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세야스시, 멀어도 한 번은 가볼만한 곳
동탄 세야스시
위치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93-6 (동탄)
가격 : 런치 130.0 , 디너 230.0
방문시간 : 런치 1부 (12 : 00 ~ 13 : 20) // 런치, 디너
예약방법 : 전화?
추천 메뉴 : 참치 + 히카리모노(전갱이, 고등어)
당분간은 오마카세 기행이 없을 예정이다. 원효 대사님의 깨달음이 확 온 느낌. 많은 것을 느낀 세야 스시 방문이었다.
좋은 말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또 있었던 세야 스시 방문기. 하나하나 주저리주저리 써볼까 한다
들어가며
서울에서 부산만큼의 물리적 거리는 아니지만, 심리적 거리가 참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늘 음식 사진 제공을 해주는 대빵큼과 같이 @고기명수님의 자차를 감사하게도 얻어 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1시간 30분이 걸렸다.
다른 대안은 SRT를 타고 동탄역에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동탄역에서 또 세야스시까지 어떻게 갈지 생각하니 이러나저러나 가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던 곳이다.
물론 동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가능하겠으나, 어쨌거나 초행길인 사람에겐 심리적 거리감이 꽤 먼 곳이었다.
지하에 주차를 하고 1층으로 올라오니 세야 스시가 있었다.
12시 시작이었지만 11시 50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가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정쩡한 웨이팅은 같은 체급의 파인 다이닝에 비해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전공이 전공인지라 한자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검색을 통해 각 한자가 갑골문, 금문부터 소전을 거쳐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즐겁다. ('설문해자'가 대중성 있음)
결론 : 한자 간판이 참 이뻤다
11시 50분에 들어가니 대략적인 재료 손질을 끝마친 모습이다.
장성태 셰프는 삼국지로 치자면 무력 100의 느낌.
단골한테는 확실히 해주지만 그런 점이 초행길인 손님에게는 다소 ? 로 느껴질 수도 있는 스타일.
그래서일까? 참 의견이 분분했다.
플레이트는 3개 정도를 바꿔가며 쓰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돌이었다. 기존의 후기에서 많이 봤던 흰 접시나 대나무 접시가 아니라 신기했다.
식사 준비 완료. 기물이 상당히 이쁜 편이다. 엄청 화려한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있다. 새가 이쁜 접시의 모습.
1. 아귀 간 (안키모)
가장 먼저 전채로 나온 아귀간. 와사비 없이 먹기에는 살짝 느끼했지만, 살짝 발라주니 훨씬 더 맛이 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살짝은 무거운 달달함.
2. 전어 (고하다)
굳이 고하다라 쓰는 이유는, 전어는 출세어라 일본에서는 길이에 따라 이름이 세분화되기 때문이다. 2개가 나왔는데, 이때까지 먹은 전어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전어를 먹고 나서 왜 굳이 동탄까지 사람들이 오는지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3. 학꽁치 (사요리)
사실 맛이 무색무취에 가까운 것으로 유명한 재료이지만, 안에 치코리타를 넣거나 염장이라 불리는 시메를 하면 맛이나 식감이 꽤 괜찮은 재료이다.
상큼하게 먹었다.
4. 보리멸 (키스)
이걸 보고 세야까지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히카리모노'에 속해서 흔하게 나오는 재료이지만, 한국에서는 청어나 다른 푸른 생선류를 쓰기 때문에 쉽사리 볼 수 없는 재료인데 여기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껍질이 상당히 쫀쫀하면서도 두께감도 있어 매우 맛있게 먹었다. 기억에 남는 재료 중 하나이다.
5. 참돔 머리 (마다이~)
꽤 발라먹을 살도 많고 국물도 괜찮아 정말 맛있게 먹었던 국이다.
6. 송어 (사쿠라마스)
사쿠라? 맞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 꽃 이름 사쿠라가 들어가는 생선이다.
연어 초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생선이니 영 틀린 말을 아니다. 근데 연어 초밥보다는 훨씬 맛도 산뜻하고 뭔가 다른 맛이 있었다.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이것도 참 재미있는 재료였다. 세야스시는 참 재미있다.
7. 도미 새끼 (카스고다이)
카스고다이치고는 꽤 크기가 있던 녀석. 의외로 기존에 먹던 맛이랑 달라 더 맛있게 먹었는데, 염도가 낮으면서 탱글탱글한 게 꽤 괜찮았다.
오히려 살짝 숙성된 참돔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숙성과 활어의 식감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8. 훈연 삼치 (사와라)
볏짚으로 훈연했다는 삼치이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짚 맛이 살짝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온도 감이 좋았다.
