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티본 스테이크, 진짜 현지인 맛집에 가다 [피렌체]
피렌체
19년 여름에 갔던 유럽 여행의 일부이다. 로마 IN 파리 OUT의 1개월짜리 코스였으며,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1주, 파리에서 3주를 보낸 길고 긴 해외여행이었다.
시간 순서대로 적자면 로마가 맞겠지만, 피렌체를 가장 먼저 적는 건, 그만큼 티본스테이크의 기억이 강렬해서이다. 아 그리고 피렌체의 또 다른 이름 중 하나는 Florence이다. 베니스 - 베네치아처럼 이름이 달라지는 도시.
서울도 프랑스에서는 '세울'
피렌체 가는 법
보통은 로마에서 가게 된다. 아니면 반대로 밀라노나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오거나. 파리 IN 로마 OUT이라면, 내가 돌았던 코스의 반대로 돌게 된다.
로마 떼르미니 역에서 이탈리아 고속철도를 타고 가게 되며, 그래도 로마보다는 '조금' 경계를 놓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떼르미니 역에서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유럽이 그렇지만)
고속 철도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게 되며, 도시는 몹시 무덥지만 매우 깔끔하면서도 평화로운 느낌이다.
피렌체 중앙시장
각자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모이게 된다면 아마 이곳으로 오지 않을까? 식재료 구매 및 간단한 식사를 2층 푸드코트에서 때울 수 있는 곳으로, 이만한 곳이 없다.
가격도 로마에 비하면 뭔가 저렴해진 느낌이고, 한국말을 잘하는 가죽 가방 아저씨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식사가 애매하면 이곳에 와서 간단히 해결하도록 하자.
티본스테이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만 남기지만, 피렌체의 소는 가죽(구찌)과 티본스테이크를 남긴다. 소가 더 좋은 동물이다. 어쨌든, 피렌체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바로 티본스테이크다.
유명한 가게가 여러 개 있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하고, 가장 가기 편한 가게는 역시 '달오스떼'이다.
달오스떼
본점도 있고 분점도 있으며, 심지어 한국어 메뉴판도 있다. 모험을 하고 싶지 않으며, 그냥 피렌체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분께는 달오스떼를 추천드린다.
물론 외국에서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곧 '가격'이 비싸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외국에서는 현지 분위기를 99% 느끼고 싶은 편이기에, 웬만하면 한국어를 쓰는 곳을 피하려 한다. 한국어를 쓰면서 스테이크를 썰 거면 청담의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를 가면 된다.
정말 현지인 느낌이 그득하고, 영어는 커녕 이탈리아어와 바디랭귀지로 해결해야 하지만, 가격은 꽤나 저렴한 식당을 추천하고 싶다. 그곳의 이름은 바로 Trattoria Mario.
Trattoria Mario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으며, 가족이 경영하는 식당이다. 가족 경영 식당인데 너무 장사가 잘 되어서 이젠 정신이 없을 지경.
식사 시간에 가면 무조건 웨이팅이 있고, 얄짤없이 모르는 외국인과 합석을 해야 하니 본인의 친화력이 좋은 편이거나 낯선 외국인과 신기한 외국어를 쓰는 걸 좋아하면 꽤나 좋아할 만한 식당이기도 하다.
이탈리어는 한 마디도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가게 곳곳의 메뉴판은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지만, 가격과 눈치코치로 대충 맨 위에 있는 비싸 보이는 녀석들이 티본스테이크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주문은 1KG 단위로 들어가며, 둘이서 나눠먹으면 충분하고 혼자여도 꾸역꾸역 다 먹을 수는 있다. 대신에 저녁을 못 먹는다.
오더를 넣으면 플레이트에 딱 무게만큼의 고기를 가져와서 보여주고 조리에 들어간다.
식전 빵은 이렇게 단출하게 제공된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낭만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왁자지껄한 그 분위기만큼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피렌체의 문장이 찍혀있는 물병. 메디치가의 유산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으며, 이렇게 식당에서도 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옆자리 외국인이랑 통성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디선가 접시 하나가 휘익 들어온다. 압도적인 크기의 티본스테이크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다 먹을 수 있다. 뼈 무게 포함 1Kg라 스스로 쇠뇌(洗脑)하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굽기는 눈치코치 꺼 이 정도 굽기로 나왔다. 미디엄 레어인가? 유럽 여행에서 느낀 거지만, 유럽에서 한국에서 먹듯이 웰던으로 하면 진짜 핏기라고는 1도 없는 식사를 마주할 수 있다.
차라리 레어나 미디엄 레어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고기 맛은 꽤나 괜찮은데, 바삭바삭 탄 겉껍질 속에 숨은 부드러운 살코기가 참 매력적이었다.
매일 먹으라면 100% 질리겠지만, 로마의 짜디짠 밀가루 음식에 지친 나에게는 꽤나 괜찮은 한 끼 식사였다.
몹시 풍족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나서, 가격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소고기라 생각하면 흔쾌히 낼 수 있는 수준. 몇십 유로 정도였다.
그리고 다시 중앙시장에 돌아와 에스프레소를 원샷했다.
다음 이야기
미켈란젤로 언덕에 어쩌다보니 2번이나 올라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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