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길 육미, 김밥에 밥 대신에 소바가...?!
136길 육미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2동 언주로 136길 9 1층
전화번호 : 02-542-8899
영업시간 : 오전 11:30~오후 2:30 / 오후 6:00 ~ 코로나 변동
추천 메뉴 : 메밀 김밥 (김면)
휴먼강록체를 만든 최강록 씨와 깊은 인연이 있는 136길 육미. 지금은 여기 없는 것 같지만, 메밀을 곁들인 그의 음식은 아직 그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다.
요리는 끝장나게 잘하는데, 설명을 못해 심사위원들이 더 답답해했다는 전설의 참가자. 물론 그 시리즈 우승했다.
요리를 꾸며내는 가벼운 미사여구보다는 혀 끝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실력이 진짜임을 증명한 므찐 아저씨다.
아, 여긴 자주 등장하는 친구 RKTN이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 퓨전 일식을 파는 식당이라 보면 좋을 것 같다.
들어가며
7시를 넘긴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있었다. 주섬주섬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웨이팅 기계에 번호를 입력했다.
한 20분 기다렸나, 손님들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영업시간이 9시로 줄어서 그런지 다들 애매한 시간이면 그냥 나오지 않고 술을 더 시켜버리는 것 같다.
요즘 하도 기다리는 게 일이 되어서 20분 정도야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돌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했던가, 운이 몹시 매우 좋게 가장 높은 3층에 자리를 받았다. 평상시에는 8인석으로 운영되는 자리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조용하게 1 테이블만 운영하고 있었다.
3층을 대여했다고 실없는 농담 좀 해봤는데, 나중에 내 집에 이런 곳 하나 만들고 싶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게 여기저기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식당들과는 달리 나무의 따뜻한 웜톤이 인상적이었다.
위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도 그렇고, 역시 일식집에는 나무 계단이 찰떡인 것 같다.
기물은 몹시 정갈하다. 딱 깔끔한 일식이지만, 너무 차려입은 일식은 또 아닌, 그런 균형 잡힌 일식. 모던 일식이라 명명해도 좋고, 퓨전 일식이라 해도 좋을 듯.
정말 깔끔했던 기본 3찬.
계속 손이 갔던 반찬. 산고추 절임이라 해야 하나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 은근히 있으면 활용도가 높은 반찬 중 하나이다.
요 2개는 사진만 찍고 먹지는 않았다. 은근히 이런 기본 찬들이 나오면 맛있어 보이는 거 하나에만 젓가락이 간다. 다 잘 먹는 것 같지만, 은근히 까놓고 보면 편식을 하는 편.
메밀 김밥, 치킨 난반, 장어 솥밥 이렇게 3개 메뉴를 시켰다. 메뉴판 사진 찍는 걸 모처럼 깜빡해서 사진이 없다. 그냥 개별 메뉴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갈음해야 할 듯.
요건 메밀 김밥으로 11,000원이다. 김밥이라 생각하면 비싸지만 요리라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은 수준. 미리 스포를 하자면 사실 3개 음식 중에 이게 가장 맛있었으며, 가장 이 식당의 정체성을 잘 설명하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맛있었던 메뉴가 11,000원이라 생각하면 나름 이해는 되는 듯.
포슬포슬한 계란과 메밀은 일본의 향기를 불러일으키고, 동시에 밥 대신 메밀을 넣은 이런 신박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마무리로 이걸 김으로...?라는 생각이 짧은 시간에 뇌리를 스친다.
무려 3단계의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 메뉴이다.
이쁘게 한 번 탑을 쌓아봤다.
다음으로는 가격이 조금 있었던 장어 솥밥. 18,000원 (흑흑)
히츠마부시라는 메뉴가 생각났는데, 나고야나 교토 쪽에 가면 히츠마부시 제대로 한 번 드셔 보시길.한국에서는 마루심이라는 가게에서 전문적으로 장어를 다루고 있다 (비쌈)
바리에이션으로 후쿠오카 쪽에는 토리마부시가 있다. 장어를 닭고기로 바꾸면 완성 ^ㅡ^
참고로 히츠마부시에는 우나기라는 민물장어를 쓰지만 어떤 가게에서는 아나고라는 바닷장어(붕장어)를 쓰기도 한다.