9. 성대 (호우보우)
색깔이 참 이쁜 물고기인데, 하이엔드 초밥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생선이라 조금 의아했다. 나오기 직전에 다시마에 살짝 재어놨다가 초밥으로 등장했다.
근데 오히려 더 좋았던 것은 바로 앞에 나온 훈연 삼치와 온도감이 극적인 대비감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다소 따뜻했던 재료 다음에 확 차가워진 성대가 들어오니 앞에서 쌓인 음식 피로감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10. 피조개 (아까가이)
의외로 향이 상당히 약해 나에게는 좋았던 피조개. 특유의 꼬들한 식감은 살아있으면서 냄새는 많이 안 나 산뜻하게 먹을 수는 있었다.
물론 이건 향 때문에 먹는 분들도 많으니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리는 요인이 될 수 있을 듯.
11. 누룩에 절인 샛돔 (이보다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안주다.
낮술을 하지 않지만 이런 게 있다면 고민 없이 한 잔 할 수 있을 수도. 적당히 짭조름하면서 살도 부드럽고 매우 맛있었다.
12. 단새우장에 절인 단새우 (아마에비)
밑의 육즙을 보면 알겠지만, 새우 한 마리의 내장까지 완벽하게 쓰는 요리이다. 비린맛보다는 선도 괜찮은 새우 특유의 진한 맛이 좋았다.
많이 기대했지만, 그만한 기대까지는 아니었고, 특색 있다 정도의 느낌.
13. 무늬오징어 (아오리이까)
확실히 다른 오징어에 비해 점성이 약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코스 전체에서는 인상에 남지 않았지만 다른 곳의 오징어와 비교하면 이런 특색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녀석.
14. 전갱이 (아지)
크기부터 어마어마했고, 맛도 어마어마했던 아지. 확실히 세야 스시의 강점이라 할 만큼 인상적인 한 점이었다. 아마 더 먹을 수 있었다면 이걸 더 먹지 않았을까.
15. 참가자미 (마가레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웠던 한 점. 너무 숙성이 오래되었던 탓이었을까 상당히 물러져있었다. 조금만 더 쫀쫀하면 좋았을 것 같기도.
16. 참치 (나가사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참치였다.
특히나 적신(아카미) 색깔이 생각보다는 탁해서 걱정했는데, 아까미를 먹으니 여기의 참치는 맛있는만큼 어두워지는 가보다.
17. 뱃살 (토로)
솔직히 이 뱃살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인 임팩트는 아까미의 쪽이 훨씬 더 강했다. 그냥 즉각적으로 혀에서 더 맛있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느낌
18. 금태와 바질페스토 (노도구로/아카무츠)
씨알이 엄청 크길래 기대를 많이 했는데, 특유의 바삭바삭할 수 있는 식감이 추진 바질페스토를 만나면서 팍 죽어버렸다. 따로 먹으면 더 좋았을 듯.
19. 고등어 (사바)
익히 들었던 대로 참 맛있었다. 비린내 없고, 살 탄탄하고, 크기 크고.
확실히 세야는 잘한다고 소문난 재료에서는 정말로 강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골분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20. 아나고
포슬포슬 타입의 아나고. 맛있었다.
21. 싹눈파 (메네기)
싹눈파는 미스터 초밥왕 산, 강, 바다 재료 대회에 나왔던 재료 같은데 실제로 만나니 상당히 재밌었다.
22. 고토 우동
면이 확실히 깔끔하고 톡톡 끊기는 재미가 있었다. 깔끔한 면식. 너무 과하지도 않고 좋은 마무리였다.
23. 살구씨가 들어간 푸딩
오모시로이-한 디저트가 있다? 약간 피스타치오의 맛이 올라와 재밌게 먹었다.
나가며
여러 번 갔던 친구의 말로는 이날 밥(샤리) 상태도 아쉬운 편이고, 재료도 보통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밥은 좀 질긴 했다. 심지는 살아있는데, 겉이 많이 무른 느낌.
강점은 또 확실히 강점이 드러나는 스시야였다. 재료도 정말 다양하게 쓰고, 참치나 히카리모노는 정말 맛있었다.
예전부터 꾸준히 단점으로 지적되던 접시 청결은 셰프님도 의식하시는지 중간중간 닦아주는 모습이 보였고, 생소한 재료는 설명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 상의 문제와 살갑지는 않은 무심한 접객 등으로 인해 초밥 초심자에게는 많이 어려운 스시야일 것 같다는 생각.
정말 먼 미래에 다시 한번 갈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체험한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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