온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또 가겠지모
감사합니다.
아리아께에서 근무했던 송웅식 셰프의 초밥 구성도 이와 몹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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