장어부터 먹어봤는데, 일단 양이 많지가 않고 두께가 아쉬웠다. 양념도 그냥 평범한 편이고. 미리 알았다면 장어 솥밥을 시키지는 않았을 듯.
장어 말고도 다른 야채나 고명이 들어가 있는데, 그냥 여러 가지 고명이 들었네~ 정도의 느낌이다.
본토에서 히츠마부시를 먹는다면, 장어 먹고, 장어랑 밥이랑 먹고 마지막에 차를 부어 오차즈케까지 가능하겠지만 퓨전 일식이어서 그런지 단일 메뉴로 끝난 것도 조금 아쉬웠다.
가장 아쉬움이 많이 든 메뉴.
다음으로 도착한 치킨 난반. 10,000원
난반은 남만 오랑캐를 일본 사람들이 부르던 말인데, 여기 남만 오랑캐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인이 포함된다.
그러니까,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들이 먹던 음식을 적절히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음식이라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돈까스 리뷰를 적다가 느낀 건데, 돈까스는 그냥 돈까스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훨씬 더 맛있게 잘하는 것 같다. 전문과 그렇지 않은 집의 편차가 심한 음식 중 하나가 아닐까.
맛은 꽤 괜찮았다. 위에 뿌려진 소스가 상당히 괜찮아서 계속 공깃밥에 손이 가기도 했다. 이래저래 밥이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었던 메뉴.
역시 일식은 밥이 맛있어야 반찬도 살고, 역설적이지만 다시 밥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식사를 끝내고 시간이 애매하여 추가로 시킨 맥주 2잔. 밤 9시까지라...
사진은 꽤 이쁘게 잘 나온 것 같다. 이래저래 가게가 웜톤이라 사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식사를 끝내고 내려가는 길. 좁은 곳에 3층까지 만들다 보니 계단 경사로가 꽤 있는 편이다. 안 넘어지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1층 자리. 1층에는 카운터석이 있어 주방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2층 3층으로 오고 가는 손님들이 있어서 편하게 식사가 가능한 지는 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맞은편에 있던 소나무 공원. 도대체 여기에 왜 공원이 있지?
이상한 곳에 공원이 있었지만 적당히 찬 공기를 맞으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훌훌 털어놓기에는 꽤 괜찮았던 곳이다.
나이가 들수록 얘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나가며
최강록 셰프는 지금은 어딨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알아보니 서래마을의 미우야 선, 그리고 양재의 미우야에서 그 음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서래마을 지점은 코로나로 인해 폐업했으니 남은 선택지는 양재의 미우야 하나뿐인 듯.
'국내 여행과 맛집 > 달콤짭짤 '일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제제, 서울역 근처의 돈까스 가게 (8) | 2021.02.27 |
---|---|
사루카메, 연남의 신기한 원숭이 라멘집 (4) | 2021.02.13 |
카츠바이콘반, 압구정의 깔끔한 돈까스 후기 (8) | 2021.02.11 |
망원 헤키,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돈까스 (2) | 2021.02.11 |
명동 멘텐, 소유라멘 정말 진짜로 맛집 (21) | 2021.02.09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오제제, 서울역 근처의 돈까스 가게
오제제, 서울역 근처의 돈까스 가게
2021.02.27 -
사루카메, 연남의 신기한 원숭이 라멘집
사루카메, 연남의 신기한 원숭이 라멘집
2021.02.13 -
카츠바이콘반, 압구정의 깔끔한 돈까스 후기
카츠바이콘반, 압구정의 깔끔한 돈까스 후기
2021.02.11 -
망원 헤키,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돈까스
망원 헤키, 입에서 부드럽게 녹는 돈까스
20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